이승일‧이택우 2인전《산책자와 협잡꾼》…서구 ‘그랜드투어 ’문화 재해석
이승일‧이택우 2인전《산책자와 협잡꾼》…서구 ‘그랜드투어 ’문화 재해석
  • 안소현 기자
  • 승인 2021.09.28 17: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더레퍼런스, 10.1~10.17

[서울문화투데이 안소현 기자] 종로구에 위치한 전시공간 더레퍼런스에서 이승일‧이택우 작가의 2인전《산책자와 협잡꾼》이 오는 10월 1일부터 17일까지 펼쳐진다. 이번 전시에서 두 작가는 그랜드투어(grand tour)라는 17세기 서구 여행 문화를 참조한다. 그랜드투어 여행자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에서 교양을 찾고자 몇 년에 걸쳐 이탈리아 유적을 관광한다. 제목 《산책자와 협잡꾼》은 그 시기에 그랜드투어에 나선 여행자가 저술한 여행기를 인용한다. 여행자에게 그랜드투어는 신체를 이동하는 공간 차원의 이동일 뿐만 아니라, 과거를 헤아리는 관념적인 여행이기도 했다. 

▲이승일, '폴리의 날', 2021 (사진=더레퍼런스 제공)
▲이승일, '폴리의 날', 2021 (사진=더레퍼런스 제공)

이번 전시에 출품된 작업은 '어긋난 시간 감각과 이미지의 이동'이라는 두 가지 성질을 표현한다. 작품들은 여행자들이 남긴 도상을 과거로 보낸 후 다시 꺼내온다는 발상을 공유한다. 이를 위해 종교적 도상을 흉내 내는 손짓들, 원본을 알 수 없는 공동묘지의 천사상 등 실제 도상을 이용하거나 참조했다. 알고리즘을 통해 한 장의 이미지가 입체물이 되거나, 수백 장의 이미지가 가짜 유물의 이미지로 합성된다. 끊임없이 물리적/소프트웨어적 조작을 거치면서 도상은 본래 모습에서 점차 멀어지기도 한다. 전시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도상의 어긋난 시간 이동에 대한 움직임을 반영하고자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