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 Issue]안호상 ‘세종’사장 내정, 들끓는 문화예술계
[Hot Issue]안호상 ‘세종’사장 내정, 들끓는 문화예술계
  • 이은영ㆍ진보연ㆍ안소현 기자
  • 승인 2021.09.29 18: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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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계 세종문화회관 사장 임명 결사 반대 , 사상 초유
블랙리스트 피해자,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 내정 철회 촉구
안호상 후보자 “블랙리스트·뮤지컬 카르텔 등 의혹, 사실 무근”
김미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 “혐의 벗은 것 아냐” 반박
서울시의회 민주당, 오세훈 인사 비판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차기 사장으로 내정된 안호상 전 국립극장장

[서울문화투데이 이은영ㆍ진보연ㆍ안소현 기자] 지난 24일 안호상 전 국립중앙극장장이 세종문화회관 사장으로 내정됐다는 보도가 있었다. 같은 날 본지 서울문화투데이가 비판 기사를 내보낸 이후에도 각종 문화예술단체에서 성명을 발표해 이러한 조처를 거세게 비판하고 있으며, 현재 기자회견도 연달아 예정돼 있다. 

안 후보자는 1984년 예술의전당 공채 1기로 뽑힌 이후, 공연 업계에서 일하는 내내 각종 비리 사건에 휘말려 온 인물이다. 자신의 안위를 위해 공금 횡령 및 편파적 인사를 일삼아 왔으며,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 집권 당시 문화인 블랙리스트 배제 실행에 가담한 의혹으로 지탄 대상이 되고 있다. 

25일 대한민국문화예술포럼은 “안호상은 세종문화회관장이 아니라 포토라인에 서야 한다”라는 제목으로 안 후보자가 공공기관장에는 걸맞지 않은 인물이라고 강력히 주장했다. 성명서에 따르면 “안호상은 예술의전당 30년 역사상 가장 중요한 재판 및 비리 사건의 주요 책임자”로, 공연사업국장을 지낼 당시 뮤지컬 카르텔 3사와 결탁해 공금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하지만 예술의전당이 해당자들을 색출하고 징계 및 형사고발 조치에 착수하려 하자 도망치듯 퇴직하며 처벌을 피해갔다.  

또한 포럼은 성명서를 통해 안 후보자가 박근혜 정부에서는 박명성 창조경제추진단장과 함께 블랙리스트 국정농단 게이트의 주역으로 지목됐음에도, 최순실 국정농단이 불거지자 돌연 사퇴하며 다시 한번 책임을 교묘히 피해갔다고 했다. 그뿐만 아니라 블랙리스트 작성에 앞장선 공로로 사상 유례가 없는 국립극장장 3연임에 이르기까지 했으며, 극장장으로 재직할 때조차도 해오름극장 리모델링과 관련된 의혹을 받으며 임기를 2년 이상 남기고 불명예스럽게 퇴직당했다고 피력했다. 

하지만 그 후에도 안 후보자는 버젓이 “카르텔 3사 중 하나의 기업인이 재직하고 있는 대학원에 교수로 근무하고 있다”라며, 그가 계속 국공립 극장장에 도전하는 이유는 “대형 극장을 장악해야 뮤지컬 카르텔들이 국비 등 공공자금으로 대형극장에서 뮤지컬 카르텔들의 공연을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라고 말을 이었다.  

이어 지난 28일 공공운수노조 문화예술협의회, 노동당 문화예술위원회, 마네트상사화, 무용인희망연대 오롯,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 문화연대, 블랙리스트 공공성 확립을 위한 연극인회의 등은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호상 전 국립극장장의 세종문화회관 사장 내정을 철회할 것’을 서울시에 촉구했다.

▲공공운수노조 문화예술협의회, 노동당 문화예술위원회, 마네트상사화, 무용인희망연대 오롯,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 문화연대, 블랙리스트 공공성 확립을 위한 연극인회의 등이 2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호상 전 국립중앙극장장의 세종문화회관 사장 내정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안호상 전 국립중앙극장장의 세종문화회관 사장 내정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사진=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 제공)
▲공공운수노조 문화예술협의회, 노동당 문화예술위원회, 마네트상사화, 무용인희망연대 오롯,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 문화연대, 블랙리스트 타파와 공공성 확립을 위한 연극인회의 등이 2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호상 전 국립중앙극장장의 세종문화회관 사장 내정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안호상 전 국립중앙극장장의 세종문화회관 사장 내정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사진=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 제공)

이들은 “지난 19일 안호상 전 국립중앙극장장이 세종문화회관 사장에 내정됐다는 기사 이후 성명을 발표했지만, 오세훈 서울시장은 문화예술계의 사실 공개와 비판에도 불구하고 블랙리스트 국가 범죄와 박근혜정부 국정농단 사태에 깊게 연루돼 있는 안호상의 세종문화회관 사장 내정을 철회하지 않고 있다”라며 “우리는 최소한 양심이 있다면 블랙리스트 가해자들이 사실을 인정하고 또는 의혹에 대해 스스로 공개적으로 밝히고 성찰하기를 기대해왔지만 대부분의 가해자들은 침묵과 외면으로 일관하며 다시 권력의 자리로 돌아오기만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더불어 “오세훈 서울시장이 현장 문화예술계와 서울 시민들의 공개적인 비판과 진실을 무시하고 국정농단 세력들의 서울 시정 복귀를 강행한다면, 우리는 오세훈 서울시정의 ‘시정농단 사태’에 대해 엄중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호상 후보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뮤지컬 카르텔’은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음해성 발언”이라며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가 주장하는 블랙리스트 문제 역시 전혀 사실이 아니다.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회 활동 후 발행한 진상보고서에 명백히 기록되어 있다. 그들의 주장은 보고서의 내용에 반한다. 이미 소명이 끝난 일”이라며 논란에 대해 정면 반박했다. 이어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보도될 경우 법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호상 “블랙리스트 혐의 없음”…정말 결백한가

안 후보자의 해명에도 논란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으로 활동했던 김미도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29일 SNS를 통해 안호상 후보자의 주장에 조목조목 재반박했다. 

앞서 주용태 서울시 문화본부장이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문체부 조사에서 (안 후보자의) 혐의점을 찾을 수 없다고 결론났다’고 말한 것에 대해, 김미도 교수는“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에서는 안 후보자에게 혐의가 없다고 결론 낸 바 없다”라고 밝혔다.

▲김미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백서발간 소위원회 위원장(서울과학기술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사진=서울문화투데이DB

김 교수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의 ‘2015 공연예술 창작산실-공연예술발표공간 지원사업’을 담당했던 실무자들은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 이전에 이뤄진 감사원의 ‘문화체육관광부 기관운영 감사’(2017.6. 발표)에서 안호상과 사전 공모하여 22개 단체를 지원에서 배제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특검 조사에서도 동일하게 진술했으며,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 1차 조사에서도 똑같이 진술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예술위 실무자들은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에 진술 번복을 요청해왔고, 2차 진술에서는 안호상 (당시) 극장장이 심의에 늦게 도착하여 사전 협의를 할 수 없었다고 진술을 바꿨다”라며 “강제 조사권도 없었던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로서는 이 사건 조사보고서에서 두 가지의 상반된 진술을 병렬식으로 기록해주었을 뿐, 안호상에게 혐의가 없다고 결론 낸 바 없다”라고 강조했다.

‘이미 소명이 끝났다’는 안호상 후보자의 말에 김미도 교수는 “말 그대로 소명이 진상조사보고서에 반영됐을 뿐 혐의를 벗은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를 뒷받침할 근거로 고등법원과 대법원 판결을 인용했다.

‘공연예술발표공간지원’ 사업은 2018년 1월 23일에 서울고등법원 제 3형사부의 판결(2017노2425, 2017노2424 병합)에서 범죄일람표(2)의 순번 173번에서 184번까지 적시되어 있다. 범죄 요약 부분에는 “문체부 오OO의 지시를 받은 예술위 양OO은 ①공모사업 신청자 명단을 송부, 류OO는 ②지원배제 방침을 심의위원에게 전달하면서 지원배제 대상자의 탈락 종용”이라고 명기됐다. 

김 교수는 “예술위 실무자들이 안호상과 사전에 배제 대상을 협의하였다는 진술에 토대하여 이 범죄 사실이 성립된 것”이라며 “이는 대법원(2020.1.30. 선고 2018도 2236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도 그대로 확정되었다. 헌법재판소는 2020년 12월 23일, 박근혜 정부 때의 ‘블랙리스트’가 정치적 표현의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했다며 제기된 헌법소원 심판에서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라고 설명했다.

▲2018 국립무용단 ‘향연’ 공연 모습(사진=국립무용단 제공)
▲2018 국립무용단 ‘향연’ 공연 모습(사진=국립무용단 제공)

또한 “‘공연예술 창작산실’ 사업에서 블랙리스트 예술가들이 배제되는 바람에 남은 예산은 국립극장에서 <향연>(안무 조흥동, 양성옥, 김영숙)을 제작비로 배정됐다. <향연>은 문화융성을 앞세우던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일종의 화이트 공연사업이다”라고 덧붙여 말했다. 안호상 후보자는 2018년 2월 27일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에 출석해 “예술위 예산을 전용한다는 사실을 알게되었고”, “그러나 문체부 지시 사항에 대해 거부 의사를 표명하기 곤란하여 그대로 진행하였다”(백서 부록 2-3, 470쪽)라고 진술한 바 있다.

김미도 교수는 “검열 논란이 가열되는 와중에도 2016년도에 시행된 예술위 심의에서는 거의 모든 사업에서 블랙리스트에 의한 배제가 일어났고, 대부분의 경우는 예술위 담당 직원이 심의위원 일부와 사전 공모하거나 간사 역할로 심의에 참여하여 배제 대상 단체의 결격 사유를 꾸며내는 방식으로 배제를 실행하였다. 이는 감사원 감사나 특검 조사에서 예술위 직원들의 일관된 진술이며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의 조사결과도 동일하다”라고 전했다.

김 교수는 “2015년 9월 이후 2016년까지 안호상은 최소 4건 이상 심의에 참여했는데, 이러한 배제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잡아떼는 것이 과연 설득력이 있는지 되묻고 싶다. 더불어 오세훈 서울시장은 블랙리스트 사태의 본질과 전말에 대해 과연 얼마나 인지한 상태에서 그를 세종문화회관 사장에 임명하려 하는지 의문”이라며 “서울시가 극구 안호상을 세종문화회관 사장에 임명하려는 행태는 그동안 블랙리스트 사태의 해결을 위해 투쟁해온 예술계의 저항과 피나는 노력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동시에 아직도 블랙리스트로 인한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심지어 예술 활동을 재개하지 못하고 있는 수많은 예술가들에게 2차, 3차 가해를 행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인사(人事)가 망사(亡事)”…서울시의회 민주당, 오세훈 인사 비판

지난 27일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송명화 대변인은 “안호상 후보자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 가담 의혹으로 이미 국민으로부터 ‘공직 부적격’ 퇴출 선고를 받은 인물이다”라며 “국립중앙극장장 재임시절 1년 4개월 동안 국립무용단 예술감독 공석 상태를 방치해 파행을 초래하고, 이후 석연치 않은 예술감독 선임으로 논란을 초래했다. 특정 연출가 교체 논란 등 블랙리스트 사건에도 연루됐다”라고 전했다.

이어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은 “연평균 350억원 규모의 서울시 출연금이 지원되는 세종문화회관은 한국 공연 문화의 산실이자 서울시공연예술의 허브이다”라며 “이곳의 대표는 다양한 문화예술의 지원·확대를 통해 시민의 문화복지를 구현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이 있다.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은 공공성과 예술성, 신뢰를 담보하지 못하는 사장 후보자 내정을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세종문화회관도 여느 기관과 마찬가지로 여태까지 크고 작은 문제를 겪어왔다. 하지만 관장이 임명되기도 전에 이렇게까지 반대 여론이 들끓는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서울시는 문화예술계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고, 공공기관장 임명에 있어 좀 더 신중한 행보를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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