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프리뷰] 《칼더》展, 모빌 작가 알렉산더 칼더를 재발견 해보자
[현장프리뷰] 《칼더》展, 모빌 작가 알렉산더 칼더를 재발견 해보자
  • 안소현 기자
  • 승인 2021.10.01 17: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페이스갤러리 서울, 10.5~11.20

[서울문화투데이 안소현 기자] 알렉산더 칼더의 개인전이 열린다. 너무 익숙한 이름이라 따분한 전시가 될 거로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여태까지 칼더를 조각가로만 알고 있었다면 이번 《칼더 Calder》전을 통해 작가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할 수 있을지 모른다. 이번 전시는 이미 너무 잘 알려진 '모빌' 외에 다른 작품들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자리다. 1950년대부터 1970년대 사이에 제작된 조각 7점, 종이 위 작품 8점, 회화 작품 1점을 선보인다. 그간 국내에서 실물로 만나보기는 힘들었던 작업이다. 전시는 오는 5일부터 11월 20일까지 페이스갤러리에서 열릴 예정이다. 

▲알렉산더 칼더, '프란지 파니 Franji Pani', 1955 (사진=페이스갤러리 제공)
▲알렉산더 칼더, '프란지 파니 Franji Pani', 1955 (사진=페이스갤러리 제공)

키네틱 아트의 선구자로 알려진 칼더는 필라델피아 출신으로 예술가 집안에서 태어났다. 아버지와 할아버지는 조각가였고, 어머니는 초상화가였다. 스티븐스 공과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4년간 엔지니어로 일했지만, 결국 뉴욕으로 건너가 미술 대학 아트 스튜던츠 리그 (Art Student League)에 다시 입학해 미술 공부를 시작했다. 이 시기에는 주로 일러스트를 그렸으나, 다른 프로젝트에서는 금속판과 와이어도 사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1926년에는 프랑스 파리로 떠나 본격적으로 미술 작업을 시작한다. 이때 금속 재료를 활용해 <칼더의 서커스 (Cirque Calder)>를 만들고 공연을 선보였다. 이 작품으로 파리 아방가르드 예술가들 사이에 이름이 알려지게 된다. 그러다가 1930년 10월에 우연히 몬드리안의 작업실을 방문하고 영감을 받아 움직이는 추상 조각을 만들기로 결심한다. 처음에는 모터로 움직이는 조각을, 이후에는 바람・빛 등 주변 환경과 조응해 움직이는 조각을 만들었다. 이게 그 유명한 ‘모빌’의 시작이다. 모빌이라는 이름은 1931년 마르셀 뒤샹이 지어준 이름으로, 프랑스어로 움직임과 동기를 뜻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크게 조각과 회화 작업을 감상할 수 있다. 입구 쪽에는 이 두 흐름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 각각 하나씩 놓여 있었다. 하나는 1965년 작 <물고기 뼈 Les Arêtes de poisson>이다. 물고기 뼈에서 영감을 받은 추상 조각이다. 칼더는 1950년대부터 대형 조각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작업에 착수하기 전에 소형 마케트(maquette)를 제작했다. 작가는 이 마케트에도 예술적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작품으로 취급했다. 이번에 페이스갤러리에서 볼 수 있는 작품도 소형 마케트다. 대형 버전은 하코네 야외 박물관에 전시돼 있다고 한다.

▲알렉산더 칼더, '무제 Untitled', 1970 (사진=페이스갤러리 제공)
▲알렉산더 칼더, '무제 Untitled', 1970 (사진=페이스갤러리 제공)

다른 하나는 맞은편 벽에 걸린 1970년 과슈 작업 <무제 Untitled>이다. 칼더의 과슈는 아직 잘 안 알려졌지만, 그는 과슈 작업에도 큰 애정을 품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에는 과슈 8점이 전시되는데, 그중 4점은 여태까지 미공개로 남아있었던 작업이다. 조각에서 공학적 면모를 볼 수 있다면, 과슈에서는 물감의 흐름과 번짐 등 우연성에서 비롯되는 아름다움을 볼 수 있다. 그림 속 추상적 형태들은 주로 자연에서 영감을 얻어 그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각 작업으로는 익히 잘 알려진 모빌 외에 스테빌(Stabile)도 있다. 모빌과 달리 움직이지 않는 추상 조각으로 한스 아르프가 지어준 이름이다. 전시장 중앙에 놓인 <백색 원형 Puntos Blancos (White Dots)> 은 금속 원형판과 와이어로 제작된 작품이다. 붉은 원형판 하나와 하얀 원형판 여러 개가 나무 형상을 한 철사 지지대에 끝에 붙어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절제된 색채와 안정적인 균형미로 보는 눈이 즐거운 작품이었다. 

▲알렉산더 칼더, '백색 원형  Puntos Balncos (White Dots)', 1955 (사진=페이스갤러리 제공)
▲알렉산더 칼더, '백색 원형 Puntos Balncos (White Dots)', 1955 (사진=페이스갤러리 제공)

모빌 작업도 많이 전시돼 있었는데, 1963년 작 <무제 Untitiled>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나뭇가지에 매달린 나뭇잎처럼 검은색 및 붉은색 금속판들이 천장에 와이어로 매달려 있었다. 에어컨 바람 덕분에 작품이 계속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조명으로 인해 뒤쪽 벽면에는 그림자도 생겨 마찬가지로 작품의 일부가 됐다. 칼더는 조각을 좌대에서 해방하고 주변 환경의 일부가 되도록 했다. 

▲'무제 Untitled' (1963)이 회화 작업과 함께 전시되어 있다. (사진=페이스갤러리 제공)
▲'무제 Untitled' (1963)이 회화 작업과 함께 전시되어 있다. (사진=페이스갤러리 제공)

3층에는 꽤 규모가 큰 작업 네 점이 놓여있다. 전시장 안에서는 검은색, 흰색, 빨간색, 파란색이 서로 연동하며 나름의 규칙을 이루고 있었다. 스테빌 직업 <프란지 파니 Franji Pani>는 1955년에 제작된 작업으로 제목은 꽃 이름에서 따왔다. 1954년에 지라 사라바이(Gira Sarabhai)라는 한 젊은 인도 여성이 칼더에게 편지를 보내 작품을 하나 만들어주면 인도 여행을 시켜주겠다는 제안을 해왔다. 사라바이는 뭄바이와 델리 사이에 있는 아마다바드라는 지역 유지의 막내딸이었다. 건축가이자 컬렉터로 활동하며 지역 문화 예술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었다. 이번에 전시된 작품은 그 결과물이다. 흰색 금속 원형판으로 구성된 조각으로, 하얀 꽃이 소담하게 핀 나무를 상기시켰다. 

그 옆에는 검은색 마케트 <그웬프리츠 Gwenfritz>(1969)가 있다. 제목은 후원자 그웬돌린 케이프리츠(Gwendolyn Cafritz)의 이름에 따왔다. 이 작품은 공공장소에 놓인 초기 미국 추상 조각 중 하나다. 원작은 10미터 이상으로 현재 워싱턴 D.C 스미소니언 자연사박물관 외관에 설치돼 있다. 한편 전시장 안쪽에는  빨간색과 흰색 금속판으로 구성된 모빌 <무제 Untitled>(1969)와 빨간색‧파란색‧검은색 금속판으로 구성된 1967년 작 <무제 Untitled>도 나란히 놓여 있었다. 

▲3층 전시장 전경. '프란지 파니'와 '그웬프리츠'가 앞쪽에 전시되어 있다. (사진=페이스갤러리 제공)
▲3층 전시장 전경. '프란지 파니'와 '그웬프리츠'가 앞쪽에 전시되어 있다. (사진=페이스갤러리 제공)

유명 작가는 이미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해 더 알려고 노력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작품 및 작가를 재발견하는 기회를 가져보면 어떨까? 알렉산더 칼더는 현대 조각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요즘 볼 수 있는 조각 작품들과 비교해보아도 흥미로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