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프리뷰] 《2021 공예주간》 개막, 공예와 가까워지는 일상
[현장프리뷰] 《2021 공예주간》 개막, 공예와 가까워지는 일상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1.10.05 18: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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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일부터 오는 10일까지
전국각지 기관 및 민간 공간서 전시, 장터, 체험, 강연 진행
문화역서울284 RTO, 대표 전시 《완상(玩賞) - 아름다움에 대한 유람》개최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코로나19 장기화로 여행과 휴양과 멀어진 대중들에게 《2021공예주간》이 공예로 떠나는 여행을 제안한다. 비행기 창문 같은 모양을 대표이미지로 사용한 올해 공예주간은 ‘공예로 떠나는 여행’을 주제로 1일부터 오는 10일까지 전국 각지서 공예 전시 및 장터, 체험과 강연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 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주관한다. 지난 9월 30일에는 공예주간 시작에 앞서 문화역서울284 RTO에서 기자간담회와 함께 올해의 공예상 시상식이 있었다.

▲공예주간 대표이미지 낮 버전 (사진=공진원 제공)
▲공예주간 대표이미지 낮 버전 (사진=공진원 제공)

《2021공예주간》 기자간담회에는 공예주간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종규 문화유산국민신탁이사장과 김태훈 한국 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장, ‘올해의 공예상’을 수상한 김준용 유리공예작가와 육상수 우드플래닛 발행인이 참석했다. 메인전시를 기획한 이혜진 기획자도 간담회에 참석해 올해 기획 전시를 설명했다. 이외 문화부 및 공진원 관계자가 참석했다.

2018년 처음 시작한 공예주간은 지속전인 공예문화 향유와 브랜드 확립을 방향으로 잡아 올해로 4회째를 맡았다. 공예주간 소개를

▲공예주간을 소개하는 김태훈 공진원 원장 (사진=서울문화투데이)
▲공예주간을 소개하는 김태훈 공진원 원장 (사진=서울문화투데이)

맡은 김태훈 공진원장은 ‘공예주간’의 지난 성과를 살펴보고, 올해와 앞으로의 방향성과 포부를 전했다. 공예주간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코로나19 확산으로 지난해엔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올해에는 지난해 비대면 축제 경험을 살려 보다 많은 이들이 공예주간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지난 공예주간의 행사가 ‘공예’를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 잡게 했다면, 올해의 공예주간은 공예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할 수 있는 기회이자, 공예를 일상화의 영역으로 진입시키는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금방 끝날 것이라 여겼던 코로나19 장기화로 지친 국민에게 위로와 응원을 담는 기획을 구현했다고 밝혔다. ‘2021공예주간’의 중심 이미지는 이러한 기획의도를 담아 비행기 창문을 형상화한 타원의 모습으로 만들어졌다. 낮과 밤의 색깔을 선정해 두 가지 형식으로 구현됐다. 타원의 이미지는 컵의 모양이기도 해,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는 공예의 지향을 담고 있기도 하다.

공예주간은 ▲전시 ▲공모·기획 ▲공예홍보마케팅 ▲비대면행사를 중심으로 이뤄졌으며, 전국 각지 공예 미술관·공방 및 민간 공간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이 펼쳐질 예정이다. 지난해보다 참여 업체가 47% 증가하면서, 공예주간이 점점 활성화되는 경향을 보였다. 또한, 올해 공예주간은 TERAROSA(테라로사), wadiz(와디즈), 재주상회, 서울공예박물관 등 대중 브랜드 기업·기관 간 협업을 통해 대중 접근성을 향상시키는 노력을 펼쳤다.

김 원장의 소개 이후 ‘올해의 공예상’ 시상식이 진행됐다. ‘2021 올해의 공예상’ 수상자로는 창작부문에 김준용 작가와와 매개부문에 우드플래닛이 선정됐다. 수상자에게는 트로피와 함께 상금 1,000만원과 문체부 장관 표창장이 수여됐다. 올해부터는 ‘올해의 공예상’ 제정 취지에 맞는 트로피를 직접 제작해 선정됐는데, 올해에는 2019년 수상의 영예를 안은 고보형 작가가 트로피를 제작했다. 트로피는 도끼 모양으로 형상화됐는데, 고 작가는 ‘손·도구·흔적’이라는 주제를 갖고 인체의 가장 마지막 부분인 손에서 도끼로 이어져나가는 창작의 확장성을 담아냈다.

시상식에 나선 김종규 공예주간 조직위원장은 한국인이 갖고 있는 공예의 DNA를 언급했다. 김 위원장은 “백제금동향로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 선조와 한국인에게는 공예 DNA가 흐르고 있는 것 같다”라며 “올해의 공예상을 수상한 이들이 더욱 겸손한 마음으로, 한편으론 자존을 잃지 않으며 청출어람하는 한국 공예를 이끌어나가길 바란다”라는 축하의 말을 전했다.

유리가 가진 질료적 특성을 활용해 독창적인 표현과 작품 세계를 펼쳐온 김준용 유리공예 작가는 수상 소감을 통해 공진원에게 감사를 전했다. 김 작가는 “공진원과 인연은 2006년부터 시작됐는데, 미국 공예아트페어에 참여할 기회로 제게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주고 또 그 이후 지속적인 서포트를 해줘 감사하다”라며 “문체부와 공진원이 공예에 쏟은 관심은 지금 공예계의 호황으로 증명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지금 주위 동료 작가들이 수강생을 받지 않고 작업만 할 수 있는 희망적인 상황까지 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는 문체부와 공진원이 세계에 한국 공예작가를 알리고 지원했기 때문이라며 진심의 말을 전했다. 그는 “이 상은 개인의 상이 아닌 공예활성화에 힘쓴 이들이 함께 받는 상이라 여겨진다”라며 “앞으로 계속해서 공예를 위한 지원을 이어가 달라”는 부탁의 말로 수상소감을 마무리 했다.

▲올해의 공예상 수상자 (좌측부터) 김준용 유리공예작가, 육상수 우드플래닛 발행인 (사진=서울문화투데이)
▲올해의 공예상 수상자 (좌측부터) 김준용 유리공예작가, 육상수 우드플래닛 발행인 (사진=서울문화투데이)

매개부문 수상자인 우드플래닛 육상수 발행인은 2019년 ‘잡지를 계속해야하는가’ 고민이 있었던 때에, 일본 여행서 본 17세기 조선의 공예가 자신에게 답을 줬다는 일화를 전하며 미디어로서의 역할을 다시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육 발행인은 “최근 20대 공예인들이 많이 생기고 있어 감격스러운 순간이 많다”라며 “지금의 공예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새로운 공예인들이 열 새로운 세계에 대해서도 많은 지원과 관심을 가져달라”는 부탁과 미디어로서의 책임에 대한 의지를 전했다.

지난 3년간의 시간동안 공예주간은 대중에게 낯설었던 ‘공예’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을 열어보였다. 그 시간의 노력이 올해의 공예상 수상자들에게도 전달된 듯 했다. 《2021 공예주간》의 메인 전시 「완상(玩賞) - 아름다움에 대한 유람」도 대중들이 좀 더 공예에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순간을 만들어준다. 전시를 기획한 이혜진 기획자는 다도(茶道)에서 자주 쓰이는 완상(玩賞, 즐겨 구경함)이라는 단어를 전시 제목으로 선택했다.

다도에서 사용되는 ‘완상’은 차를 마신 이후 모임을 함께한 이들이 대화를 나누며, 자신이 사용한 찻잔에 대한 감상을 나누고 아름다움을 찾아보는 시간을 의미한다고 한다. 이 기획자는 대중들에게 완상의 시간을 제공하는 실질적인 공간으로 전시장을 구현했다.

문화역서울284 RTO에 꾸며진 전시장 한 가운데는 달빛이 떨어지는 듯한 둥근 조명이 설치돼 있다. 조명의 빛이 머무는 원형 단상 위에는 다양한 공예작품들이 놓여있다. 이 원형 단상 주위로는 스툴 공예 작품들이 설치돼 있는데, 관람객들은 이 스툴에 직접 앉아 작품을 사용하며 공예 작품들을 감상해볼 수 있다.

이 기획자는 “야외에서 즐기는 일상의 여유가 사라진 때에 전시장에서라도 휴식을 취하길 바라는 의도로 전시를 기획했다”라며 “옛 선조들이 달빛이 어린 연못 주위에 앉아 아름다움을 즐겼던 때처럼, 지금 시대의 우리도 공예의 아름다움을 천천히 발견하길 바란다”라고 전시를 설명했다.

간담회 진행 때에는 전시장에 스툴이 정리된 형태로 배치됐는데, 전시 중에는 공간 이곳 저곳에 스툴이 자유롭게 배치될 예정이라고 한다. 스툴에 앉았을 때 보이는 작품의 광경이 기획자가 제안하는 전시의 의미와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기획자는 “스툴을 설치해두긴 하지만 작품은 관람객들이 자유롭게 감상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라며 “나 또한 작품을 바라보는 날의 기분과 날씨에 따라 다양한 느낌을 얻곤 하는데, 그 지점을 관람객들이 느끼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2021공예주간 메인 전시 원형 단상 공예 작품 (사진=서울문화투데이)
▲2021공예주간 메인 전시 '완상(玩賞) - 아름다움에 대한 유람' 원형 단상 공예 작품 (사진=서울문화투데이)

이번 메인 전시 입구 쪽에는 젊은 공예 작가 작품들도 전시돼 있다. 조금은 미숙하고, 앞으로 성장해야 할 지점이 보이지만 이 기획자는 따뜻한 시선으로 그들을 끊임없이 지켜보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그는 “전시장 내부에 놓인 작가들의 작품까지 성장하기엔 정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라며 “어렵고, 외로운 시간을 견뎌내야 할 젊은 작가들과 함께하고 싶었고 관심을 보이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공예’는 단순히 감상하고 바라보는 것이 아닌, 우리 일상 속에 스며드는 아름다움으로 볼 수 있다. 실용성과 목적성이 강조됐던 기물에 편안한 아름다움이 깃들 때 우리의 일상은 좀 더 풍요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2021공예주간》은 대중이 즐길 수 있는 일상적인 아름다움을 제공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공예주간’에 대한 더욱 자세한 내용과 참여 방법은 공예주간 공식 누리집(www.kcdf.kr/craftweek)과 누리소통망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