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프리뷰]근대 최초 유료공연 ‘소춘대유희’, 미디어 아트와 만나다
[현장프리뷰]근대 최초 유료공연 ‘소춘대유희’, 미디어 아트와 만나다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1.10.06 15: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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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2~ 11.7 총 15회 공연
협률사서 1902년 선보인 국내 최초 근대식 유료 공연 ‘소춘대유희’ 모티프
멀티프로젝션 맵핑, 딥페이크 기술 등 활용해 100년 역사 속 광대 부활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극장으로 알려진 협률사에서 1902년 선보인 국내 첫 근대식 유료공연 ‘소춘대유희’(笑春臺遊戱)를 모티브로 하는 실감형 공연이 관객들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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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국립정동극장에서 진행된 ‘소춘대유희_백년광대’ 제작발표회 현장
(왼쪽부터)이수현 공연기획팀장, 유재헌 아트디렉터, 강보람 작가, 김희철 대표이사, 안경모 연출, 신창렬 음악감독, 김윤수 안무가, 이규운 예술단 지도위원 ⓒ국립정동극장

<소춘대유희_백년광대>는 1902년 소춘대유희를 재현하려던 공연이 코로나로 취소되어 의기소침해져 있는 예술단 단원들 앞에 100년 동안 공연장을 지키며 살아온 백년광대와 오방신(극장신)이 찾아와 함께 시간의 벽을 넘나드는 이야기로 진행된다. 가무악극 형식으로 다양한 전통연희를 묶어 담아내고, 해학과 통찰을 통해 우리에게 웃음과 위안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다.

국립정동극장 예술단의 선보이는 전통공연예술 실감형 콘텐츠는 다양한 무대 기술 뿐 아니라 판소리 수궁가, 민요 새타령 등 한국 음악을 재현하고 재구성하여 들려주고 승무, 바라춤 등의 전통 한국 무용과 현대를 넘나드는 댄스배틀이 함께 어우러져 춤사위를 선보일 예정이다. 또한, 버나놀이, 솟대타기, 줄타기 등 전통기예를 보여주며 느슨하지만 선명한 극구성과 재담을 현대적으로 해석하여 100년 동안의 전통공연예술 흐름을 나타낸다.

5일 서울 국립정동극장에서 열린 <소춘대유희_백년광대> 제작발표회에서 김희철 대표이사는 “지난 3월 출범한 국립정동극장 산하 예술단의 정체성을 명확하게 규정하는 작품이다. 우리 전통에 녹아있는 다양한 공연예술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오감을 만족시키는 국립정동극장만의 특별한 ‘소춘대유희’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작품을 소개했다. 

작품을 총괄한 이수현 공연기획팀장은 “1900년대 전통예술을 만들어 가면서 어려웠던 점은 사료가 충분히 남아있지 않다는 점이었다. 우리가 전통이라고 생각하는 것 중에는 근대나 현대에 와서 개발된 것들도 있다”라며 “전통 콘텐츠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부분은 복원과 계승일 것이다. 우리는 과거의 것을 그대로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살아 숨쉬는’ 변화를 보여주려 한다”라고 말했다.

이 팀장은 “과거의 공연들이 고답적인 게 아니라 ‘발전과 변화를 지속해 왔다면, 이런 모습일 수 있겠다. 이렇게 표현해 볼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근대 예술을 조망하고, 정동지역에 대한 의미를 새길 수 있는 다양한 공연사업을 기획해 극장이 갖는 역사적, 위치적 의미를 가장 잘 되새기고, 예술단의 모든 역량을 펼치는 동시에 관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고자 한다”라며 이번 공연의 의미를 설명했다.

▲지난 5일 국립정동극장에서 진행된 ‘소춘대유희_백년광대’ 제작발표회 현장
(왼쪽부터)김희철 대표이사, 이수현 공연기획팀장, 안경모 연출 ⓒ국립정동극장

무대 구성은 기존의 프로시니엄 공연을 벗어나 무대 중앙을 가로질러 객석을 이어주는 브릿지를 통해 가상의 공간, 시공간을 이동하는 모습을 보여주어 공간에 대한 세계관을 구축하려고 한다. 무대기술의 표현에 있어 멀티프로젝션 맵핑은 물론, 매쉬 홀로그램과 딥페이크 기술로 소생한 명창 이동백을 표현하고, 크로마키 기술로 100년을 거쳐간 광대들이 CG 복원을 통해 재탄생한다. 또한 서라운드형 7.1ch 사운드 디자인으로 공간을 감싸며 청각에 이르기까지 관객의 감각을 확대하여 실감과 몰입감을 최대로 이끌어 낼 것이다. 

김희철 대표는 “안경모, 강보람, 김윤수, 신창렬, 유재헌 등 이름만 들어도 설레이는 드림팀이 반년 이상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 탄생한 작품이다.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공연을 만나게 될 것이다”라며 작품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연출은 무용과 전통을 소재로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 안경모가 맡았다. 대본은 국립국악원의 <붉은선비>, 남산국악당의 <남산골 허생뎐> 등을 집필한 강보람 작가가 참여했다.

안경모 연출은 “소춘대유희는 ‘봄날에 펼쳐지는 즐거운 연희’라는 뜻”이라며 “코로나19로 답답함이 많은 지금, 한껏 웃고 즐길 수 있는 무대를 만드는 것이 공연예술인으로서의 시대적 소명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안 연출은 “정동에는 전통과 과거, 현재가 공존하듯 이 작품도 과거를 지운 현재가 아니라 과거 위에 퇴적층처럼 쌓이는 모습을 생각하며 작품을 만들었다”라며 “이번 공연은 예술에 기술이 접목된 형태를 보인다. 기술을 단지 미디어로써 두지 않고 극 속에 녹여냈다. 백년광대를 한 사람씩 소환하고 탄생시키는 과정에서 이 기술을 다채롭게 활용했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한국 근현대사 춤 역사에서 우리 민족이 추구했던 춤 정신과 춤의 형태, 그리고 근대화시기에 받아들여야만 했던 춤의 양식을 바탕으로 구성했다. 또 발레와 현대 무용의 테크닉을 융화롭게 접목시켜 현대적으로 표현했다. 음악은 모던한 느낌의 다양한 음악적 질감과 비트들이 전통적인 장단과 한데 어우러져 자유롭고 다채로운 음색을 만들고, 그것이 안무와 만나 매력적인 무대를 보여줄 것이다.

▲국립정동극장 ‘소춘대유희_백년광대’ 오방신 장면 시연 모습 ⓒ국립정동극장
▲국립정동극장 ‘소춘대유희_백년광대’ 오방신 장면 시연 모습 ⓒ국립정동극장

안무는 평창올림픽 테마공연 <천년향>에서 한국전통 창작 무용을 세련되게 선보였던 김윤수, 무대·영상 아트디렉터는 BTS, 블랙핑크, 싸이 등 여러 아티스트의 콘서트 무대와 미디어 등을 담당했던 유재헌이 맡았다.

또한 창작국악그룹 ‘그림’의 대표이자 21C 한국음악프로젝트의 예술감독인 신창렬 음악감독, 한국 공연계 대표적인 조명디자이너 구윤영, 연극과 창극, 뮤지컬을 아우르는 김지연 의상디자이너가 함께 했다.

유재헌 아트디렉터는 “기존의 프로시니엄 형태는 객석과 무대가 나뉘는 형태였다. 이번 공연에서는 무대와 객석이 섞일 수 있는 갤러리 구조로 변형해, 이머시브한 효과와 연출을 주려 했다”라며 “공연을 보면 가상과 현실을 왔다갔다하는 효과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간담회에서 장면시연으로 선보인 ‘오방신’에 등장하는 의상이 왜색적 인상을 준다는 의견에 대해 안경모 연출은 “100년의 시간을 살아온 광대의 모습에 대해 많은 고민이 있었다. 서양의 다양한 요소와 우리 전통 요소가 섞여 다국적인 형태를 보일 것이라 생각했다. 무대를 통해 선보인 오방신의 의상보다 어쩌면 더 현대적일 수도 있다. 현 시대의 복잡성 속에서도 개별성을 나타낼 수 있는 지점을 찾으려 노력했다”라고 밝혔다.

새로운 미디어 기술의 적용이 현대적 표현 방식을 위한 시도냐는 질문에 이수현 팀장은 “미디어의 활용, 전통음악의 변주, 의상ㆍ스토리텔링의 변화가 현대화의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적인 정서를 어떻게 표현하려고 했느냐에 중점을 뒀다”라며 “이번 작품을 통해 국립정동극장 예술단의 정체성을 강화하고 전통적인 공연예술 형식과 현대적 표현방식을 결합한 우수 콘텐츠를 제공하여 더 많은 곳으로 알릴 수 있는 전통연희 단체로 성장하겠다”라고 전했다.

<소춘대유희_백년광대>는 오는 22일부터 11월 7일까지 총 15회 공연한다. 전석 4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