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 Issue]삼고무 최초 창작 시기 및 인물 놓고 의견 엇갈려…논란 여지 커
[Hot Issue]삼고무 최초 창작 시기 및 인물 놓고 의견 엇갈려…논란 여지 커
  • 이은영ㆍ진보연 기자
  • 승인 2021.10.0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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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존회 김묘선 이사장 “삼고무, 많은 전통 무용가가 함게 이룩한 성과”
유족 설립 우봉이매방아트컴퍼니 “‘삼고무’가 전통춤이라는 주장, 고인 모독”

[서울문화투데이 이은영진보연 기자]창립 35주년을 맞은 우봉이매방춤보존회(이하 보존회)는 지난달 28일 국립극장 달오름에서 ‘우봉 이매방 춤 - Immortal Dance’ 무대를 가졌다. <승무> <살풀이춤> 등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춤과 故 이매방류의 <장검무> <대감놀이> <삼고무> <오고무> 등의 춤을 이어가고 있는 문하생들이 마련한 자리로 알려졌다.

▲우봉 이매방 명인의 전통춤 ‘삼고무·오고무’ 공연 모습(사진=우봉이매방춤보존회)

그러나 스승의 발자취를 기록하려는 취지로 시작된 ‘우봉 이매방 춤 - Immortal Dance’은 공연 전부터 유족들의 반발에 부딪히며 암초를 만나게 됐다. 지난 9월 14일 이매방 명인의 가족이 세운 ‘우봉이매방아트컴퍼니’(이하 이매방 컴퍼니)가 법원에 해당 공연을 상대로 저작권침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한 것이다. 

보존회 측은 “유족들이 실연권리를 가진 제자들의 공연을 앞두고 저작권 침해금지 가처분 신청이라는 초유의 훼방을 일삼으며 저작권 논란에 스스로 불을 붙이고 있지만, 제자들의 전통춤에 대한 숭고한 정신을 꺾을 수 없다”라며 공연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나 이매방 컴퍼니 측은 보존회가 ‘스승의 업적을 훼손하고 있다’라며 분노를 표했다. 

아트컴퍼니는 본지에 직접 입장문을 전달하며 보존회가 ‘지인들끼리 만든 사칭단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우봉이매방춤보존회는 유족, 수많은 제자들과 상의도 없이 만들어져 몇 십 년 동안 유지되고 있다. 김묘선, 최창덕, 오은명, 김호동, 박덕상 외 인물들은 이매방 선생과 전혀 관계가 없음에도 등기이사로 올라가 있다. 이에 유족은 이 단체를 인정할 수 없다”라며 “앞으로 이 단체가 이매방 선생의 저작권을 침해한다면 손해배상소송이나 형사고소 등 법적조치를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족 측의 주장에 대해 우봉이매방춤보존회 김묘선 이사장은 “이매방 선생님의 아내 분이신 김명자 사모님께서 지난 2018년 12월까지 우봉이매방춤보존회 회장으로 계셨다. 가족들 모르게 보존회를 만들어 운영했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또한 컴퍼니에서 언급한 등기이사 역시 이매방 선생님 생전에 춤뿐만 아니라 법률 자문 등 여러 방면에서 깊은 인연을 이어왔던 이들로 구성돼 있다”라고 밝혔다.

80년 넘게 전통춤 외길 인생을 걸었던 이매방 명인은 중요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와 제97호 살풀이춤 등 두 분야의 예능 보유자였다. 호남 춤을 통합해 무대 양식화한 ‘호남 춤의 명인’으로도 불렸다. 특히 이매방 선생은 이매방은 ‘삼고무’와 ‘오고무’를 만들어낸 한국 전통춤의 거목이다. 삼고무와 오고무는 무용수 뒤편과 좌우에 각각 북 세 개나 다섯 개를 두고 추는 춤이다.

▲1954년 여성국극 ‘백호와 여장부’에서 삼고무를 추는 임춘앵
▲1954년 여성국극 ‘백호와 여장부’에서 삼고무를 추는 임춘앵

한국을 대표하는 민속무용으로 널리 알려진 ‘삼고무’와 ‘오고무’는 지난 2018년 사유화 논란으로 전통예술계를 떠들썩하게 했다. 논란은 이매방 선생의 유족이 삼고무와 오고무, 대감놀이와 장검무 등 4가지 춤을 저작권 등록하면서 시작됐다. 삼고무와 오고무를 활용한 공연을 올린 각종 단체와 학교에 저작권 내용과 저작권자를 명시한 내용증명을 발송하는 등 권리행사에 들어가자, 보존회는 “이매방 선생님 이전에 임춘앵 선생님이 삼고무를 하시는 등 이 춤은 많은 전통무용가가 함께 이룩한 성과”라며 전통춤을 사유화하려는 시도라며 반발했다. 

이매방 컴퍼니는 “‘삼고무’와 ‘오고무’는 민속무용이 아닌 이매방 선생이 직접 만든 ‘한국 창작무용’이다. 보존회의 주장은 스승의 작품을 폄훼하는 것이다. 그들의 주장대로 유족이 정말 전통춤을 사유화 했다면 우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것이 아니라, 법의 처벌을 받았을 것이다”라며 “생전에 선생의 작품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 제자들은 프로그램을 들고와 직접 인사를 드리곤 했다. 이것이 지금으로 따지면 저작권에 대해 허락을 구하는 과정이 아니었겠는가. 이제 와서 교묘하게 선생의 창작물이 아닌 전통무용의 일부라 주장하는 것은 고인에 대한 모욕이다”라고 반박했다.

▲초기 이매방 삼고무 ⓒ우봉 이매방 아트 컴퍼니
▲이매방 명인의 ‘삼고무’ 공연 모습 ⓒ우봉 이매방 아트 컴퍼니

유족 측은 과거 공연 팸플릿과 방송 인터뷰 등을 근거로 이매방 선생이 1948년 삼고무를 안무한 최초 창작자로 보고 있다. 1987년(KBS, 「11시에 만납시다」)과 2005년(광주MBC, 「오정해가 만난 사람」) 인터뷰에서 일관되게 이매방 선생은 무용연구소를 하면서 삼고무를 창안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1951년 군산 영화동에 처음으로 무용연구소를 개소했다. 또한 2005년 인터뷰에서 그는 ‘23살 때 여성 국극단과 함께 전북 군산 희소관에서 삼고무를 추었다’고 언급한 바 있는데 이를 계산해보면 1949년으로, 무용연구소를 차렸던 51년보다 앞선 시기다. 즉, 이매방 선생이 삼고무를 창작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시기보다 여성국극단과의 공연 시기가 앞서게 되는 것이다. 

그동안 전통공연예술의 경우 원작과 원작자를 분명히 밝히지 않거나, 작품에 대한 정보를 기억이나 구술에 의존하는 방식으로만 남겨왔다. 때문에 정확한 기록 자료가 등장하지 않는 이상 삼고무 최초 창작 시기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논란의 여지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매방 컴퍼니는 “‘삼고무’와 ‘오고무’를 활용해 공연을 올린 각종 단체와 학교에 저작권 내용과 저작권자를 명시한 내용증명을 발송했지만 3년이 지난 지금도 그들은 원작자 표기를 하지 않은 채 교육을 하고 있다. 심지어 오북춤, 삼북놀이 등 교묘하게 작품의 이름만 바꿔 교육생을 모집하는 곳도 있다. 이런 불법적인 일을 하는 교사들도 이번 ‘우봉 이매방 춤 - Immortal Dance’ 공연에 참여했다”라며 “원작자 표기도 없이 어떻게 이매방 선생의 춤을 알린다는 것인지 황당할 따름이다. 그들이 말하는 숭고한 정신이라는 것이 본인들의 이익 추구는 아닌지 되묻고 싶다. 스승의 업적은 인정하지 않으면서 뻔뻔하게 6주기 추모공연은 올리겠다는 이중적인 행태가 납득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김묘선 이사장은 “이매방 선생님께서 축사를 써주셨을 경우, 선생님에 대한 감사와 존경의 표시로 찾아뵙고 프로그램을 보여드리는 일은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저작권과는 전혀 관계 없는 일이었다. 선생님은 많은 사람들이 본인의 춤을 추길 바라셨던 분이다. 저작권 문제로 제자들과 만났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이번 공연 프로그램북에도 이매방 선생님의 춤이라는 것은 각 작품마다에 적어놓았다. 책을 보면 바로 확인이 된다" 라며 "국가무형문화재 예능보유자로 국가의 지원을 받고 춤을 추신 이매방 선생의 춤은 국민 모두의 지적재산권이다. 그런데 이를 저작권이라는 이름으로 전통문화유산을 사유화한다면 후대 사람들은 결국 영상으로 만 이매방 선생의 춤을 접하게 될 것”이라며 유족의 저작권 주장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아트컴퍼니는 “국가의 지원은 모든 예술 장르(연극ㆍ음악ㆍ영화ㆍ작가 등)에서 받을 수 있다. 예능보유자뿐 아니라 이수자도 다른 안무자들도 누구나 다 받을 수 있으며 오히려 개인이 국가무형문화재보다 더 많이 받는 경우도 많다. 국가보조금을 받고 창작한 작품은 저작권이 없다는 것인가? 국가보조금을 주는 이유는 능력있는 예술인에게 창작활동을 할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라고 말하며 “이매방 선생의 삼고무, 오고무, 대감놀이, 장검무 등 1950~60년대 창작한 작품들로, 국가보조금을 받고 창작한 작품들이 아니다”라고 못을 박았다. 이어 “전통을 기반으로 한 예술이라 해서 창작의 영역에서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이는 창작춤의 원형보존과 창의성을 훼손해 오히려 전통춤 발전을 저해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통춤은 단순한 변형, 조합인지, 아니면 전통을 뛰어 넘어 독창적 표현으로 창작성을 인정할 수 있는지가 중요시된다. 또한 창작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표현을 누가 창작하였는지 밝히기가 쉽지 않다. ‘삼고무’의 경우에도 이매방 유족측은 이매방 본인의 생전 인터뷰, 촬영영상 등을 근거로 이매방이 창작하였음을 주장하고 있으며, 반대측은 이매방 이전에 이미 ‘삼고무’를 공연하였다는 기록 등이 있음을 근거로 이매방의 저작권을 부정하고 있다.

이매방 선생의 ‘삼고무’ 논쟁을 계기로 전통문화예술계에서도 저작권 문제가 표면화되기 시작했다. 그동안 소극적이었던 전통문화를 기반으로 한 창작물의 저작권 문제에 대해, 보다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