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신의 장터이야기 42] 타임머신을 타고 온 할배들의 장나들이
[정영신의 장터이야기 42] 타임머신을 타고 온 할배들의 장나들이
  • 정영신 기자/사진가
  • 승인 2021.10.12 0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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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정영신의 장터이야기

 

1989 충남 금산장 Ⓒ정영신
1989 충남 금산장 Ⓒ정영신

 

어렸을 적 우리 동네에 살아있는 역사 같은 할배가 있었다.

오래된 나무처럼 몸은 마르고 비었지만,

살아 온 수많은 이야기를 알고 있었다.

동네 구석구석은 물론이고, 내 동무 깨순이네 집

수저가 몇 개 있는지까지 모르는 것이 없었다.

 

1989 전북 고창장 Ⓒ정영신
1989 전북 고창장 Ⓒ정영신

 

또한 마을 입구에는 500년 넘는 팽나무가 있어

여름이면 팽나무 아래 평상에는 마을 어르신들이 쉬는 공간이었다.

곰방대에 쌈지 담배를 넣어 물고, 온종일 먼 산만 바라보다가

초저녁달이 저수지를 건너 젖은 얼굴을 내밀면 집으로 갔다.

 

1990 경북 안동장 Ⓒ정영신
1990 경북 안동장 Ⓒ정영신

 

내 어릴 적에는, 자연의 냄새를 색깔로 만나 도란도란 얘기를 나눴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익명의 존재들에게

생기를 불어넣고 싶은 욕망이 꿈틀거리는 순간이었다.

그때 문득 잊혀진 목소리 하나가 나를 깨운다.

깨순아 밥 먹게 엉릉 들어와야!”

 

1990 전남 구례장 Ⓒ정영신
1990 전남 구례장 Ⓒ정영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