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혜의 조명 이야기] 밤이 가장 아름다운 도시는 어디일까?
[백지혜의 조명 이야기] 밤이 가장 아름다운 도시는 어디일까?
  • 백지혜 디자인 스튜디오라인 대표, 서울시좋은빛위원회 위원
  • 승인 2021.10.13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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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혜 건축조명디자이너/디자인스튜디오라인 대표

여행하기 좋은 계절 가을에 대체휴일이라니.. 뜻밖의 횡재 긴 연휴에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날 계획을 세워보기로 하고 가볼만한 도시 탐색에 나섰다. 최근 도시별로 관광객을 머무르게 하기 위한 야간경관사업이 활발하다는 뉴스를 접한 터라 아름다운 야경 핫플레이스를 검색하다가 우연히 한국관광공사에서 출간한 “외국인도 홀딱반한 지구촌 야간관광”이라는 책 기사를 접했다.

세계 32개 도시에 주재하는 관광공사 직원들이 살면서 직접 경험한 생생한 도시의 밤 이미지와 그것에 담긴 본인들이 느낌이 주 내용으로 소개되어 있어 포스트 코로나 시기에 사람들이 제일 먼저 하고 싶어 하는 해외여행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다는 블로거들의 감상평이 나와 있었다. 블로거마다 인상적이라며 소개하는 도시들이 조금씩 차이가 있었지만 공통적으로 소개하는 도시 중 하나가 몽골이었다. 드넓은 몽골 초원 위 유목민 전통 텐트인 게르에서 묵으면서 감상하는 야경은 인공조명에 의한 것이 아닌, 자연 그대로의 밤풍경을, 쏟아져 내릴 듯한 별을 보고 있노라면 가슴 깊은 곳의 울림을 느낄 수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또 하나, 나의 관심을 끌었던 도시는 다음과 같이 묘사되어 있는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였다.

“어두운 밤을 꼭 무언가로 화려하게 채워야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단순함과 절제미 속에서도 멋을 찾을 수 있다. 아름다움이란 여러 형태로 존재하고 다각도로 느낄 수 있는 속성을 가졌기 때문이다.”

작년 초 한국관광공사는 침체된 관광산업 회복을 위해 ‘야간관광 100선’을 발표했는데, 도시별로 선정된 장소를 대략적으로 나열해보면 서울시는 반포한강공원, 부산시는 달맞이언덕 문탠로드, 송도해상케이블카, 인천시 송도센트럴파크, 광주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대전시 대동하늘공원등이다. 대도시를 벗어난 지역을 살펴보면 강원도는 안목해변, 충청남도는 궁남지, 경상남도는 통영밤바다 야경투어, 저도 콰이강의 다리 스카이워크 등이 선정 장소에 이름을 올렸는데 이들의 야경이미지를 검색해보면 흥미롭게도 서로 닮아 있어 어디가 어딘지 구별하기 힘들다. 대부분 물과 다리 혹은 공원의 나무들이 의미를 알수 없는 색조명으로 비추어지고 있고 랜드마크 적인 건축물은 장소의 생김새와는 상관없는 조명이 향연을 펼쳐 눈부심이 우려될 지경이다. 게다가 빛공해가 우려되는 자연경관에의 빛방사..

그 선정 과정을 살펴보면 아주 합리적이다. 전국의 각 지방자치단체 및 전문가의 추천을 받았고, 교통정보 앱의 야간시간대 목적지 빅 데이터(281만 건)를 통해 데이터베이스를 수집한 후, 이를 토대로 전문가 선정위원회에서 야간관광 매력도, 접근성, 치안‧안전, 지역 기여도를 종합적으로 판단하였다고 명시되어 있다.

위에 언급된 장소들이 가 볼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에 의문을 갖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코로나로 해외 여행길이 닫히면서 SNS에는 국내의 보물 같은 명소들이 심심치 않게 소개가 된다. 누군가가 시간과 발품을 들여 소개하는 장소엔 독특하고 마음을 울리는 이야기가 있어 명소로서의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이다. 나무가 울창한 크고 작은 봉우리를 하나하나 이름을 붙이고 작은 천, 호수, 강에 이야기를 담는 것은 전문가나 데이터가 해 낼 수 없는 것이다.

여기에 야경을 만든다는 것은 나무 밑에 군데군데 조명기구를 두고 나무를 향해 빛을 쏘아 올리거나, 알록달록한 전구를 달아 ‘예쁘게’ 만드는 일 이상의 의미를 두어야 하는 일인 것이다.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도 사회적 기능 혹은 역사적인 의미가 다를 것이고 개 중에는 지역과 관련된 아름다운 스토리도 있을 법한데 명소로 지정되어 조명을 설치하게 되면 어김없이 화려함과 현란함의 아이콘이 되어버리는 것이 안타깝다.

국토의 70%가 산지인 우리나라에 몽골 만큼 쏟아지는 별을 보며 눈물 흘릴 정도의 명소가 왜 없겠는가, 오랜 역사 속에 전국에 문화재가 산재한데 작은 호롱불 하나에 의지하여 고즈넉하게 옛 건물 사이를 걸으며 어두움의 미학을 느껴볼 명소가 없지 않을 텐데 안타깝게도 야간관광 100선에는 찾아볼 수가 없다.

야간관광명소 만드는 사업은 반드시 인공조명을 설치하는 방법으로만 하는 것은 아니다. 어두워도 안전하게 걸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거나, 지정된 명소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경관을 조성하는 것 모두 야간경관 명소를 만드는 일인 것이다.

나아가 지정된 야간 명소가 아닌 모두가 그 가치를 인정하는 명소가 되기 위하여 장소의 이야기, 역사, 가치를 드러내고, 강조하는 의미있는 조명이 계획되어져야 한다. 정부나 지자체 주도로 이러한 가치를 담는 것은 어려우며 지역 주민의 협력과 지자체의 적극적인 협력은 필수이다.

다리 야경 이미지를 보면 이 곳이 통영인지, 논산인지, 보성인지 알아야 의미 있는 야간명소라고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이번 연휴에는 자카르타의 아름다운 밤거리, 단순함에서 찾은 선물 같은 여행을 떠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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