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핫이슈] 동북공정 지도‧안내판 오류…잇따라 발견되는 국중박 실수
[국감핫이슈] 동북공정 지도‧안내판 오류…잇따라 발견되는 국중박 실수
  • 안소현 기자
  • 승인 2021.10.15 14: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석사 이상 학위 갖춘 전문 인력 90명, 아무도 발견하지 못한 실수
최근 5년간 박물관 안내판 10곳서 오류 발견

[서울문화투데이 안소현 기자] 국립중앙박물관이 이번 국정감사에서 몸살을 앓고 있다. 거액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립 박물관임에도 지나치게 실수가 잦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송파을)은 거액의 예산이 투입된 전시 영상에서 동북공정 지도를 들춰냈고, 더불어민주당 김승원 의원(수원시갑)은 작품 안내판에서 다수의 오류를 발견했다.    

국중박, 동북공정 지도 담은 영상 반년간 전시 논란…위키피디아 참고?

국립중앙박물관이 동북공정 지도를 이용한 영상을 지난 3월부터 9월 15일까지 약 반년간 전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중국 역사를 담은 6분가량의 영상으로 상설전시관 중국실에 전시돼 있었으며, 제작하는 데에는 총 1억2000만 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이 기간에 박물관을 찾은 관람객은 약 57만 명에 달한다. 

▲문제가 된 영상의 지도 (사진=배현진 의원실)
▲문제가 된 영상의 지도 (사진=배현진 의원실)

문제의 영상에는 삼국지 시대 중국 위나라가 백제가 있던 충청도까지 다스렸다고 표시돼 있을 뿐만 아니라, 한나라는 한강 이북지역까지, 명나라는 만주 지역까지 지배했다고 표기돼 있었다. 이에 지도가 중국 동북공정 논리를 담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박물관 측은 해당 역사 지도를 만드는 데 위키피디아를 참고했으며, 제작 과정에서 외부 전문가의 감수조차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석사 이상의 학위를 갖춘 학예직 전문 인력이 올해에만 90명인데도 아무도 이를 발견하지 못한 것이다. 지난 3년간 학예연구직 인건비는 약 15억 원이 증액됐다. 

박물관은 위키피디아 지도 외의 다른 부분은 『케임브리지 일러스트레이티드 히스토리, 차이나』를, 연표 및 시대 개괄 설명 부분은 웬 퐁‧제임스 와트의 『과거를 소유하다(Possessing the Past)』, 마이클 셜리번의 『중국미술사』, 북경중앙미술학원이 펴낸 『간추린 중국미술의 역사』 등 외국 서적 4권을 참고했다고 얘기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서도 국립박물관이 서양 중심 역사관을 따랐다는 비판이 뒤를 이었다.   

▲국립중앙박물관장 민병찬이 국정감사에서 머리 숙여 사죄하고 있다 (사진=배현진 의원실)
▲국립중앙박물관장 민병찬이 국정감사에서 머리 숙여 사죄하고 있다 (사진=배현진 의원실)

국립중앙박물관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일본의 식민사관을 그대로 반영한 가야사 전시로 역사 왜곡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배현진 의원은 지난 7일 국정감사에서 국립중앙박물관의 과오를 지적하며 “다시는 이런 논란이 국가 예산으로 운영되는 문화 기관에서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며 민병찬 관장에게 예산을 허투루 사용한 것에 대해 국민 앞에서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민 관장은 “앞으로는 친중 논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확실히 보완 및 개선해 사소한 실수도 없도록 하겠다. 죄송하다”라고 밝혔다. 

국립박물관 격 낮추는 안내판 오류 다수 발견

한편 박물관은 이번 국정감사에서 안내판 제작·관리 문제도 지적받았다. 최근 5년간 박물관 안내판 중 무려 10곳에서 오류가 발견됐다. 영어·한자·연대 표기 오류 등 사소한 오탈자부터 시작해 지도 속 영토 표시·설명에 대한 오류까지 있었다.

특히 박물관 1층에 전시된 국보 제86호 ‘경천사십층석탑’의 안내판이 문제가 됐다. 회색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경천사십층석탑은 일반적인 전통 탑과 달리 그 구조와 생김새가 독특해 많은 관람객이 찾는 문화재다. 탑의 조성 경위를 알리는 발원문에는 경천사십층석탑이 고려 시대 원나라 황실의 안녕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기재돼 있다. 그러나 박물관은 위 사실을 안내판에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최근 5년간 국립중앙박물관 안내판 오류 수정 현황 (사진=김승원 의원실 제공)
▲최근 5년간 국립중앙박물관 안내판 오류 수정 현황 (사진=김승원 의원실 제공)

국립중앙박물관은 “오류가 있음을 확인해 현재 경천사십층석탑의 안내판 내용을 시정한 상태”라고 답변했다. 이에 문제를 지적한 김승원 의원은 “국립중앙박물관은 경천사십층석탑에서 증강현실 AR, 미디어파사드 등 여러 차례 비중 있는 이벤트를 진행한 적 있다. 많은 관람객이 경천사십층석탑을 보기 위해 찾아오는 만큼, 해당 문화재의 역사적 사실을 정확히 전달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상설전시관의 안내판에 대한 국어전문가의 감수를 통해 오류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김 의원은 “문화재청의 경우, 전국 모든 문화재를 대상으로 안내판 실태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라며 “한국 최대의 박물관이자 대표 국립 박물관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설명문 오류로 국민들에게 역사적 혼란을 주는 상황이 반복되지 않도록, 안내판 실태조사 및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