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프리뷰]1만 시간을 뛰어 넘은 4명의 빌리, 무대 위를 날다
[현장프리뷰]1만 시간을 뛰어 넘은 4명의 빌리, 무대 위를 날다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1.10.19 17: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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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명의 빌리, 약 18개월 간의 준비 마치고 지난 8월 말 무대로
내년 2월 2일까지 대성 디큐브아트센터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1만 3488시간, 562일, 약 18개월의 연습 기간을 거쳐 네 명의 빌리가 무대 위에 올랐다. 

19일 오후 대성 디큐브아트센터에서 뮤지컬 ‘빌레 엘리어트’ 프레스콜이 진행됐다. 이날 현장에는 네 명의 빌리 김시훈ㆍ이우진ㆍ전강혁ㆍ주현준을 비롯해 미세스 윌킨슨 역을 맡은 최정원ㆍ김영주, 빌리 아빠 역의 조정근ㆍ최명경, 빌리 할머니 역의 박정자, 이재은(국내협력연출), 이정권(국내협력안무), 신현지(국내협력조안무), 오민영(국내협력음악감독)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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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출연진 및 스태프 일동

장면 시연에 앞서 박명성 프로듀서는 “그간 수십 년 간 작품을 올렸지만, 어떤 작품이 가장 힘드냐고 물어본다면 ‘빌리 엘리어트’를 꼽을 수 있다. 라이선스, 대관, 행정 업무 등을 제외하고라도 아역 배우를 트레이닝 하는 과정은 거의 1년 6개월 정도 걸린다”라고 말했다. 

이어 “‘빌리 엘리어트’는 7세부터 80세까지 폭넓은 배우층을 형성하고 있다. 공연 준비와 더불어 지난해부터 코로나19 여파로 힘든 연습 기간을 보냈다. 하지만 네 명의 빌리들을 포함해 아역, 성인, 크리에이티브 팀원들, 뮤지션 등 백여 명의 스태프와 출연진 덕분에 작품을 만들 수 있었다”라며 작품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빌리 엘리어트’는 1980년대 광부 대파업 시기의 영국 북부 지역을 배경으로 한다. 복싱 수업 중 우연히 접한 발레를 통해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꿈을 찾아가는 소년 빌리의 여정을 담은 작품이다. 2000년 개봉해 아카데미에 노미네이트됐던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한다. 2005년 런던에서 초연된 이후 2008년 브로드웨이로 진출했고, 전 세계에서 약 1,2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0년과 2017년 공연됐고, 4년 만에 세 번째 시즌으로 돌아와 관객을 만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10년 초연됐고, 7년 만인 2017년 재공연 됐다.

신현지 조안무는 “4년 만에 다시 가족을 만난 느낌이다. 새로운 빌리들을 기대하며 다시 시작한 ‘빌리 엘리어트’를 기쁜 마음으로 맞이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오민영 음악감독은 “‘빌리 엘리어트’를 다시 만나면서 이 작품이 좋은 작품이었구나, 새삼 느꼈다. 연습 과정에서도, 공연을 하면서도 아이들이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보며 매회, 매번 느끼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날 프레스콜에서는 ‘Expressing Yourself’부터 ‘Angry Dance’, ‘Solidarity’, ‘Electricity’까지 총 네 장면이 시연됐다. 

지난 8월 31일부터 공연을 시작한 빌리들은 약 한 달 여 기간 동안 무대에 오른 소감으로 “여전히 떨린다”고 입을 모았다. 전강혁은 “첫 공연 때는 무대 올라가기 전에는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시작이 다가올수록 너무 긴장됐다. 심장소리가 귓가에 들릴 정도였다. 그런데 무대에 서니까 긴장이 점점 풀리더라. Solidarity 정도가 되니 조금 진정이 됐다. 지금은 많이 편해졌다”라고 무대에 오른 소감을 전했다.

김시훈은 “첫 공연 무대에 서기 전에 정말 떨렸다. 그런데 어느 순간 긴장이 갑자기 사라졌다. 이제는 어느 정도 마음 편히 할 수 있지만 여전히 떨리긴 떨린다”라고 공연의 긴장감을 표현했다.

이를 들은 최정원은 “(빌리들이) 첫 무대 당시 떨린다고 했는데 저는 33년이 됐는데도 여전히 떨린다”면서 “무대 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이 떨림이 사라지지 않길 바란다. (빌리들도) 이 떨림이 귀하게 느껴지는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빌리가 특별한 건 4명의 색이 달라서 매일 처음 하는 공연처럼 느껴진다. 한 달이 지났다고 하더라도 늘 첫 공연인 것처럼 하게 된다”라고 밝혔다. 

김영주 역시 “무대에서 아이들과 함께 한다는 자체가 성인 배우들에게는 큰 영광이다. 아이들은 순수해서 어떻게 어떤 행동이 나올지, 성인들이 그 인물이 되어있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다. 우리한테는 아이들이 선생님 같다. 아이들의 순수함은 성인들은 따라할 수 없는 위대함이 있다. 함께 공연하는 자체가 기쁜 일이고 쭉 이어가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빌리 엘리어트’는 코로나19의 여파로 인해 2주간 공연을 멈추기도 했다. 주현준은 당시를 떠올리며 “자가격리를 하면서 집에 갇혀있는 기분이었다. 자가격리가 해제되고 나서는 공기의 소중함, 세상의 소중함을 느꼈다”라고 답해 좌중에 웃음을 안겼다. 이어 “특히 ‘Angry Dance’에서 빌리가 박스 안에 갇힌 게 (자가격리 당시) 집에 갇힌 기분과 같아서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빌리 엘리어트’에 대한 애정도 남달랐다. 작품의 최고령 배우인 박정자는 “4년 전에도 빌리의 할머니로 출연했었고, 이번 무대에 다시 함께 하게 됐는데 이번 공연이 더 떨린다. 내가 부르는 넘버는 딱 한 곡인데 실수할까봐 굉장히 긴장을 하고 무대에 오른다. 믿을지 모르겠지만 무대에 등장하기 직전까지 200% 긴장한다”라며 “무대에 60년 서는 동안 대표작으로 ‘빌리 엘리어트’를 꼭 꼽으리라고 마음먹는다. 늘 감동을 주고, 무대 밖에 많은 앙상블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뜨거워지고 에너지를 얻는다. 많이 응원해달라”라고 강조했다.

조정근은 “40년 전 영국 탄광 이야기인데 빌리를 포함한 아이들, 가족들 이야기는 어쩌면 오늘 우리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참여하는 배우로서 실감 있게 같이 공연 참여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최명경은 “4년 전 재연에 이어 이번에도 불러주신 덕분에 다시 한 번 아빠 역할을 하고 있다. 좋은 작품에 다시 한 번 참여하게 돼 가문의 영광으로 생각한다. 저번 공연 때는 아빠라는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 개인적인 부분에 치중을 했다면, 이번에는 더 녹아들려 노력을 많이 했다. 이번에도 좋은 연기로 여러분들에게 좋은 작품 보여드리겠다”라고 말했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는 2022년 2월 2일까지 대성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