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프리뷰] ⟪올해의 작가상 2021⟫…재난 통과한 4인 작가 전시 펼쳐져
[현장프리뷰] ⟪올해의 작가상 2021⟫…재난 통과한 4인 작가 전시 펼쳐져
  • 안소현 기자
  • 승인 2021.10.20 13: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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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서울, 2021.10.20~2022.03.30
김상진, 방정아, 오민, 최창숙 작가 후보 선정

[서울문화투데이 안소현 기자] 《올해의 작가상》 시즌이 돌아왔다. 2012년부터 국립현대미술관과 SBS문화재단이 공동 주최해온 한국의 대표적 미술상이다. 매년 미학적, 사회적 이슈를 다루는 동시대 시각예술가 4인을 후원작가로 선정해 신작 제작 지원과 전시 기회를 제공한 후, 전문가 심사를 거쳐 최종 1인을 올해의 작가로 선정한다. 올해 선정된 4인의 작가는 김상진, 방정아, 오민, 최창숙이다. 전시는 오는 20일부터 내년 3월 30일까지 개최된다.

▲김상진, 'I will disappear', 2021, 스테인레스, LED 조명, 400×206×5cm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제공)
▲김상진, 'I will disappear', 2021, 스테인레스, LED 조명, 400×206×5cm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이번 전시는 4인 작가의 개인전이자 ‘재난’이라는 공통 키워드로 엮인 기획전이기도 하다. 이들 작가는 부산, 서울, 암스테르담, 베를린에서 각자 경험한 재난의 시간을 자신의 언어로 풀어내 펼쳐 보인다. 동선은 3전시실 김상진의 방에서 시작해 4전시실 오민, 2전시실 최찬숙·방정아의 방으로 이어지도록 계획됐다. 방마다 작가들이 직접 붙인 소제목 붙어 있다.

김상진·최찬숙, 감각을 일깨우는 몰입형 전시를 선보이다

김상진 작가는 영상, 설치, 조각 등 다양한 매체로 인간과 세계를 탐구해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팬데믹 이후 가상 경험이 우리 세계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사운드 설치를 통해 살펴본다. <비디오 게임 속 램프는 진짜 전기를 소비한다>라는 제목이 붙은 어두컴컴한 방 안으로 들어가면 엠비언트 음악이 울려 퍼진다. 관객에게 유기적 전시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작가가 직접 작곡했다고 한다.

▲김상진, 'Chroma Key Green', 2021, 레진, 투명우레탄비닐, 크로마키 슈트, 160×45×45cm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제공)
▲김상진, 'Chroma Key Green', 2021, 레진, 투명우레탄비닐, 크로마키 슈트, 160×45×45cm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전시장 중앙에는 신작 <로파이 마니페스토_클라우드 플렉스 Lo-fi Manifesto_Cloud Flex)가 놓여있다. 커다란 단상 위에 텅 빈 교실 하나가 설치돼 있고, 학생들이 천장에 매달린 소용돌이-네트워크 패널 안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김상진은 ‘하이파이’에 반대되는 ‘로파이’ 개념을 통해 일상으로 편입된 가상을 그려내고자 했다고 밝혔다. 하이파이가 다양한 음역을 깔끔하게 담아내는 고음질 오디오라면, 로파이는 각종 잡음을 포함하고 있는 편안한 저음질 오디오를 가리킨다. 첨단 기술로 구축된 하이파이 가상이 사람들에게 경이감을 안겨준다면, 로파이 가상은 새로울 것 하나 없는 일상적인 경험을 제공한다. 인터넷 및 디지털 기기로 진행하는 수업은 과거에는 미래지향적으로 느껴졌지만, 지금은 너무나도 익숙한 수업 형태다. 작가는 여기에서 착안해 컴퓨터로 매개된 동시대 교실을 그리고자 했다.

최찬숙 작가의 방 <큐빗 투 아담 qbit to adam>은 온통 구릿빛이다. 바닥과 벽면에는 구릿빛 표면이 깔려 있고, 같은 소재를 이용한 설치물 위에는 영상들이 재생되고 있었다. 최찬숙은 베를린에서 20년 넘게 거주하며 정신적 이주와 물리적 이주에 관심을 두게 됐다. 이러한 경험을 기반으로 모두의 자연이었던 땅이 제도권 안으로 들어와 재화로 교환되어온 상황을 다양한 매체를 통해 탐구해 왔다.

<큐빗 투 아담>은 칠레 북부에 있는 한 사막을 모티브로 진행한 작업이다. 이 지역에는 세계 최대의 구리광산이 있는데, 광산 바로 옆에는 전파망원경 기지가 있다고 한다. 한쪽에서 땅끝까지 파 내려가며 구리를 채취할 때, 다른 한쪽에서 보이는 땅 너머의 행성을 연구하는 상황이 흥미롭게 느껴졌다고 한다. 작가는 과거의 광산 채굴과 오늘날의 가상화폐 채굴을 연결해 인간의 노동과 물질 소유의 역사를 파헤치려고 했다. 최찬숙은 해당 지역에서 있는 그대로의 땅을 대상으로 마주할 수 있었다며, 땅이 인공 형태로 가공되며 확장되는 형태를 설치로 풀어보고자 했다고 말했다. 전시장에 설치된 3채널의 영상 속에서는 서로 다른 서사가 합쳐지고 분리되며 서로 간의 관계를 재정립한다. 동시에 작가는 가상공간과 시스템이 기존의 서사와 어떻게 만나 물리적인 감각을 일으키는지, 이러한 공간에서 새롭게 감지되는 감각과 존재는 무엇인지에 질문을 던진다.

▲최찬숙, '큐빗 투 아담 qbit to adam' 전경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최찬숙, '큐빗 투 아담 qbit to adam' 전경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오민·방정아, ‘지금 여기라는 의제로 각기 다른 일상 포착

오민 작가의  <헤테로포니> 방에서는 신작 <헤테로크로니의 헤테로포니>를 만나볼 수 있다. 오민은 음악, 사운드, 퍼포먼스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간의 속성과 성질을 실험해왔다. ‘헤테로포니’는 하나의 선율을 여러 사람이 동시에 연주할 때 연주자마다 선율이 한 데 공존하는 상태를 말하는 음악 용어다. 입체적인 사운드 설치와 5채널 비디오로 구성된 이번 작품을 통해 작가는 전시장에서 관람객이 어떤 경로로 움직이고 이미지를 경험하는지,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시각 예술에서 재료와 형식이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질문한다.

이번 전시에서 오민은 ‘기록된 상태로 라이브 퍼포먼스가 발생할 수 있는가?’ 라는 질문에 답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시간을 기반으로 하는 두 예술 장르, 즉 퍼포먼스와 설치에 집중했다. 작가는 퍼포먼스와 설치가 ‘수행’이라는 재료로 맞닿아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이를 뒷받침 해왔던 ‘지금, 여기’라는 개념에 질문을 던진다.

우선 3채널로 구성된 대형 스크린에는 수행하는 행위자의 모습을 담았다. 4가지 다른 카메라로 촬영된 행위자는 화면 안에서 다양한 ‘수행’을 하고 있다. 생각하는 수행, 보는 수행, 앉아있는 수행 등. 퍼포먼스는 보통 ‘지금, 여기’의 물질 감각을 기반으로 한다. 이 작품은 카메라를 통해 수행하는 상태를 훨씬 더 집중적으로 볼 수 있다면, 영상 등의 시간 기반 설치(time-based installation)로도 라이브 퍼포먼스가 작동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오민, '헤테로포니' 전경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오민, '헤테로포니' 전경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전시장 왼쪽 벽면에 위치한 1채널 스크린에는 행위자를 촬영하는 스태프들을 만나볼 수 있다. 작가는 수행이 ‘행위’라기보다는 ‘생각’에 가깝다고 여긴다. 그리고 수행이 하나의 ‘생각’이라면 스태프들의 움직임과 공연자의 움직임은 별다를 게 없다는 생각이다. 스태프들 역시 공연을 무사히 마치기 위해 머릿속으로 다양한 계산을 하며, 이러한 계산에 기반해 신체를 움직이기 때문이다. 한편, 3채널 스크린 맞은편에 있는 마지막 스크린에서는 퍼포먼스 중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나야 하는지 기록해 놓은 ‘스코어’가 떠다닌다. 촬영자의 머릿속에는 스코어 기록이 완전하게 입력돼 있다. 이를 통해 작가는 ‘지금, 여기’라는 개념이 일종의 허구라는 생각을 드러낸다. ‘현재’라는 순간은 늘 과거와 연결돼 있고, ‘수행’이라는 것은 끊임없이 과거로 되돌아가는 행위를 전제로 한다는 점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방정아 작가의 <흐물흐물>은 유일하게 회화 작업으로 구성된 방이다. ‘흐물흐물’은 고체가 액체로 변하는 상태를 묘사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견고한 체제 등이 무너지는 모습을 나타낸 표현이기도 하다. 부산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방정아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자신의 일상 이면의 사건들을 소재로 다뤘다. 방은 두 섹션으로 구분되어 각각 ‘한국의 정치 풍경’과 ‘플라스틱 생태계’를 담아냈다.

‘한국의 정치 풍경’에서는 한국의 정치 상황을 대형회화 작품으로 선보이고, 관객을 자신의 ‘지금, 여기’로 편입 시켜 자연스럽게 자신의 경험과 시선을 공유한다. 작가가 생활하는 부산은 외지인에게는 보통 관광지로 인식되지만, 실제로는 원전에 둘러싸여 있는 데다 탄저균 실험이 벌어지고 있는 지역이라고 한다. 작가는 이러한 부산의 상황을 그림으로 풀어냈다.

▲방정아, '플라스틱 생태계' 전경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제공)
▲방정아, '플라스틱 생태계' 전경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제공)

그림 <미국, 그의 한결같은 태도> 같은 경우에는 부산에서 미군이 몰래 시행한 탄저균 실험을 소재로 했다. 이 실험은 생화학 무기에 대응하려고 진행하는 ‘주피터(JUPITR)’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부산 시민들이 여러 차례 항의해왔지만, 주한 미군 지위 협정(SOFA) 때문에 현재로서는 해결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다. 작가는 그림에서 제우스, 즉 주피터를 미국으로 두고, 그를 둘러싸고 있는 삼미신은 부산 시민으로 표현했다. 가운데 위치한 인위적인 정원은 신축 아파트 정원에서 영감을 받은 것인데 부산시를 묘사한 것이라고 한다. 인물들의 경계선은 뚜렷하지 않고, 여러 선이 겹쳐 그려져 있다. 방정아 작가는 언젠가부터 뚜렷한 경계선이 싫어졌으며, 오히려 무너진 형태가 새로운 가능성을 만드는 것이 흥미롭게 느껴졌다고 밝혔다. 한편 뒷방에 있는 ‘플라스틱 생태계’는 원전 수조를 생각하면서 구성한 공간이라고 한다. 푸른빛을 띠는 페인트로 벽면을 칠하고, 의자는 폐연료봉처럼 꾸몄다. 플라스틱 생태계와 핵발전소 위험성을 연결해 그렸다.

⟪올해의 작가상 2021⟫은 4명의 작가를 경유해 동시대 의제를 살펴볼 수 있는 자리다. 작품을 마주하며 관객 자신의 일상을 둘러싼 여러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특히 올해는 작가 모두 동시대 현안과 관련한 다양한 매체의 작업을 선보인다는 점에서 그 어느 해보다 다채로운 ⟪올해의 작가상⟫ 전시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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