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프리뷰] ‘달에서 바라본 지구 ’... “2021 노원 달빛 산책” 개막
[현장프리뷰] ‘달에서 바라본 지구 ’... “2021 노원 달빛 산책” 개막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1.10.24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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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개막해 11월 7일까지, 당현천 구간
오승록 구청장 "코로나19로 많이 지치고 힘든 구민이 위로와 치유의 시간 가졌으면 좋겠다"
김승국 노원문화재단 이사장 "방역 지키며 코로나로 지친 구민에게 위로 건넬 수 있는 방법 고민, 천변 산책과 작품 감상" 두마리 토끼 잡아
전영일 예술감독 "달에서 본 지구는 더 아름답고, 생명 에너지가 넘치는 고귀한 존재, 인류 행복 염원 보내고자" 전시기획
5명 작가...감상 위치마다 형태 달라지는 작품, 위로 메세지 담아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노원구 대표 빛 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노원 달빛 산책”이 지난 20일 간단한 점등식을 시작으로 축제의 막을 열었다. 지난해에는 지구에서 바라본 달을 주제로 축제를 열었다면 올해는 ‘달에서 바라본 지구’라는 주제로 축제를 구성했다. 지난해 축제와 연속성을 지니면서 코로나를 견디고 있는 지구상 모든 존재를 조금 멀리서 바라보며 응원하는 시각을 담아냈다.

▲2021 노원달빛 산책 전경 '고래가족' 일부 (사진=서울문화투데이)
▲2021 노원달빛 산책 전경, 전영일 '고래가족' 일부 (사진=서울문화투데이)

축제를 기획한 전영일 예술 감독은 “달에서 본 지구는 지구에서 본 달보다 훨씬 더 아름답고, 생명의 에너지가 넘치는 고귀한 존재로 보일 것이다”라며 “우리가 달에게 소원을 빌듯 더 아름다운 지구에게 아주 오랫동안 우리 가족과 모든 인류가 행복하게 잘 살 수 있게 해달라는 염원을 보내고자 했다”라며 축제의 의미를 전했다.

점등식에는 오승록 노원구청장과 최윤남 노원구의회 의장, 김승국 노원문화재단 이사장, 전영일 예술 감독이 자리해 19일간 당현천을 아름답게 수놓을 작품에 첫 불을 밝혔다. 중앙 무대 앞에는 거리두기를 하고 앉은 구민들이 모여 간단한 무대 프로그램을 감상했다. 종이로 만들어진 호랑이 조형물이 불길로 둘러싼 무대를 오고가는 모습에서 축제의 시작이 느껴졌다.

점등식에 참여한 오 구청장은 “코로나19로 많이 지치고 힘든 구민이 위로와 치유의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행사를 기획하게 됐다”라며 “작품 간 간격을 넓혀서 자연스럽게 거리두기를 하면서 작품을 관람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라고 말했다.

▲오종선 '숨', 공룡알을 형상화한 빛조각이 흔들리면서 생명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사진=서울문화투데이)
▲오종선 '숨', 공룡알을 형상화한 빛조각이 흔들리면서 생명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사진=서울문화투데이)

저녁 6시 정각에 시작된 점등식 이후 빠르게 해가 져서, 산책을 나온 많은 구민들이 아름다운 작품으로 표현된 달빛들을 구경할 수 있었다. 갑작스럽게 추워진 날씨에 축제 진행요원들은 두꺼운 옷을 껴입고 방역지침 안내에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였다. 축제가 시작되는 날인만큼 업무가 익숙하지 않은 요원들의 허둥대는 모습도 볼 수 있었지만, 친절한 태도로 구민들을 안내하고자 힘을 쏟는 것 같았다.

약 2km 구간의 중계역과 상계역 사이 불암교에서 당현3교까지의 당현천에서 열리는 “노원달빛산책” 전시에선 150여 점의 한지등과 현대미술 작가 5인의 ‘특별전’,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예술가 6인의 ‘초대전’ 등을 관람할 수 있다. 축제 일정을 알고 참석한 구민 뿐 만 아니라, 퇴근길에 자연스럽게 천변을 거닐던 구민 모두 아름다운 한지등을 보고 행복함을 드러냈다.

지난해부터 시작한 “노원달빛산책”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방역을 이유로 기존과 같은 축제 시스템을 운영할 수 없어 노원문화재단의 고민 끝에 나온 새로운 축제 기획이다. 김승국 노원문화재단 이사장은 “재작년까지만 해도 노원구는 ‘노원 등축제’라는 이름 아래 일반 지자체에서 선보이던 등축제를 선보여 왔는데, 코로나19 확산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라며 “방역을 지키면서 지친 구민에게 위로를 건넬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천변을 거닐면서 자연스럽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축제를 기획하게 됐다”라고 축제 준비 과정을 설명했다.

▲'달집' 앞에서 작품을 가리키고 있는 김승국 노원문화재단 이사장 (사진=서울문화투데이)
▲이기일 '달집' 앞에서 작품을 가리키고 있는 김승국 노원문화재단 이사장 (사진=서울문화투데이)

‘노원달빛축제’만의 특장점은 주제를 지니고 있는 등을 관람할 수 있다는 점이다. 국내 여러 지역에서 펼쳐지고 있는 등축제에선 같은 작품을 이곳저곳에서 반복 사용하는 경우가 있지만, 노원구 축제의 경우 예술 감독의 기획 하에 작품이 준비되고 올해 축제만을 위해 제작된 등을 공개한다. 이 점에서 축제의 의미가 더욱 깊어질 수 있고,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등이 공개된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가질 수 있게 된다고 한다. 

또한, 하나의 주제 하에 제작된 등은 각각의 개성을 뽐내면서도 함께 어우러졌을 때의 아름다움도 지니고 있다. 불암교에서 시작되는 전시를 천천히 보면서 2km의 당현천변을 거닐면, 등불이 전하는 온화한 위로에 몸과 마음이 풀어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노원달빛산책’을 선보이며 남다른 자부심을 드러낸 김 이사장은 “코로나 이후 새로운 축제의 장을 연 ‘노원달빛산책’이 문화계 축제 관련 인사들에게 스터디가 될 수 있는 케이스가 되길 바란다”라며 “노원구민 뿐만 아니라 서울시민들이 등 축제를 통해 따뜻한 위안을 받아가길 기원한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이번 “노원달빛산책”에서는 ‘달빛 해설사’라는 노원구민이 직접 참여하는 축제 전시 도슨트가 운영된다. 1일 1회 10명 이내로 진행되며, 노원문화재단 홈페이지에서 자세한 사항을 찾아볼 수 있다. 축제 첫날부터 ‘달빛해설사’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었는데, 구민들이 해설사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며 작품의 이모저모를 살펴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달빛해설사’는 축제 준비과정에서 구민을 모집해, 일정기간의 교육을 거쳐서 운영되는 프로그램이다. 해설사로 참여하는 구민 중에는 성악을 전공하고 미술과는 전혀 연관성이 없지만, 본인이 가진 예술적 역량을 토대로 해설을 익혀 자원봉사에 나선 이도 있었다.

▲'치유의 꽃'을 관람하기 위해 줄을 서있는 관람객들 (사진=서울문화투데이)
▲'치유의 꽃'을 관람하기 위해 줄을 서있는 관람객들 (사진=서울문화투데이)

구민들에게 위안을 전하고, 공동체의 따뜻함과 연대를 지향점으로 운영되는 “노원달빛산책”의 참여 작품 면면에서도 희망과 ‘우리’에 대한 메시지를 읽어볼 수 있다. 작품을 관람하는 길목 바닥에서는 ‘미래’라고 적힌 표식을 가끔씩 볼 수 있는데 그 표식 위에 서서 작품을 바라보면, 작품이 숨기고 있었던 메시지를 마주할 수 있다.

이번 축제의 대표 작품인 전영일 작가의 <치유의 꽃>은 거리를 두고 설치된 한 개의 꽃 봉우리와 두 개의 꽃잎으로 이뤄진 조형물이다. 거리를 두고 떨어진 세 개의 꽃잎은 현재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면서 각자의 삶에 고립돼가고 있는 우리 일상의 모습, 개인의 순간을 담고 있다. 그런데, 떨어져 있는 이 꽃잎 조형물을 ‘미래’라고 적혀있는 표식 위에 서서 바라 볼 때 붉은 색의 만발한 꽃의 형태로 만날 수 있다. 작가는 <치유의 꽃>을 통해 지금 현재 거리를 두고 있는 우리가 미래에는 다시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전하며, 그 미래는 만발한 꽃처럼 아주 아름다울 것이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치유의 꽃>은 세 개의 꽃잎이 하나로 모아졌을 때 그 아름다움이 배가 되지만, 사실 그 꽃잎 한장 한장도 은은한 아름다움을 갖고 있다. 코로나19로 일상 속에 고립돼 멈춰있는 지금 우리 자신도, 사실은 아주 만발한 꽃의 일부분이고 혼자일 때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이야기를 전하는 듯하다.

▲'치유의 꽃' 전영일 (사진=서울문화투데이)
▲'치유의 꽃' 전영일 (사진=서울문화투데이)

작품을 관람하는 자리마다 모습을 달리 하는 작품은 <치유의 꽃> 이외에도 전영일 작가의 <희망의 관점>, <지금과 내일>이라는 작품이 있다. <희망의 관점>은 두 그루의 단풍나무에 2021개의 단풍잎을 설치 한 작품인데, 이 작품을 ‘미래’의 위치에서 보면 하나의 거대한 날개, 나비, 새의 형상을 볼 수 있다. 전 작가는 “<희망의 관점>이 만드는 형상은 관람객이 원하는 형상이었으면 좋겠다”라며 작품이 개인들이 원하는 희망으로 읽히길 바라는 의미를 전했다. <지금과 내일>이라는 작품은 등을 돌리고 선 남녀의 얼굴 조형물 뒤편에 놓인 거울로 ‘오늘’에선 떨어져있지만, ‘내일’에선 얼굴을 마주하고 있는 형상을 드러낸다.

세 작품 모두, 잇단 거리 두기로 멀어진 지금을 은유하며 곧 마주하게 될 미래엔 함께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한다. 천변을 거닐면서 작품을 관람하는 축제인 만큼 이동에 따라 모습을 달리 하는 작품들은 관람에 재미도 더한다.

이외에도 특별전에 초청된 인송자, 김현준, 권민우, 최성균, 오종선 5인의 작가들은 개인의 개성을 살리면서 지금 시대와 달빛을 은유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인송자 작가는 팬데믹으로 복잡하게 얽힌 지금 시대 속, 우리가 찾아낸 균형에 대해 이야기 하는 <혼돈, 균형>을 선보인다. 권민우 작가는 수학 대중화를 위해 개관한 ‘노원수학문학관’을 기념하는 <수학의 이모티콘> 작품을 공개했다. 움직임을 가지고 있는 키네틱 아트로 남녀노소 모두 흥미롭게 관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성균, 물소리 문 (사진=서울문화투데이)
▲최성균 '물소리, 문' (사진=서울문화투데이)

당현1교 부근에는 <월인천강>이라는 작품이 있다. 나무 위 하나의 큰 보름달등과 물이 담긴 장독대로 구성된 작품이다. 큰 달을 보고, 하나의 장독대 앞으로 가면 장독대 안에 떠있는 나만의 달을 만날 수 있다. 우리 모두의 바람을 담고 있는 큰 달의 고귀함과 달이 나만의 것으로 다가왔을 때의 충만감을 함께 느껴볼 수 있다. 일정한 거리두기를 지키면서 작품을 구경하는 “노원달빛산책”은 가을밤에 조용히 천변을 거닐며 ‘개인’의 의미를 찾아보는 축제가 될 수 있으면서, 길을 함께 걸어가는 구민들 사이에서 ‘함께’의 의미도 느껴볼 수 있는 자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