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중강의 뮤지컬레터]‘국민가수’ 김희석, 김성준, 유용민, 이주천
[윤중강의 뮤지컬레터]‘국민가수’ 김희석, 김성준, 유용민, 이주천
  • 윤중강 평론가/ 연출가
  • 승인 2021.10.27 09: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윤중강 평론가/ 연출가
▲윤중강 평론가/ 연출가

‘휘파람’이란 제목의 가요 두 곡이 있다. 곡명만 같다. 각각 1935년과 1985년에 크게 히트했고, 고복수와 이문세가 불렀다. 50년을 사이에 두고, 두 가수를 더욱 유명하게 만든 곡이다. 휘파람(1934년 12월 발표)은 손목인(1913~1999)이 작곡했고, 1930년대를 ‘고복수 시대’로 만든 대표곡이다. ‘내일은 미스터트롯’(2020)에서 한국가요사의 유명곡으로 등장하길 바랐다. 

‘내일은 국민가수’(이하 ‘국민가수’)가 화제다. 본선 1차전 팀미션에서, ‘대학부’가 선택한 곡은 휘파람(1985). 1980년대 한국형 발라드를 확립한 이영훈 (1960~2008)이 작사와 작곡했다. 그간 가수와 편곡을 달리한 ‘휘파람’을 참 많이 들었다. 이번 대학부 4인의 휘파람은 지금까지 들었던 최고의 휘파람이다. 김희석, 김성준, 유용민, 이주천. 4인은 앞으로 보석으로 빛날 원석이었다. 

‘국민가수’ 3회에서 ‘휘파람’을 부르는 4인을 통해서, 각자 노래를 부르는 방식의 차이는 발견하는 것도 흥미로웠다. 각각 ‘입의 김희석’, ‘귀의 김성준’, ‘목의 유용민’, ‘눈의 이주천’. 이렇게 부르려 한다. 

진정 노래를 위해서 김희석의 입은 존재했다. 입술부터 구강까지, 노래를 잘 부를 수 있는 조건을 갖추었다. 그를 벌써부터 K-소울이라고 부르는데, 김희석을 통해서 ‘한국적 블루스’가 새롭게 굳건해지길 기대한다. 김희석은 노래를 참 잘하는 가수다. 발음(發音)부터 성음(聲音)까지, 한국적(!) 영혼을 느끼게 해준다. 

기타를 치면서 노랬던 김성준은 ‘남의 소리’를 잘 들을 줄 알았다. 좋은 귀를 가졌다. 타인의 소리와 자신의 소리를 조화롭게 내는 방법이 자연스럽다. 기타와 코러스로 다른 사람의 노래를 잘 받쳐주다가, 자신의 파트가 오면 노래를 ‘가지고 놀 줄’ 알았다. 역시 그의 귀와 연결된다. 자신의 노래가 다른 사람의 귀에 ‘다르게 들리게 할 줄’ 아는 방식을 터득했다. 김성준은 노래를 잘 들을 줄 아는 가수다. 

유용민은 생김새도 출중했지만, 목부터 든든하고 안정적으로 받쳐주는 모습이다. 실제 목이 단단하고, 목청이 시원했다. 긍정적으로 ‘핏대’를 제대로 세우면서 노래를 했다. 유용민은 상반된 이중성이 무척 매력적이다. 용모는 ‘오빠형’이지만, 노래는 ‘형님형’이라고나 할까? ‘오빠’라고 부를 팬덤이 형성될 것 같은데, 실제 그의 노래는 형님같은 노래였다. ‘비열한 거리’(2006)의 조인성 이미지와 통한다고나 할까? 물론 유용민이 노래를 백배 잘하는 걸, 조인성배우도 인정할 거다. 그의 매력은 진정성이 전달되는 ‘돌직구 창법’이다. 유용민은 노래로 감정을 끌어올릴 줄 아는 가수다.  

끝으로 이주천은 매우 스타일리쉬하게 보인다. 특유의 보이스 컬러로 해서 그렇게 인식되기 쉽지만, 실제 이주천은 노래의 구조(Structure)를 참 잘 안다. 조금 과장된 표현이 가능하다면, 이주천은 ‘작곡가형 가수’ ‘편곡자형 아티스트’다. 4인의 리더로서 파트 분배를 잘하고, 그 안에서 각자의 매력 발산을 아는 방식(구성)을 잘 알고 있다. 이주천은 가수로서 공력의 발산해서 인정받을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음색이나 창법 등의 독특함을 바탕으로 신비주의 전략으로 가야하지 않을까? ‘노래의 구조를 이해하면서, 노래로 연기할 수 있는 가수’ 이주천을 만난게 된 것 등 덕분에 ‘국민가수’ 프로그램이 고맙다.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에 걸쳐서, ‘대학가요제’가 크게 인기를 끌었다. 그 시절의 인물과 앞의 4인을 비교해 볼까? 김희석은 이명우(가시리)와 최현군(백팔번뇌)을 떠올리게 한다. 노래에 영혼과 철학을 담는 계보를 잇고 있다. 김성준은 ‘꿈의 대화’를 부른 이범용과 닮았다. 김성준이 부르는 ‘꿈의 대화’가 듣고 싶다. 기타 하나로 반주하면서도, 두 파트(이범용, 한명훈)를 잘 소화할 것 같다. 유용민은 과거 대학가요제 출신의 여러 가수의 모습(장점)이 겹쳐진다. 내가(김학래), 어쩌다 마주친 그대(구창모)를 불러도 ‘자기화’시키면서 매우 잘 부를 것 같은 예감이다. ‘국민가수’에 이주천이 등장하는 순간부터, 내 눈엔 조하문(해야)이 겹쳐졌다. 조하문과 이주천은 닮은꼴이 많다. 그들은 노래의 디테일을 살기보다, 노래를 스타일(분위기)로 밀고 가는 아티스트다. 

대중가요와 인기가수는 시대에 따라 급속히 변화한다. 하지만 그렇게 변화하는 중에도 알게 모르게 지속되는 요인이 있다. 노래 면에서도 그렇고, 가수 면에서도 그렇다. 그걸 꿰뚫어보면, 거기서 한국가요만의 고유성이 발견된다. 이걸 한국 대중음악(가요)의 DNA라고 불러도 좋을까? ‘국민가수’가 본질적으로 오디션을 통한 순위프로그램이지만, 선곡을 통해서 한국가요의 ‘역사성’과 ‘동시대성’을 두루 조화롭게 담아내면서, 국민에게 한국가요의 맥락과 계보도 자연스레 알려주길 바란다. ‘국민가수’는 얼추 해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