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인터뷰] 전영일 노원달빛산책 예술 감독 “달에서 본 생명에너지 넘치는 지구를 향한 응원”
[현장인터뷰] 전영일 노원달빛산책 예술 감독 “달에서 본 생명에너지 넘치는 지구를 향한 응원”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1.10.27 10: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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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에서 본 고귀한 지구로 인류 행복 염원 담은 축제
연등 놀이는 우리 민족 고유 예술 유전자 담고 있어
전통과 현대 아우르는 ‘노원달빛산책’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달빛’은 우리 민족에게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푸근한 어머니의 품 같기도 하고, 아련한 옛추억을 떠올리게도 한다. 예부터 우리 민족은 달빛을 좋아해 가슴 속의 간절한 소원이 있으면 달님에게 빌고, 한가위가 되면 모두 다 달을 맞으러 나갔다. 2년 연속 ‘노원달빛산책’ 감독을 맡아온 전영일 예술 감독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달빛을 그냥 좋아하는 거 같다. 그게 그냥 우리 민족에게 내재된 감정으로 보인다”라고 말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노원달빛산책’은 지구와 달의 관계를 통해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세계를 바라보게 하고 있다. 지난 20일 “2021 노원달빛산책” 점등식에서 전영일 감독을 만났다.

▲전영일, 희망의 관점 (사진=서울문화투데이)
▲전영일, 희망의 관점 (사진=서울문화투데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노원달빛산책’의 감독을 맡았다. 올해 축제 부제는 ‘달, 지구를 보다’다. 작년 축제와 올해 축제의 차별점이 있다면.

주제를 살짝 비틀었다. ‘달빛’이라고 하는 주제는 변함이 없는데, 작년에는 달에 소원을 비는 행위, 지구의 시각이 중심이었다. 올해는 시각을 ‘달’로 옮겼다. 달을 통해 본 지구에 대해 전하며, 지구를 좀 더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자 했다. 달이 항상 지구를 보고 있었다면, 팬데믹 이후 지구를 보면서 ‘힘든 시간을 겪고 있구나’라고 인식했을 것이라고 봤다. 매일, 매년 수천 년 동안 늘 보던 지구에 변화가 생겼는데, 이전에는 겪어본 적 없는 고통스러운 일들이 매일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아마, 달은 우리 지구가 나아지길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달로 시각을 옮기면서 지구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제안하고 싶었다. 팬데믹을 겪고 있는 우리는 고통을 더욱 직접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냉철하게 현실을 판단하고,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본다. 객관적이고 냉철하지만, 희망을 품고 이 상황을 바라보는 시각을 시민들에게 전하며, 이 팬데믹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자 했다.

▲전영일과 시민 참여, 우리집 프로젝트 (사진=서울문화투데이)
▲전영일과 시민 참여, 우리집 프로젝트 (사진=서울문화투데이)

독특한 작품이 하나 있었다. ‘우리 집’이라는 나무로 만들어진 집인데, 앞에 진행요원이 핸드폰을 자신에게 반납하고 나무집 안으로 들어가 일행과 15분간의 시간을 보내고 나오면 된다는 안내를 해주더라. 어떤 의미가 있는 작품인가.

시민참여 작품인 ‘우리집 만들기 프로젝트’ 작품이다. 공공미술의 도전을 녹여낸 작품이다. 작가로서 한번 공공미술 분야에서 도전을 해보고 싶었다. 공공미술이란 것이 장점이 참 많은데, 최근에 이 분야가 형식적인 형태로 변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나쁘게 말하자면, 시민들을 이용해 공공예산을 한 번 지원받고 마는 경우가 많아진 것 같다. 공공미술이 예술적 역량이나 미술적 성취에 도달하기에는 어려운 지점이 있고, 시민 스스로가 작품의 주인으로 서기에도 한계가 있다고 본다. 때문에, 작가는 공공미술이라는 영역에서 시민의 미술적 역량을 끌어낼 수 있는 기술들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내가 고안한 것은 작품 내용에도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시도였다. 작품을 통해서 팬데믹 상황 속 가족의 의미를 돌아보고, 진정한 우리 집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기회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우리집’ 작품은 스마트기기 없는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완성된다. 시민들은 스마트폰 기기를 진행요원에게 반납하고 10분에서 15분간 ‘우리 집’이라는 작품 안에서 머물고 나온다. 그 안에서 대화를 하든, 그냥 가만히 앉아있든 가족들은 어떻게든 시간을 보내고 나올 것이다. 그리고, 참여한 시민들의 이야기를 조사해서 전시 도록에 ‘우리집은 어떤 집이다’하는 설명을 넣을 계획이다. 최종적으로 시민 참여로 작품 내용을 채우고 제목을 선정하는 것이다.

팬데믹으로 거리 두기가 시행되고 재택근무가 일상화되면서 가족들이 한 공간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됐다. 그런데, 같은 집 안에 있으면서 가족들이 어렵고 불편한 상황이 나타났다. 대화보다는 스마트기기와 익숙하며, 그 기기들과 5분도 떨어지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공공미술 영역에서 우리가 이 공동체를 유지하면 살아가고 있는 와중에 놓치고 있는 것이 없는지, 함께 고민한 기록을 만들고자 했다.

▲2021노원달빛산책 전영일 예술감독 (사진=노원문화재단 제공)
▲2021노원달빛산책 전영일 예술감독 (사진=노원문화재단 제공)

‘노원달빛산책’이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전시라고 설명했다. 어떤 식의 조화를 추구한 축제인가.

오랜 시간 우리 민족이 가지고 있는 미술의 맥에 대한 탐구를 해왔다. 서구적 관점에서는 팝아트, 한국적 시각에선 민중미술 정도에서 답을 찾아볼 수 있었다. 나는 ‘연등 놀이’가 한국 미술 유전자의 하나의 맥이 아닐까 생각했다. 많은 사람이 함께 준비하고 즐기는 과정이 있었고, 건강이나 행복 등 시대의 대중이 바라는 염원을 드러낸다는 점이 나의 시각에 힘을 실었다. 또한, 등을 만드는 행위가 사람들을 교육하거나 도제 방식으로 기술을 이전시키는 것이 아니라 관습적으로 대중의 일상 면면에서 관습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여기에 더해서, 최근 이미지와 정보가 범람하는 시대에서 작가만의 좀 더 창조적인 표현을 해야겠다고 느꼈다. 전통적인 등을 만드는 작업과 함께 현대적 조형언어를 녹여내겠다는 욕심이 그것이다. 그래서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축제라는 설명을 하게 됐다. 우리 민족의 맥이 있는 연등놀이를 이어가는 시민들의 대동놀이이자 현대적인 조형예술축제로서 예술가들의 놀이터도 됐으면 좋겠다.

▲전영일, 나무가족 (사진=노원문화재단 제공)
▲전영일, 나무가족 (사진=노원문화재단 제공)

마지막으로 축제를 통해, 관람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듣고 싶다.

사실, 이곳 당현천 ‘노원달빛산책’ 현장에 오면 다 알 수 있고 정말 정확하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라는 지금 이 어려운 시기를 조금 멀리서 바라보면, 견딜 수 있는 고통이고 우리는 곰 함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응원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이 시대의 고통을 서로 조금씩 쪼개서 공유하고 견디자, 그런 희망도 얘기하고 싶었다. 맨날 이상한 짓만 하는 예술가들도 이런 고민을 하고 있으니, 힘을 내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웃음)

전 감독은 ‘전통등’의 전문적이고 깊이 있는 예술 활동을 지향하고 있는 예술창작집단 ‘전영일 스튜디오’를 20년 째 운영해오고 있다. 홍익대학교 조소학과를 졸업하고, 1998년에 전통등과 인연을 맺어 프랑스, 영국, 뉴욕 등에서 초대전·전시회를 열었다. 또한, 석가탄신일에 시청, 광화문 등지에 전시 되는 거대한 조형물을 만들었던 작가다. 그는 전통적인 예술세계를 통해서 한국적 조형언어의 뿌리에 천착해 수많은 실험적 작품들을 창작했다. 그것이 서구미술의 환상에서 벗어나 한국적 현대미술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노원달빛산책을 소개하는 그의 이야기 속에선 오랜 시간 담금질한 그의 단단한 소신이 녹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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