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한 프로직장러 경험담, 『배신하지 않는 것은 월급 뿐이야』
솔직한 프로직장러 경험담, 『배신하지 않는 것은 월급 뿐이야』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1.11.05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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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연 작가 “설탕과 소금이 되는 이야기 하고 싶어”
직장에서 행복한 나의 삶 찾기
▲배신하지 않는것은 월급뿐이야 (박지연 글ㆍ그림, 사무사책방, 13,500원)
▲배신하지 않는것은 월급뿐이야 (박지연 글ㆍ그림, 사무사책방, 13,500원)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갑과 을, 상사와 부하. 조직이라는 체계로 구조 지어지는 직장생활 속에서 ‘을’이자 ‘부하’인 나를 지키기보다, ‘나’ 자신을 지키는 유쾌한 생존 심리학을 다룬 책이 출간됐다. 박지연 작가가 쓰고 그린 『배신하지 않는 것은 월급 뿐이야』 (사무사책방, 13,500원)다.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대부분은 깨어있는 시간의 절반을 직장에서 보내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직장에서의 삶이 엉망진창이 된다면, 삶의 많은 부분이 망가질 수 있다. 박지연 작가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직장에서 진정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팁을 전한다. 귀여운 그림체와 솔직담백한 글 사이에서 서늘한 냉소가 느껴지기도 한다. 이 사회를 직접 경험한 저자의 호흡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학교만 왕따가 있는 것이 아니라, 직장 내에도 왕따가 있다며 ‘직장 괴롭힘’을 수면으로 끌어올린다. 최근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직장 괴롭힘’을 해결하고자 ‘직장갑질 119’ 같은 단체의 활동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는 제도이자 외적 해결방안이다. 작가는 제도적 문제와 별개로 개인이 조직과 직장을 견뎌낼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한다.

"정말 일하기 싫을 때는 이런 생각을 한다. 회사에서 뭔가를 꼭 이루어야 할 필요 없다. 잘 생각해보면 다 안 해도 그만인 일들이다. 이 세상에 굳이 없어도 되는 일들, 중간에 포기해도 누가 뭐라고 하지 않는 일들이다. 하다 만다고 해서 결코 내 인생이 빛을 잃지 않는다. (『배신하지 않는 것은 월급 뿐이야』 중 P.78)"

저자가 사용하는 ‘오래된 세뇌’라는 표현은 대다수 직장인이 겪고 있는 자괴감의 뿌리를 헤집는다. 높은 자리와 많은 돈, 강한 힘은 똑똑하고 뛰어난 사람들이 차지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많은 직장인이 그것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는 것이다. 깊은 구렁텅이로 빠지기 전 저자는 얘기한다. ‘나’ 자신으로 조직에 우뚝 서야 한다고 말이다.

『배신하지 않는 것은 월급 뿐이야』는 직장 내 처세나 단편적인 기술을 제안한다기보다, 관계를 둘러싼 ‘사회적 기술’ 또는 ‘삶의 기술’을 보여준다. 작가는 자신의 일은 열심히 하되, 너무 넘치지도 너무 덜하지도 않는 하나의 균형점으로 직장을 헤쳐나가야 한다고 얘기한다.

작가는 14년 차 직장인이자 국내 최대 인터넷 포털 N사 계열사, H 카드사 디지털사업본부를 거쳐 현재는 카카오공동체에서 서비스 기획 및 프로덕트 매니징을 하고 있는 중간관리자다. 회사의 빌런이 상사이기도, 가끔은 후배이기도 한 사회 속에서 작가 스스로가 찾아본 직장 속 ‘나’의 길을 지쳐있기도 하지만, 노련한 매력을 띤다. 작가는 책을 통해 힘겨웠던 경험을 정리하며 ‘유쾌한’ 자기보존심리학을 말한다. 작가 스스로에게 전하는 응원이자 우리 모두에게 전하는 염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