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뷰]한예종 세계민족무용연구소, 연경당 진작례 복원 공연…“되살아난 180년 역사”
[현장리뷰]한예종 세계민족무용연구소, 연경당 진작례 복원 공연…“되살아난 180년 역사”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1.11.05 14: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계민족무용연구소, 2006년부터 ‘무자진작의궤’ 바탕 진작례 복원
허영일 교수 “의궤 기록 바탕, 공연의 신뢰도와 완성도 높였다”
영지무, 향령무, 박접무, 춘앵전, 가인전목단 연행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1828년 6월, 효명세자가 모친인 순원왕후의 탄신일을 기념하기 위해 행했던 진작례가 창덕궁에서 진행 중이다. 진작례란 조선시대에 행해진 왕실 잔치를 말한다. 

이번 공연은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 무용원 부설 세계민족무용연구소가 ‘순조무자진작의궤’라는 기록을 지난 2003년부터 연구해 복원한 결과물이다. 특히 이번 진작례는 이전에 없던 새로운 춤들이 많이 창작됐던 따라 복원의 의미가 더욱 크다.

지난 4일 공연에는 한예종 김대진 총장, 공연 기획과 총연출을 맡은 허영일 한예종 명예교수(전 세계민족무용연구소 소장), 문화유산국민신탁 김종규 이사장 등이 참석했다. 

▲허영일 한예종 명예교수(전 세계민족무용연구소 소장)

이날 자리에서 허영일 교수는 “2006년 6월 26일 역사의 현장인 창덕궁 연경당 본채에서 처음 올린 복원공연이 어느덧 16년의 세월을 거치는 동안 모두 여섯 차례 열렸고, 이제 그 일곱 번째 공연을 맞이했다”라며 “세계민족무용연구소는 지난 2006년 <무자진작의궤>(1828)를 국역한 것을 계기로 연경당 진작례의 복원에 착수했다. 순조 당시의 진작례에서는 모두 17종목의 정재춤이 연행됐는데, 그 중 이번에 무대에 오르는 ‘영지무’의 경우 무구와 소품 마련의 문제로 그동안 공연이 어려웠으나, 영지(影池)를 맞춤 제작함으로써 마침내 무대에 올리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문화유산국민신탁 김종규 이사장은 “조선왕조 500년의 문화가 잊히지 않고 후대에 전해질 수 있었던 것은, 이를 보존하기 위한 많은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기록 문헌의 고증 및 분석을 토대로 한 진작례 복원은, 무용사적으로 매우 높은 가치를 지닌다. 이를 가능케 한 허영일 교수를 비롯한 여러 인원들의 노고에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우리의 전통문화가 이어질 수 있도록 많은 관심 부탁한다”라고 전했다. 

▲순조 무자년 연경당 진작례 복원 공연 행사 장면(사진=한국예술종합학교 세계민족무용연구소)
▲순조 무자년 연경당 진작례 복원 공연 모습(사진=한국예술종합학교 세계민족무용연구소)

한예종 김대진 총장은 축사를 통해 “세계민족무용연구소는 180년 동안 잠들어있던 의궤의 기록에 숨결을 불어넣어 진작례를 복원해내고 역사의 장소인 연경당에서 최초의 재현 행사를 펼쳤다. 이는 연구소만의 쾌거에 그친 것이 아니라 한예종의 자랑이었으며 우리 전통문화계의 경사였다”라며 “연경당 진작례 복원 공연은 연경당을 정(靜)의 공간에서 동(動)의 공간으로 바꿔놨고, 많은 이들에게 조선의 궁중 연향 문화를 이해하는 기회를 줬다. 이번 공연도 원형을 잘 되살린 격조 높은 공연이 되리라 믿는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공연은 전체 의식절차의 기승전결식 극적 구성과 그에 따른 분위기 및 정재의 변화를 최대한 반영하도록 배려해, 전체 17종목의 정재 중 5종목을 선정해 복원공연을 기획했다.

▲영지무(影池舞)
▲순조 무자년 연경당 진작례 복원공연-영지무 공연 모습(사진=한국예술종합학교 세계민족무용연구소)

연행은 영지무(影池舞), 향령무(響鈴舞), 박접무(撲蝶舞), 춘앵전(春鶯囀), 가인전목단(佳人剪牧丹) 순서로 진행됐다. 

이중 ‘춘앵전’은 1828년 6월 1일 어머니 순원왕후의 40세 축하 연회인 ‘연경당 진작’에서 처음 연주됐다. 창사 가사는 세자가 직접 썼는데, 1인 무용으로 구성된 독무 정재의 첫 등장이다. 기존의 정재는 대부분 대형 중심이었다. 그러나 ‘춘앵전’은 한 마리 꾀꼬리인듯한 무동 1인이 돗자리라는 아주 작은 무대공간에서 나아갔다가 물러나고 빙글빙글 돌면서 춤을 췄다.

▲
▲순조 무자년 연경당 진작례 복원공연-춘앵전 공연 모습(사진=한국예술종합학교 세계민족무용연구소)

국왕 내외를 비롯한 효명세자와 세자빈 등 진작례에 참석했던 인물이 그대로 무대에 올랐으며, 진작례의 의식 전체를 철저하게 고증해 치밀하게 재연했다. 기록과 의주에 대한 깊이 있는 고증을 통해 의례의 진행 절차는 물론 무대 공간의 배치, 정재의 연행, 무자와 의례 출연진의 복식, 의물, 찬품, 채화의 배설 등 진작례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를 원형에 가깝게 복원해 복원무형문화재로서의 가치와 위상을 높였다.

아울러, 변함없이 이어 온 궁중무용의 정통성에 멋을 더할 음악과 무대 구성도 눈길을 끌었다. 1828년 진작례 당시 악공은 4명으로 구성해 비슷한 음악을 연주했던 것으로 전해졌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악기편성을 다양화해 다채로움을 더했다. 

▲순조 무자년 연경당 진작례 복원공연-가인전목단 공연 모습(사진=한국예술종합학교 세계민족무용연구소)
▲순조 무자년 연경당 진작례 복원공연-가인전목단 공연 모습(사진=한국예술종합학교 세계민족무용연구소)

원전에 대한 고증과 이론적 연구를 바탕으로 200여년 전 궁중 의례를 역사의 현장에서 되살린 것만으로도 이번 복원 공연이 갖는 의미는 크다. 연경당 진작례 복원 공연은 우리의 궁중 문화를 국내외에 널리 알리고 일반의 인식을 제고하는 마중물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조선 순조 무자년 연경당 진작례 복원 공연은 5일(오늘) 오후 1시 창덕궁 연경당에서 진행되며, ‘한국예술종합학교 세계민족무용연구소’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 생중계로 참여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