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뷰] 풍류산책 《K-Sculpture 한강 ‘흥’ 프로젝트》 한강과 즐기는 한국 조각전
[현장리뷰] 풍류산책 《K-Sculpture 한강 ‘흥’ 프로젝트》 한강과 즐기는 한국 조각전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1.11.05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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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2월 13일까지, 한강‧반포‧뚝섬서
크라운해태제과와 서울시 한강사업본부와 협업, 중견 조각가 289명 참여
문화적 향유 기회 줄어든 시기…시민에게 에너지 전해
공간이 넓어 전시 의미 전달 아쉬움...작품 옆 쓰레기로 시민정신 실종 유감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조각이 우리 일상으로 다가왔다. 시민들이 휴식을 위해 자주 찾으며 접근성이 높은 서울 여의도, 뚝섬, 반포 한강공원 일대에서 펼쳐지는 《K-Sculpture 한강 ‘흥’ 프로젝트》 야외조각전시회다. 지난달 29일 시작해 12월 13일까지 열리는 이번 조각전에는 300점의 작품이 출품됐다. 기자는 5일 반포대교 새빛섬 일대에서 진행되고 있는 전시회를 찾았다. 출근 시각을 갓 지난 이른 시각이었음에도, 운동을 나온 시민들이 조각을 보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김선구, 선구자 (사진=서울문화투데이)
▲김선구, 선구자 (사진=서울문화투데이)

한강공원 3곳에서 펼쳐지는 전시는 구역마다 각기 다른 주제를 가지고 작품을 선보인다. 여의도는 ‘열정과 환희’라는 주제로 생동감 넘치는 작품 73점이 전시됐다. 박민섭 작가의 <버티기>, 이상헌 작가의 <Stand against>가 주목할 만한 작품이다. 뚝섬에는 ‘생동과 비전’이라는 주제로 생기발랄한 희망의 메시지를 갖고 있는 128점의 작품들이 전시된다. 최승애 작가의 <별 2021>, 정춘일 작가의 <달리자>, 윤진섭 작가의 <Wedding> 등이 공개된다.

반포…정제된 에너지 흐름 돋보이는 101점의 조각 작품 선봬

기자가 직접 다녀온 반포 한강공원에는 ‘균형과 절제’를 주제로 정적인 흐름 속의 힘이 느껴지는 101점의 작품이 전시돼 있었다. 넓은 구역에서 진행되는 야외 전시이기에 조각전 관람은 도보보다는 자전거를 이용하면 좀 더 편리하게 관람할 수 있다.

반포대교를 중심으로 좌우로 펼쳐진 조각 작품은 한강 공원 일대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넓은 공간에서 특별히 정해진 루트 없이 발길 가는대로 작품을 즐겨볼 수 있는 것이 이번 야외 조각전의 매력이기도 하다. 대형 작품들은 반포대교와 새빛섬 일대에 주요하게 배치돼 있고, 아기자기한 중소형 작품들은 동작대교 방향 잔디밭 위와 산책길 옆에 전시돼 있다.

▲김경희
▲김정희, Space2020-healing (사진=서울문화투데이)

반포대교 아래쪽에서는 김정희 작가의 <Space2020-healing>, 강민규 작가의 <Blue deer> 등을 만나볼 수 있다. 같은 금속 소재를 사용한 작품임에도 두 작가가 표현하는 감정의 온도는 다르게 느껴진다. 김 작가의 작품은 제목 속 ‘힐링’이라는 단어처럼, 밝게 빛나면서 순수한 감정을 전한다. 강 작가의 작품에서는 사슴의 생동감과 강렬한 생명력을 읽어볼 수 있었다.

실내를 벗어나 탁 트인 공간으로 뛰쳐나온 대형 조각 작품들은 그 규모가 색다르게 느껴진다. 멀리서 바라봤을 때는 그다지 큰 규모가 아니라고 생각되지만 직접 다가가서 감상하면, 작품 규모에서 발하는 에너지가 강하게 느껴진다. 실내 전시장의 경우 작품을 즐겨볼 수 있는 거리에 한계가 있지만, 야외 전시이기에 바라보는 시점과 거리마다 작품의 새로운 면면을 찾아볼 수 있다.

정제되고 묵직한 감정을 전하는 작품 뒤로는 김원근 작가의 <남과 여>, 이철희 작가의 <Making Love>, 박재석 작가의 ‘키스할까요?’ 등 가족과 사랑에 대한 따뜻한 작품들도 만나볼 수 있다. 남자와 여자가 포옹하고 있는 모습을 파이프로 추상적으로 담아낸 작품은 직접적인 감정보단, 잔잔한 감정들을 만나볼 수 있게 한다.

▲김철민, 만다라-PEACE (사진=서울문화투데이)
▲김철민, 만다라-PEACE (사진=서울문화투데이)

한강을 배경으로 작품을 즐겨볼 수 있게 강변에 배치된 작품도 눈에 띤다. 김철민 작가의 <만다라-PEACE>는 색 구슬과 로봇 피규어, 색 조약돌을 엮어 만든 작품이다. 작품을 통해 보이는 한강의 풍경이 시원한 감각을 전한다. 또한, 탁 트인 공간에 단독으로 놓여있는 작품이 주는 신비로움도 주목할 만한 지점이다.

조각의 표면이 주는 질감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작품들도 이번 반포 전시 구역에서 만나볼 수 있다. 최원석 작가의 <숨비 소리>는 야트막한 산등성이 위에 올라앉아있는 거북이 조각 작품이다. 거북이의 질감을 실제적으로 드러내 마치 한 마리의 신령이 한강을 지키고 있는 듯한 느낌을 전한다. 김태인 작가의 <우연한 팽창>은 마치 금방이라도 날아갈 것 같은 헬륨가스 풍선의 모양을 하고 있다. 얇은 셀로판지를 바람결이 구부려 놓은 듯한 모습을 띠고 있지만, 단단한 질감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놀라움을 전한다. 또한, 비정형적인 일그러짐이 작품이 생동하고 있는 느낌까지 전달한다.

▲김태인, 우연한 팽창 (사진=서울문화투데이)

문화향유 기회 제공 긍정적이나, 전시 의도 전달에는 아쉬움 남아

이번 《K-Sculpture 한강 ‘흥’ 프로젝트》 야외조각전시회는 크라운해태제과(회장 윤영달)가 서울시 한강사업본부와 협업, 후원으로 개최됐다. 프로젝트 예술감독은 김윤섭 숙명여대 교수가 맡았고, 전강옥, 민성호, 최은정, 김성복 등 작품 활동으로 최전성기를 맞은 중견 조각가 289명이 참여했다. 크라운해태제과는 지난 6월에도 40여명의 조각가들과 함께 《2021 양주조각가협회 창립전》을 열은 바 있다. 회사 측에 따르면 당시 전시회에 참여한 경기북부지역에서 활동하던 작가들이 이번 전시에도 참여했다는 설명이다.

크라운해태제과는 《K-Sculpture 한강 ‘흥’ 프로젝트》가 한국 조각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리기 위한 첫 신호탄이라고 말한다. 내년 한국에서 처음 열리는 ‘2022 영국 프리즈(Frieze)’의 성공적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성준 크라운해태제과 홍보 과장은 “우리나라 조각 작품은 이미 세계적 수준에 올라있지만, 회화에 비해 대중의 인지도가 높지 않은 편”이라며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우리 시민들이 자주 접하고 향유할 수 있는 기회가 우선적으로 마련돼야 할 것 같아서 프로젝트를 준비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최원석,숨비소리 (사진=서울문화투데이)
▲최원석,숨비소리 (사진=서울문화투데이)

한강 공원 전역에서 진행되는 프로젝트이기에 《K-Sculpture 한강 ‘흥’ 프로젝트》라는 조각전시회 브랜드가 시민들이 즉각적으로 전달되지 않고 있는 부분이 아쉬운 지점 중 하나이다. 반포 한강 공원을 거니는 시민들 중 조각 작품들이 단순 공공설치작품이라 여기는 이들도 있었다. 또한, 운영단 측이 한강공원 내에서 시민들이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에 주력해 해외시장을 지향해 작품을 선보이고자 한 전시 의도보단 문화적 축제의 성격이 더 돋보였다. 

또한, 넓은 공간에 작품이 전시돼 있다 보니 작품 관리도 아쉬운 지점 중 하나였다. 전시 관람 중 작품 옆에 놓인 맥주캔과 과자봉지들을 발견할 수 있어 시민정신 실종이 유감이었다. 운영단 측에선 낮에는 요원들이 자전거를 타고 계속해서 전시장을 돌고, 또 야간에는 경비 요원을 배치해 작품 훼손을 방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강공원에서 크라운해태가 주최한 'K-Sculpture 한강 흥 프로젝트' 야외조각전시회 작품을 시민들이 관람하고 있다 (사진=크라운해태 제공)
▲한강공원에서 크라운해태가 주최한 'K-Sculpture 한강 흥 프로젝트' 야외조각전시회 작품을 시민들이 관람하고 있다 (사진=크라운해태 제공)

코로나19로 문화향유 기회가 급격하게 줄어들었던 시민들에게 신선한 감각의 장을 선사할 수 있었단 점에서, 프로젝트는 긍정적 시도로 볼 수 있다. 이 과장은 “한강 쪽 전시 구역에는 젊은 관람객 층의 유입이 많아, 작품을 능동적으로 즐기는 모습도 많이 볼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전시 작품들은 추상적 조형보단 관람객들이 즉각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작품들이 많고, 제목 또한 대중적 언어를 사용해 조각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높아질 수 있는 장으로 기대된다. 꽉 막힌 도심에서 한 발짝 내려와, 자연과 예술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