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탄생’, 한국인 첫 사제 김대건 25년 삶을 담아
영화 ‘탄생’, 한국인 첫 사제 김대건 25년 삶을 담아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1.11.17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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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시윤, 김대건 신부 역할 맡아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 기념
라파엘픽쳐스 투자, 한국천주교주교회의 후원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첫 한국인 사제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그의 삶이 영화로 새롭게 그려진다. 박흥식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윤시윤, 안성기, 이문식, 이경영, 김강우, 이호원 등의 배우가 캐스팅된 영화 ‘탄생’이다. 지난 11일 세종문화회관 세종S씨어터에서 열린 영화 ‘탄생’ 제작발표회에서 박 감독은 영화에 대해 “천주교를 소재로 한 영화이지만 종교 영화가 아닌, 재미와 의미를 갖춘 상업 영화”라며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김대건 신부 성화
▲김대건 신부 성화

영화 ‘탄생’은 한국 청년 김대건(1821∼1846)이 첫 한국인 사제 성 김대건 안드레아가 되고 순교하는 그의 짧지만 강렬했던 25년의 생애를 그린다. 영화는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과, 김대건 신부가 마더 테레사에 이어 종교인으로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유네스코 세계기념인물에 선정된 것을 기념하기 위해 기획됐다. 총 제작비 150억 원, 순 제작비만 100억 원이 투자되는 영화 ‘탄생’은 한국 천주교주교회의의 후원과 라파엘픽쳐스의 투자로 제작된다.

제작에도 참여하는 라파엘픽쳐스(남상원 대표이사/現 아이디앤플래닝그룹㈜ 회장)는 지난해 개봉한 김수환 추기경 일대기를 담은 장편영화 ‘저 산 너머’에도 40억 원을 투자한 바 있다. 남 대표는 지난해 본지 서울문화투데이 문화대상(메세나)를 수상하기도 했다.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을 뜻하는 ‘메사나’ 부문 수상자인 남 대표는 마음속에 항상 ‘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집착없이 베푸는 보시)’를 담고 살아간다고 한다. 그의 통 큰 지원은 언제나 문화예술인에게 큰 버팀목이 돼주고 있다. 남 대표이사는 “150억 원의 제작·배급 비용이 들어간 많은 기대가 담긴 작품”이라며 영화 ‘탄생’을 설명했다.

영화 ‘탄생’은 한국인 최초로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에 임명된 유흥식 대주교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유 대주교는 지난해 ‘저 산 너머’를 보고 이 작품에 전액 투자한 남 대표이사에게 영화를 제안하게 된 것이다. 이번 영화의 시작도 남 대표이사의 활동으로 동력을 얻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로마에 머물고 있는 유 대주교는 제작발표회에 영상을 통한 축하인사를 전했다. 그는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에 김대건 신부님의 형제애와 평등사상이 담긴 삶과 정신이 많은 이들에게 희망과 가치를 전달하길 바란다”라는 염원을 표했다.

▲파리외방전교회 사제와 조선인
▲파리외방전교회 사제와 조선인 (사진=라파엘픽쳐스 제공)

제작발표회에는 윤시윤, 안성기, 이문식, 정유미, 이호원, 송지연, 하경, 임현수, 박지훈 배우와 박흥식 감독이 참석했다. 더불어, 염수정 추기경,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 황희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황명선 논산시장이 함께했다. 염 추기경은 발표회 현장에서 축사를 진행 했다.

염 추기경은 “김대건 신부님은 우리나라의 보물 같은 분으로, 유네스코에서 세계기념인물로 선정된 것을 크게 기념하며 전 세계에 많이 알려지길 바란다”라며 “김대건 신부님은 생전에 논산, 용인, 서울을 거쳐 고통 받고 순교하셨다. 그럼에도 하느님 앞 새롭게 돼 자신을 투신하는 삶을 사신 분이다.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어려움에 빠진 때 김 신부님의 삶이 우리에게 무언가를 전달할 것이라 기대한다”라는 감사의 뜻을 전했다. 영화 ‘탄생’은 내년 11월 일반에 공개예정이다. 또한, 국내 개봉 전 10월에는 바티칸 교황청에서도 특별 시사회를 갖는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영화관계자들은 지난 8월 2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전에서 열린 성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탄생 200주년 기념 미사 봉헌에 참석했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영화관계자들은 지난 8월 2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전에서 열린 성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탄생 200주년 기념 미사 봉헌에 참석했다.

한국인 첫 사제 김대건 신부의 일대기를 담아낸 영화인만큼 조선 후기 시대상과 서양 근대 문명이 전해지는 과정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가 뒷받침된다. 철저한 역사적 고증을 거친 프리프로덕션 단계에선 김홍신 소설가, 박유진 가톨릭문화원장등이 자문위원으로 참여했다. 한국국학진흥원은 역사학자 7명으로 구성된 자문회의를 통해 영화 ‘탄생’이 역사적인 문제가 전혀 없으며, 조선의 근대를 불러온 김대건 신부의 선각자로서의 면모를 더욱 과감하게 표현해도 좋을 것 같다는 진단을 내렸다고 한다. 제작진은 역사적 고증 뿐 아니라 신학적인 측면의 감수도 진행했다. 개신교와 천주교의 대표적 신학자들에게 자문을 받았다.

▲19세기 초중반 조선에서 활동했던 프랑스 신부들
▲19세기 초중반 조선에서 활동했던 프랑스 신부들 (사진=라파엘픽쳐스 제공)

역사와 종교적인 조사 연구를 통해서 완성된 영화 ‘탄생’은 천주교 안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김대건 신부와 종교 밖 시각으로 바라본 김 신부의 서사를 조화롭게 담아낼 것으로 기대된다. 박 감독은 “그동안 김대건 신부는 천주교 밖에서는 종교인이라는 이미지만 부각됐고, 천주교 안에선 최초의 신부라는 점만 강조됐다”라며 “기존과 다른 관점으로 김대건이라는 인물에 접근하면서 서양 근대 문물을 누구보다 앞장서서 받아들인 선각자, 모험가, 순교자의 모습을 담아내려 한다”라는 포부를 밝혔다.

조선을 떠나 모험을 시작한 김대건 신부의 일대기는 바다와 육지를 오가는 서사로 펼쳐진다. 그의 위대한 모험 서사를 생생하게 구현할 LED Wall을 활용한 첨단 VFX 기술도 영화의 재미를 더할 것으로 보인다.

영화 ‘탄생’은 천주교인들에게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통과 후, 종교인으로서 탄생시켜야 할 천주교와 한국 미래에 대한 이야기로 다가간다. 스스로 천주교를 받아들이고 조선 천주교 공동체 시작에 앞장선 김대건 신부의 일대기에 집중해볼 수 있다. 천주교는 인간을 하느님이 똑같이 존엄하게 탄생시킨 평등한 존재로 바라본다. 이 점은 계급이 나뉘어져 있던 전통적인 유학 사상과는 전혀 다른 시선이었다. ‘스스로’ 생각하는 근대의 시작이었다.

천주교인의 길을 택한 김 신부는 스스로 훈춘 여정을 통해 육상 입국로 개척하고, 백령도 여정을 통해 해상 입국로를 개척했다. 그의 여정이 곧 조선에 서양 문화가 들어온 길이 됐다. 특히, 그의 여정이 조선의 작은 배 ‘라파엘 호’로부터 시작됐다는 것도 주목할 지점이다. 제작사 측은 “제물포를 떠나 상해까지 서해를 횡단하는 항해를 한 후, 사제 서품을 받고 페레올 주교와 다블뤼 신부를 모시고 다시 돌아온 것은 천주교 내에서 지금까지 통상적으로 생각해온 것 이상의 엄청난 의미가 있는 모험이었다고 본다”라며 김 신부의 여정의 의미와 극적인 요소를 풍부하게 이끌어내고자 하는 포부를 전했다.

▲이승훈 세례 장면
▲이승훈 세례 장면(사진=라파엘픽쳐스 제공)

천주교인이 아닌 대중에게 김대건 신부의 일대기는 어떻게 다가가야 할까. ‘탄생’은 천주교를 가지고 온 김대건 신부의 일화를 ‘조선 근대의 길’을 열기 위해 육지와 바다를 누빈 모험기로도 끌고 나간다. 김대건은 조선인 가운데 처음으로 서양 언어를 배우고, 서양 교육을 받은 사람이기도 한다. 또한 그가 경험했던 시기는 세계사적 사건이었던 아편전쟁의 한복판이었다. 박 감독은 “김 신부가 아편전쟁 때 남경조약 체결 현장에 통역관으로 참가했을 때의 나이가 21살이었다”라며 “많은 사람에게 관심을 얻기 위해선 일단 재미가 있어야 한다고 봤는데, 김대선 신부의 삶은 너무너무 다양한 일화들이 담겨있었다”라며 극 영화적 요소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조선후기 천주교 미사
▲조선후기 천주교 미사 (사진=라파엘픽쳐스 제공)

영화에서는 김대건 신부의 마카오 유학 장면, 불란서 극동함대 사령관 세실의 에리곤호 승선 장면, 아편전쟁 장면, 동서 만주를 통한 육상 입국로 개척 장면, 라파엘호 서해 횡단 장면, 백령도를 통한 해상 입국로 개척 장면 등 그의 생애에 있어 중요한 지점들을 생생한 모험기의 형식으로 담아낼 예정이다.

김대건 신부가 가지고 있는 종교적 위치가 있기 때문에, 영화에서는 천주교 역사에 대한 설명이 있을 예정이다. 하지만, 종교의 의미보단 ‘김대건’이라는 인물을 이해하기 위한 키포인트와도 같은 역할을 해줄 것으로 보인다.

▲영화 '탄생'에서 (좌측부터) 김대건 신부 역할을 맡은 윤시윤, 유준길 역할을 맡은 안성기 (사진=라파엘픽쳐스 제공)
▲영화 '탄생'에서 (좌측부터) 김대건 신부 역할을 맡은 윤시윤, 유준길 역할을 맡은 안성기 (사진=라파엘픽쳐스 제공)

천주교인에겐 이 영화가 팬데믹 이후 종교인의 방향을 얘기한다면, 일반 대중에게는 한 인물이 자신의 삶을 개척해나가는 서사로 전해질 것이다. 제작사는 “김대건은 자신을 위한 삶을 살 수 있는 운명을 갖고 태어나지 않았지만, 그는 그 운명을 스스로 선택해 받아들였다”라며 격변을 마주하고 있는 지금 우리가 고민해나가야 할 삶의 방향에 도움이 되는 영화“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제작 발표회에 참석한 김대건 역할의 윤시윤 배우는 “원래 제작 발표회 때는 적극적으로 역할도 소개하고, 재밌는 얘기를 전하며 기대감을 드리는 게 맞는데, 오늘은 그러지 못한 것 같다”라며 “200년 전 위대한 삶을 살아간 인물에 대해 책임감있는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다”라며 역할을 맡은 소회와 감사를 전했다. 영화 ‘탄생’에 참여하는 배우들은 실제 천주교 신자들도 있어 영화에 책임감을 느끼며 반가운 마음을 전했다. 유준길 역을 맡은 안성기 배우는 “유준길은 김대건, 최양업 신부를 지키기 위해 마카오 안내하는 역할로 큰 역할은 아니지만, 내가 천주교 신자이기에 의무감을 갖고 임하게 됐다”라며 “시나리오를 봤을 때 느낌이 너무 좋았다”라고 밝혔다.

근대의 문을 열고, 만인의 평등을 얘기한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의 이야기는 어떤 모습으로 관객들을 찾아오게 될까. 200년 전 한 인간이 개척한 삶이 혼란한 시대를 견디고 있는 우리에게 어떤 위로와 감동으로 다가올 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