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3주년 기념 구독자 특별인터뷰]예술도서관 문승현ㆍ박두환 대표 “<서울문화투데이>, 수업 교재이자 창작 활동의 영감”
[창간13주년 기념 구독자 특별인터뷰]예술도서관 문승현ㆍ박두환 대표 “<서울문화투데이>, 수업 교재이자 창작 활동의 영감”
  • 서울문화투데이 이은영 발행인ㆍ진보연ㆍ안소현 기자 /김재성 작가
  • 승인 2021.11.18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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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투데이 지면신문, 학생들 사고력 확장 큰 도움
-연극연출ㆍ예술경영 교육기관 ‘예술도서관’, 2018년부터 운영
-장문의 텍스트 요약ㆍ정리하는 ‘필사 챌린지’로 장학금 지급
-2021 춘천인형극제 아마추어 인형극 경연대회, 문체부 대상 수상
-문화예술교육 인식 개선, 지역 간 문화격차 줄이는 첫 걸음

[서울문화투데이 이은영 발행인ㆍ진보연ㆍ안소현 기자 /김재성 작가]<서울문화투데이>가 문화예술만 바라보고 걸어온 지 벌써 13년이 흘렀다. 누구나 신속하게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데다 사진이나 동영상 등 시각 자료를 함께 열람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 온라인 신문이 본지에서도 활성화 돼 있지만, 꼼꼼한 취재와 공들인 기획으로 채워진 콘텐츠는 많은 독자들로 하여금 여전히 종이 신문을 찾게 만든다. 스마트폰 액정을 터치하기보다 종이 신문의 잉크 냄새를 맡는 독자들이 우리 곁엔 아직도 많다.

▲(왼쪽부터)‘예술도서관’문승현·박두환 대표 ⓒ김재성 작가
▲(왼쪽부터)‘예술도서관’문승현·박두환 대표 ⓒ김재성 작가

신문(新聞)이 ‘세상을 비추는 거울’이라고 하지만, 종이신문은 점점 더 각종 포털사이트나 SNS에 밀려 설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특히 인터넷 등 디지털매체와 스마트폰에 익숙한 젊은 세대는 무료로 제공되는 온라인 뉴스 의존도가 높아 종이신문 유료 구독 비중은 매우 낮은 상황이다. 때문에, 청년 유료 구독자를 만나는 것은 신선하기까지 하다. 4년 전부터 ‘내돈내독’을 하고 있는 문승현ㆍ박두환 공동대표(예술도서관)는 그런 점에서 더욱 주목할 만하다.

중앙대학교 연출기획 전공 14학번 동기로 만난 두 사람은 문화예술 교육에 뜻을 가지고 지금까지 함께해오고 있다. 두 사람은 대학 시절부터 가면극에 흥미를 두고 작업을 지속해왔으며, 특히 문승현 대표는 박두환 대표가 군 생활을 하는 사이 영국 에든버러페스티벌 프린지에 참가해 작품을 선보였으며, 인형극단 ‘친구들’의 김성수 대표에게 목각인형 마리오네트 인형극을 사사받기도 했다. 올해 예술도서관 졸업생들과 함께 제33회 춘천인형극제 아마추어 인형극 경연대회에 참가해 문화체육관광부 대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청소년 시절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꿈을 키워나간 두 대표는, 예술을 통해 얻은 성취감과 즐거움을 주변에 나누고자 예술교육을 시작하게 됐고, 인문적이고 예술적인 시스템 안에서 체계적으로 교육하기 위해 ‘예술도서관’을 열었다. 그리고 그 공간에서 매 월 <서울문화투데이>를 통해 이슈를 확인하고 트렌드를 읽는다. 이들은 “문화예술 교육은 아이들이 인문학적 소양을 쌓을 수 있는 중요한 기회를 제공한다. <서울문화투데이>를 수업 교재로 활용하며 폭넓은 문화예술 분야의 흐름을 파악하고, 새로운 시각을 키우는 데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라고 밝혔다. 

<서울문화투데이>는 창간13주년과 지령 300호를  맞아 이 특별한 구독자들을 만나보기로 했다. 지난 9일 예술도서관 사무실에서 두 사람을 만나 본지 <서울문화투데이>를 통해 이들이 추구하는 것과 바라는 점, 미래비전에 대해 심도있는 대화를 나눴다. 이들이 하고 있는 문화예술교육의 방향성과 그에 대한 고민 등도 다각도로 들어보았다. 현실에 대한 고민을 공유하는 무거운 대화도 있었지만 인터뷰는 대담 형식으로 시종 유쾌하게 진행됐다.  

▲본지 <서울문화투데이> 이은영 대표와 인터뷰를 진행 중인 ‘예술도서관’ 문승현·박두환 대표 ⓒ김재성 작가
▲본지 <서울문화투데이> 이은영 대표와 인터뷰를 진행 중인 ‘예술도서관’ 문승현·박두환 대표 ⓒ김재성 작가

우리 서울문화투데이의 젊은구독자들을 만나서 무엇보다 반갑다.(웃음) <서울문화투데이>의 창간 13주년을 기념해, 오랫동안 구독료를 내고 장기구독하는, 요사이 소위 말하는 ‘내돈내독’하는(웃음) 젊은 독자를 꼭 만나보고 싶었는데 두분이 가장 열정적으로 신문을 구독하는 것 같아 인터뷰를 요청했다. 현재 예술도서관이라는 예술교육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데 현재 공동대표 체제라고 들었다. 각자 소개 부탁한다.

문승현(이하 문): 예술도서관에서 연극연출교육과 예술경영교육을 맡고 있는 문승현이라고 한다. 

박두환(이하 박): 마찬가지로 예술도서관에서 연극연출을 가르치고 있으며 공연연출교육을 함께 맡고 있는 박두환이라고 한다. 가끔 배우로서 연극 무대에도 오르고 있다.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두 사람은 어떻게 만나게 돼 이 일을 같이 하고 있나?

박: 중앙대학교 연출기획 전공 14학번 동기로 만났다. 같이 예술교육을 해보자는 얘기가 나왔을 때 승현 씨는 이미 군대를 갔다 온 상태였다. 반면 나는 군인 신분이었기에 예술도서관 운영 준비를 하며 군 생활을 계속했다. 2018년에 전역하자마자 예술도서관 운영을 시작해, 지금까지 학생들을 교육하고 있다. 

문: 내가 고무신 거꾸로 신지 않고 기다렸다.(웃음) 두환씨가 군대에 가있는 동안, 혼자 이 곳을 운영하기보단 다른 준비들을 하며 기반을 다졌다. 영국 에든버러 페스티벌 프린지에 참가해 혼자 공연했다. 거기서 얻은 아이디어로 내가 두환 씨에게 편지를 써서 “이거 해볼 만하다, 하자”라고 제안했던 기억이 난다. 

도서관이란 이름을 붙인 것이 특이한데, 예술도서관은 어떤 곳인가?

문: 크게 문화 교육을 하는 공간과 문화 창작을 하는 두 가지 공간으로 나뉜다. 문화 교육 분야에서는 청소년과 청년한테 진로 및 취업 교육을 제공한다. 문화 창작 분야에서는 연극이나 인형극 같은 순수 예술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예술도서관’문승현 대표 ⓒ김재성 작가

예술도서관 교육 과정에서 <서울문화투데이>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우리 신문을 만나게 된 인연이 궁금하다.

문: 2017년 무더운 여름으로 기억한다. 문화 관련 뉴스를 아카이빙하고 싶었는데 인터넷 자료뿐만 아니라 실물로 된 지면이 필요했다. 아이들한테도 웹 서핑뿐만 아니라 실제 신문을 스크랩하는 방법을 알려주고자 했다. 그런데 문화 뉴스 중에서는 서울문화투데이만 지면을 발행하고 있어서 구독하게 됐다. 온라인 자료는 아무래도 클릭 한 번으로 정보를 쉽게 얻기 때문에, 그만큼 쉽게 잊게 된다. 그런데 오프라인은 자기가 눈으로 직접 보고 만질 수 있다 보니 더 오래 기억에 남는 것 같다.

우리 신문 매호를 차곡히 보관하고 있는 걸 보니 감동이다.(웃음) 

문: 사실 오늘 사무실 정리를 하느라 책장에 차곡히 진열해 놓은 모습을 못 보여드려서 아쉽다.(웃음) 아쉬운 대로 일부만이라도 가져왔다.

감사하다. <서울문화투데이>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활용되는지?

문: 아이들에게 필사를 하도록 하고 있다. 손으로 직접 글을 써보는 형태로 수업을 진행하는데, 요즘은 여기서 조금 더 확장해 아이들이 필사하며 얻었던 생각을 모아 책으로 만들고 있다. 판매용은 아니다. 서울문화투데이와 더불어 여러 장르의 다양한 매체도 함께 활용하고 있다.

박: 기사를 보고 본인이 마음에 드는 이야기나 문장이 있으면 노트에다가 베껴 쓰는 활동이다. 월 몇 회 이상 쓰면 장학금도 지급한다. 요즘 아이들은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 세대다 보니까 다소 문해력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이를 돕기 위해 떠올린 방법이 필사다. 필사는 단순히 눈으로 정독하는 것과 달리, 눈으로 보고 머리로 생각하는 과정을 거쳐 손으로 쓰기 때문에 기억에도 오래 남고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문: 때로는 아이들이 필사를 과제처럼 해치워버리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는 아이들한테 기사를 다섯줄로 요약해보라고 말한다. 이를 통해 내용을 정리하는 훈련을 할 수 있고, 제대로 이해했는지도 파악할 수 있다. 예술도서관과 더불어, 현재 400명 정도 참여하고 있는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을 운영하고 있는데 그중에는 얼굴도 모르는 친구들이 많다. 대부분 지방에 거주하고 있는데, 우리에게 연락해서 어떻게 공부하면 좋을지 물어보는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생각해낸 방법이다. 장문의 기사를 다섯줄로 정리해 올리면 장학금을 준다고 말하니 확실히 참여도가 높다. 이는 내원하는 수강생뿐만 아니라 오픈 채팅방에 있는 친구들에게도 해당되는 내용이다. 

<서울문화투데이>를 교육 외 다른 용도로도 사용하는가?

문: 창작할 때는 서울문화투데이를 통해서 트렌드를 살펴보고, 이를 통해 아이디어를 얻는다. 서울문화투데이에서 접한 정보를 밑거름 삼아 올해는 춘천인형극제로 문체부 대상도 탔다. 

박: 나도 연출을 가르치면서 공연을 보는 것뿐만 아니라 비평과 리뷰를 많이 읽는 것도 중요하다고 느꼈다. 특히 <서울문화투데이> 오피니언의 ‘영화학도를 꿈꾸는 청춘의 인문학 파먹기’를 흥미롭게 읽고 있다. 수업에서 인문학적 부분을 되게 중요시하는데, 여러 필진들의 칼럼을 보면서 도움을 많이 받는다. 이를 통해 학생들도 사고력을 확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 지금 이곳에는 학생이 몇 명이나 있나? 

문: 취업반, 입시반 다 포함하면 1년에 50명 정도의 친구들이 예술도서관에서 교육을 받는다. 그 외에도 지역 청소년과 함께하는 ‘꿈의 학교’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연극 학교도 운영하고 있다. 이런 것까지 포함하면 1년에 한 100명은 교육하고 있는 셈이다.

운영은 전액 수강료로 이루어지나 아니면 특별한 지원도 있나?

문: 진로 취업과 입시 교육 같은 경우는 전액 수강료로 진행된다. 이외에 지역 교육은 구청이나 교육청에서 지원을 받고 있다. 

▲‘예술도서관’박두환 대표 ⓒ김재성 작가

작품 창작이나 연기가 아닌 스태프 교육에 집중한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

박: 연기 학원은 이미 과포화 상태라, 있는 거 말고 없는 걸 해 보고 싶었다. 우리가 대학에서 연출ㆍ기획을 공부하며 느낀 건, 어떤 장르든 스태프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데

정작 전문적으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교육 기관이 거의 없다는 것이었다. 예술경영 분야도 전문성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교육하는 부분이 많다. 이러한 부분을 보완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스태프 교육에 집중하기로 했다. 

문: 사실 연출과 기획은 졸업하고 나서 일자리를 찾기가 너무 어렵다. 연기는 그나마 자리가 좀 있다. 시스템의 문제인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런 부분에 있어 우리가 좀 더 할 수 있는 게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스태프를 전문으로 하는 문화예술 교육을 생각하게 됐다. 

박: 예술경영은 우리가 직접 가르치고 있는데, 특히 요즘은 ‘온ㆍ오프라인 (공연시장에) 어떤 변화가 진행될 것인가’와 같은 실질적인 담론들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있다. 연출의 경우 글 쓰는 방법부터 무대, 조명 디자인 등에 대한 부분까지 교육하고 있다. 보다 전문적인 교육을 위해, 가끔 학교에서 무대, 조명, 음악 등을 전공했던 친구들을 초빙해서 수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예술경영’과 ‘공연연출’ 두 가지에만 집중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얼마 전 대상을 수상한 제33회 춘천인형극제 아마추어 인형극 경연대회에는 어떻게 참가하게 됐나?

문: 대학 재학 당시, 중앙대학교 백남영 교수님을 통해 연극수업의 일환으로 마스크 극을 처음 접했다. 어른의 모습이었던 배우가 어린이 가면을 쓰는 순간 순식간에 어린이로 변하기도 하고, 순식간에 노인의 모습으로 그리고 또 순식간에 1인 2역을 하는 등 단 6~8개의 가면으로 혼자서 60분 이상의 1인극을 소화하는 모습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때까지도 ‘퍼펫’이란 단어조차도 잘 알지 못하였기에 일단 무작정 수많은 워크숍과 배우 훈련 등을 통해서 무대 언어를 연구했다.

그러던 중 영국 에든버러페스티벌에 직접 참가 후 나는 더욱더 명확한 무대 언어의 필요성을 느끼게 됐고, 인형극단 ‘친구들’ 김성수 선생님과 극작가 겸 연출가 조광화 선생님께 무작정 연락을 드렸다. 그렇게 목각인형 마리오네트를 깎는 법부터 배웠고 이번 아마추어 경연대회 주연 배우 3인조 크라프트지 인형 퍼펫을 창작ㆍ제작하게 됐다.

제33회 춘천인형극제 아마추어 인형극 경연대회 참가를 위해 준비를 많이 했는데,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행사가 취소됐다. 올해 다시 한 번 준비하며, 우리 둘이서 작품을 하는 것보다 학원 졸업생과 함께 작품을 만들면 더 의미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내년에 코로나가 안정기에 접어든다면 에든버러, 아비뇽 등을 다니며 월드 투어를 해보고 싶은 계획이 있다.

코로나19 상황이 거의 2년째 이어지고 있다. 학원을 운영하는데도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은데, 이 시기를 어떻게 보냈는지?

문: 우리도 학원 문 다 닫고 잠깐 쉬었다. 쉬는 동안 온라인 교육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 돈을 받고 하기보다는 유튜브로 온라인 교육을 제공해보려고 ‘예술도서관’ 채널을 개설했다. 다행히 조금 주목을 받게 돼서 지금까지 잘 운영하고 있다. 성우를 준비했던 두환 씨가 나레이션을 비롯해 대부분 영상의 출연을 담당하고, 나는 주로 기획을 맡고 있다. 

연극을 하다가도 힘들어 다른 분야로 빠지는 사람들이 꽤 많다. 여러 어려움에도 꿋꿋하게 연극을 계속하는 이유가 있다면? 

문: 인형극도 그렇고 연극도 그렇고 거기에 있는 사람들이 참 좋았다. 사람들과 돈도 안 되는 공연을 밤새 만들면서 뭔가 뜨거운 것을 느꼈던 기억이 남아 있다. 아직은 젊으니까 계속해 봐도 괜찮을 거라는 생각도 했다. 한 우물만 파면 언젠가 된다는 선생님들의 말씀도 믿고 있다. 

박: 옛날에는 상업 영화 오디션도 많이 봤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결국 내가 기회를 부여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 지금 같이 하는 창작 활동의 경우에는 내가 직접 기회를 만들어 도전하면 된다. 그리고 이러한 ‘변방 연극’은 깊게 사유할 기회를 더 많이 제공하는 것 같다. 이런 작업이 나한테 좀 더 잘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다. 

▲‘예술도서관’ 연출,기획 스태프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  진행 모습 ⓒ예술도서관
▲‘예술도서관’ 연출,기획 스태프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 진행 모습 ⓒ예술도서관

문화예술 사업 대다수가 그렇듯, 운영에 어려움도 많을 것 같은데.

문: 학원을 운영하다 보니 아이들한테 공연시장이 너무 작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취업을 열심히 준비해도 문화재단 같은 경우는 겨우 1~2명 뽑다 보니까 아이들이 설 자리가 많이 없다. 부모님 입장에서도 선뜻 밀어주기가 어려운 현실이라는 생각이 든다. 

박: 뮤지컬은 이제 시장이 꽤 커졌지만, 연극은 아직도 시장이 작은 편이다. 그런데도 연출을 배우러 오는 학생 중에서는 연극을 하고 싶어 하는 학생이 많다. 이쪽 시장이 워낙 작다 보니까 진로에 있어서 고민이 많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학부모님들도 연극영화과나 연출기획을 전공하면 앞으로 뭘 할 수 있는지 궁금해 하신다. 그래도 최근에는 시장이 좀 커지고 있다는 생각이다. 그도 그럴 것이 코로나19가 유행했음에도 뮤지컬과 연극 같은 경우는 계속 진행이 됐다. 그리고 요즘은 사람들은 소위 ‘변방’에 더 열광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이런 문화가 좀 더 퍼지면 공연시장도 지금보다 더 성장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시장을 넓히기 위해 어떤 것들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문: 문화예술 교육의 역할이 크다는 생각이다. 솔직히 말해서 한국에서 예체능 시간은 자유 시간 아니면 수능 공부하는 자습 시간이라는 인식이 크지 않나. 하지만 음악ㆍ미술ㆍ연극 등 문화예술 교육은 아이들이 인문학적 소양을 쌓을 수 있는 중요한 기회를 제공한다. 교육 현장의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로는 예술도서관 같은 공간이 좀 많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최근에 기사를 하나 읽었는데, 한국에서는 쉬려면 돈을 내야 한다고 하더라. 카페에 가서 커피 한 잔이라도 시켜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우리가 공공재 느낌을 주는 ‘예술도서관’이라는 이름을 쓴 이유도, 다 같이 편하게 예술을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싶어서였다. 얼굴도 모르는 친구들한테 장학금을 주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국립극단이 얼마 전 온라인에 네 번째 극장을 연 것처럼 우리 공간 역시 온라인까지 확장되어 도움이 필요한 이들이 편하게 찾을 수 있도록 돕고 싶다.

박: 문화 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이 수도권에 너무 편중돼 있는 것 역시 아쉬운 지점이다. 하지만 현재 변화 추세이기는 한 것 같다. 공연장도 예전에는 대학로에 밀집돼 있었지만 지금은 한남동, 신촌, 홍대 쪽으로도 많이 옮겨가고 있으며, 마곡에도 LG아트센터가 새로 생긴다. 대구에 제2국립극단이 설립된다는 소식도 들었다. 예술 교육을 통해 시장이 발전하면 지방 친구들도 더 편하게 공연을 접할 수 있을 것이다.

예술도서관을 운영하며 가장 보람이 느껴지는 때는 언제인가. 

문: 예술도서관을 오픈하면서부터 매일 같이 SNS를 통해 우리가 연구했던 연출가,기획자에게 필요한 자료를 정리하여 포스팅을 하고 있다. 생각의 끈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시작한 일이었다. 그런데 서울이 아닌 비교적 예술교육을 받기 어려운 지역청소년 학생들이 우리 포스팅을 보고 스스로 공부해, 원하는 대학 입시에 성공하고 이제 졸업을 앞 두고 취업까지 성공하였다는 소식을 전할 때가 있다. 일면식도 없는 학생들에게 그런 연락을 받을 때마다 예술교육자로서 큰 보람을 느낀다.

박: 학생들이 학원을 졸업하고 실제로 공연업계에서 일하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게 가장 큰 보람이다. 졸업생 친구들과 같이 창작을 할 때도 보람을 느낀다.   

예술교육에 대한 가치관과 철학이 있다면.

문: 우리나라의 교육을 생각하면 획일적, 주입식, 1등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많은 학생이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서 주입식 교육을 받고 종일 책상 앞에 앉아서 공부만 한다. 개인주의는 점점 더 심해져서 운동장에서 다 같이 뛰어노는 모습보다 각자의 자리에서 그저 스마트폰에 빠져있는 모습을 더 많이 볼 수 있다. 여러 가지 매체의 발달로 보고 아는 것은 많아졌지만 마음의 깊이는 어린아이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공부는 하지만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는 모르는 학생들이 수두룩하다. 이러한 현실에서 문화예술교육을 통하여 정적인 청소년, 청년들에게 환기가 되고, 소통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에게 같이 무언가를 하는 것도 충분히 가치 있다는 것을 전하고 싶다.

▲(왼쪽부터)‘예술도서관’문승현·박두환 대표 ⓒ김재성 작가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

문: 건강한 문화예술 교육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 이 공간이 그러한 교육의 장이 되었으면 한다. 온라인에서도 그 장을 체계적으로 만들고자 하는 게 우리의 목표다.

박: 나도 많은 친구가 예술도서관을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 그리고 우리가 하고자 하는 공연을 사람들에게 더 많이 선보일 수 있는 기회도 얻고 싶다. 

박: 이건 갑자기 든 생각인데 내가 요즘 신문사 신춘문예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 서울문화투데이도 신춘문예를 진행했던 적이 있나? 

이은영: 이분들 뭐야?(웃음) 우리도 사실 내년부터 신춘문예로 비평글을 모집해볼까 생각 중이다. 연극은 그래도 관람층이 어느 정도 형성되어 있고, 공연을 보고 와서 짧은 후기라도 남기는 관객들이 많은 편이다. 반면 무용은 보는 사람도 거의 없고, 남는 거라곤 극소수 평론가들의 글이 전부다. 그래서 공연예술 평론, 특히 무용 쪽의 젊은 비평가들을 키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만약 하게 된다면 무용, 미술처럼 잘 다뤄지지 않는 다른 분야의 비평 글도 함께 모집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연극부분도 추가해 보겠다.

<서울문화투데이> 온오프라인을 다 살펴보는 열독자로서, 개선했으면 하는 점이 있을 것 같다.

문: 청소년 눈높이에 맞춘 칼럼 정도만 있어도 아이들이 재밌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또 어린 친구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시각 자료도 더 포함됐으면 좋겠다. 

박: 오피니언에서 젊은 친구들의 글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비평은 대게 교수님들이 쓰시다보니 어려운 글이 많은 것 같은데, 쉬운 언어로 쓰인 리뷰가 많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