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근의 얼씨구 한국음악과 문화] 국악 신드롬, 이제 고민의 시작이다.
[주재근의 얼씨구 한국음악과 문화] 국악 신드롬, 이제 고민의 시작이다.
  • 주재근 한양대학교 겸임교수
  • 승인 2021.11.18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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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근 한양대학교 겸임교수

가수 싸이와 좋은 인연이 있었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 한국 선수단 응원가로 국악버전으로 만드는데 작곡가로 기꺼이 동참해 주었다. 미국으로 출국하기 전날 국립국악원에 찾아와 밤늦게까지 자신이 만든 국악응원가를 손봐주었다. 대중가수 치고 예의와 겸손이 있고, 국악에 대한 가치를 아는 진정한 예술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얼마 후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전 세계적으로 열풍을 일으켰다. 올림픽 최초 <국악응원가>는 강남스타일을 만든 싸이가 작곡한 것이라고 홍보자료를 내는데 만족해야 했다.

가수 싸이가 2012년 7월 내놓은 <강남스타일>은 2개월만에 유투브 조회수 2억 7800만건을 넘긴 대기록을 세웠고, 2014년 5월 31일에는 유튜브 조회수 20억건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

<강남스타일>의 뮤직비디오는 특유의 말춤과 재밌는 노래말로 한국인 외에도 외국인에게 큰 인기를 얻었으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퍼져 나갔다.

‘21세기 팝 아이콘’으로 불리는 방탄소년단은 2020년 K-팝 가수 최초, 한국어 노래 최초 ‘핫100’ 1위 등 빌보드 역사상 첫 기록을 세웠다.

방탄소년단의 <아이돌>은 우리의 장단과 추임새, 춤사위등을 효과적으로 가장 잘 표현해 낸 대중음악이었다. 1990년대 중후반 서태지아이들의 <하여가>에서도 태평소 가락을 넣어 신선한 반향을 일으키기도 하였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서 분석한 BTS의 경제적 파급 효과는 1조7천억원, 고용유발효과는 7,928명으로 분석되었다. 또한, 방탄소년단, 영화 ‘기생충’등 한류 콘텐츠 산업의 괄목할 만한 성장에 힘입어 국제지수도 상승하고 있다. 2020년 유엔산하 세계지식재산기구(WIPO) 발표에 따르면 글로벌혁신지수는 10위로 기록되었다. 이는 글로벌 혁신지수를 발표하기 시작한 2007년 이래 첫 10위권 진입이며, 8위를 차지한 싱가포르와 함께 아시아 국가에서는 두 번째로 높은 순위이다.

2020년 현대무용 그룹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와 얼터너티브 팝그룹 이날치밴드가 결합해 만들어 낸 <범 내려온다>는 한국관광공사의 홍보 영상 ‘Feel the rhythm of Korea’에 출연하며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범 내려온다‘는 판소리 다섯 마당 중 하나인 판소리 수궁가의 한 대목을 소재로 하여 현대 팝으로 재해석한 댄스 뮤직이다.

이 영상은 유튜브 누적 조회수 5억뷰를 돌파하며 전통적 판소리가 현대 문화산업 시장에서 충분하게 소통가능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주었다.

<범 내려온다>로 인해 국민들은 물론 세계 사람들에게 전통적 판소리와 국악에 대해 관심을 불러 일으켰으며 각종 상품광고에서 판소리 등 전통적 음악어법이 자연스럽게 활용되고 있다.

판소리와 국악에 대한 관심은 2021년에도 계속되었다. MBN에서 8월18일 신개념 퓨전국악 대국민 오디션 프로그램 <조선판스타>를 론칭하였다. JTBC에서도 11월2일 국악경연 <풍류 대장>을 선보여 방송프로그램으로서 성공하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요즈음 판소리와 국악의 대중적 인기 현상을 보면 일제강점기 판소리의 중흥기가 다시 재현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음악은 이제 기지개를 펴고 한류와 더불어 전 세계 문화산업시장에 문을 두들기 시작하였다.

지난 10월, 서초구청과 자매결연을 맺은 파리15구에서 열린 <2021 파리김치축제>에 서초구청을 대표해서 전통음악단과 함께 행사에 참가하였다. 프랑스요리학교 교수들과 학생들, 시민들이 파리15구청 광장에 모여 김치를 담그고, 프랑스아이들이 신나게 탈춤을 추는 것을 보았다. 우리의 길놀이를 신기해하며 좋아하고, 우리의 전통가락들이 나올 때 마다 환호성을 내는 것을 보고 진정 한국음악의 흥과 신명을 느끼는 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또한 프랑스한국문화원에서 판소리 <흥보가>를 2시간 정도 들으며 연신 추임새하는 파리 시민들을 보고 더욱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지난 한국-프랑스 정상회담때 프랑스의 젊은 여학생이 파리한국문화원에서 배운 판소리를 선보인 적이 있다. 그 여학생은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유학을 와 판소리를 더욱 심도있게 연마하고 있다.

문화 신드롬은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라 오랫동안 저변에서 양적 증대와 질적 성장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한국영화 <기생충> 등 세계 영화제 석권은 영화 관련 정책지원과 자본 지원의 바탕 위에 수준 높은 제작자와 작가, 배우 등 노력의 결실이었으며 이를 꾸준하게 소비해주는 관객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음악의 미래는 지금부터이다. 국악의 신드롬이 일장춘몽에 그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관련 정책과 제도를 돌아보고, 국내외 문화산업 시장으로 가기 위한 전략과 방안을 마련해야 할 지금이다. 국악계에 사람이 많이 필요하다. 정책을 만드는 사람, 자본을 이끌어 오는 사람, 좋은 작품을 만들어내는 제작자, 작가, 기획자 그리고 훌륭한 예술가 등 이들이 곧 우리의 미래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