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뷰]국립국악원 ‘국악 산업 진흥을 위한 정책 토론회’ 개최
[현장리뷰]국립국악원 ‘국악 산업 진흥을 위한 정책 토론회’ 개최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1.12.01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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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문화산업진흥법」 발의 임오경 의원 “국악 성장 위해 제도적 기반 필요”
국립국악원, 민간 시장 상생 플랫폼 개발 필요성 대두
국악의 해외 진출, 물리적 방법 외 다각화된 지원 정책 요구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최근 문화예술계에는 국민들의 가슴을 뜨겁게 해주는 소식들이 연이어 들려오고 있다. 케이팝, 케이콘텐츠의 확산은 한식과 한복 등으로 확장돼 전 세계에 ‘한류’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국악’ 역시 이러한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범 내려온다’를 흥얼거리며, <조선판스타>와 <풍류대장> 같은 TV 프로그램이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것을 통해 이를 실감할 수 있다. 더불어 전통예술에 기반한 케이팝과 한국관광공사 홍보 영상은 신선한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한류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국립국악원 ‘국악 산업 진흥을 위한 정책 토론회’  현장 모습 (사진=국립국악원 제공)
▲국립국악원 ‘국악 산업 진흥을 위한 정책 토론회’ 현장 모습 (사진=국립국악원 제공)

세계인의 마음을 두드린 국악의 대중화 현황과 미래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국립국악원과 더불어민주당 임오경 국회의원실은 지난달 30일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국악 산업 진흥 정책 토론회 ‘새로운 국악 전통과 함께 미래를 열다’를 개최했다. 

전통의 보존과 창작, 양 날개로 국악 산업 진흥의 발판 마련

 

▲국립국악원 ‘국악 산업 진흥을 위한 정책 토론회’ 김영운 국립국악원장 인사말 (사진=국립국악원 제공)
▲국립국악원 ‘국악 산업 진흥을 위한 정책 토론회’ 김영운 국립국악원장 인사말 (사진=국립국악원 제공)

대중매체와 공연 현장, 학계 등 각 분야의 전문가와 다양한 연령층의 토론자를 초청해 국악의 대중화와 세계화, 그리고 국공립 기관의 역할 정립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앞으로의 발전 방안을 모색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전통음악의 총본산인 국립국악원과 「국악문화산업진흥법」을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임오경 국회의원실은 국악이 대중문화의 중심에 자리 잡기까지 어떤 과정과 노력이 있었는지 살펴보고, 다양한 경험과 성공사례를 토대로 국악이 지속적으로 확산될 방안을 찾기 위해 이번 토론회를 마련했다.

이날 행사는 김영운 국립국악원장, 임오경 국회의원, 정청래 국회의원, 임웅수 한국국악협회 이사장 등의 환영사와 축사로 시작을 알렸다.

김영운 국립국악원장은 “국립국악원은 궁중음악의 맥을 잇는 한편 민간의 전통예술과 창작음악을 폭넓게 수용해 시대의 요구에 부응해 왔다”라며 “올해 개원 70주년을 맞아 미래의 전통예술 전문기관으로 도약하기 위한 계기로 이번 토론회를 주최하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임오경 국회의원은 “지난해 「국악문화산업진흥법」을 발의해 국악을 차기 한류를 이끌어나갈 수 있는 문화산업으로 성장시키기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또한 ‘국립국악원’과 ‘국악방송’의 내년 예산 증액을 위해 열띤 노력도 아끼지 않았다”라며 “우리문화의 근간인 국악이 지속적으로 성장 발전하려면 안정된 법과 제도의 기반이 필요하고, 그 준비 단계로서 이번 토론회를 개최하게 됐다. 이번 토론회에서 「국악문화산업진흥법」 제정을 위한 방향이 제시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국립국악원 ‘국악 산업 진흥을 위한 정책 토론회’ 임오경 국회의원 인사말 (사진=국립국악원 제공)
▲국립국악원 ‘국악 산업 진흥을 위한 정책 토론회’ 임오경 국회의원 인사말 (사진=국립국악원 제공)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로 듣는 국악 산업의 성공 전략

이번 토론회는 각 분야의 최전선에서 활약하고 있는 젊은 세대들이 발제를 맡았다. 첫 번째로 음악평론가 송현민이 ‘국악의 대중화 현황과 전망’에 대한 발표를 맡았다. 

송현민 평론가는 ‘한때의 대중음악’이었던 국악은 대중으로부터 지독한 고정관념과 시선을 받고 있으며, 이러한 고정관념은 국악의 발목을 잡는 자충수가 된 동시에 부상을 이끈 지렛대 역할을 했다고 진단했다. “국악은 지루하다” “국악은 재미없다”라는 고정관념을 뚫고 나온 소리꾼 이희문이나 그룹 이날치밴드, 추다혜차지스, 악단광칠, 고래야 등은, 우리가 잘 모르던 국악판을 띄우는 부력의 주인공들이다. 관객은 지켜만 보며 ‘관상’하던 국악이 아니라, 그동안 몰랐던 국악의 재미를 ‘체감’ 중이다. 

아울러 송 평론가는, 코로나로 인해 크게 증가한 비대면 공연 영상물의 활용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지금 인터넷에 수많은 국악 공연의 기록들은 널브러져 있을 뿐, 기획의 옷을 입고 있지 않다. 수집과 수집가도 중요하지만, 재배열과 기획자도 필요해지고 있다”라며 “‘코로나 시대의 기록’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기획’으로 나아가게 하는 원료이자 연로”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창작의 원천이 되는 전통의 원형을 보존하고 민간단체를 활성화하기 위한 국공립기관의 역할에 대해서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이정희 박사가 정책 제안을 이었다. 

코로나19의 팬데믹 속에 온라인이 현장을 대체하게 됐고, 이를 기반으로 온라인 플랫폼이 새로운 관람공간으로 각광받고 있다. 플랫폼 자체가 온라인 상의 시장으로 기능하기 때문에 전통예술분야 종사자들도 이러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관객을 만나는 시도를 하고 있다. 그러나 민간에서 활동하는 예술인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변화이자, 도전 과제인 것이 사실이다. 이에 국립국악원의 새로운 역할이 요구된다. 이정희 박사는 “국립국악원이 주체가 되어 전통예술 유통 플랫폼을 제공하거나, 지원할 수 있는 모델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전통예술에의 접근성을 강화하기 위해 대국민 캠페인이나 축제 등을 개발해 국립국악원이라는 브랜드 자체를 홍보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이 박사는 “전통예술의 저변 확대에는 왕도가 없으며, 천천히 오랜 기간 꾸준히 공을 들여야 한다. 성과보다는 자원을 투입하고 과정에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들은 국립국악원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라며 “민간 시장과 상생하면서 자체적으로 보유한 전속단체를 활용해, 해외의 공연장 및 국공립 기관과의 교류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국립국악원 ‘국악 산업 진흥을 위한 정책 토론회’ 기념사진 (맨앞줄왼쪽부터)모선미(KBS국악관현악단단원), 김영운(국립국악원장), 임오경(더불어민주당국회의원), 정청래(더불어민주당국회의원), 정성숙(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이사장)(사진=국립국악원 제공)
▲국립국악원 ‘국악 산업 진흥을 위한 정책 토론회’ 기념사진 (맨앞줄왼쪽부터)모선미(KBS국악관현악단단원), 김영운(국립국악원장), 임오경(더불어민주당국회의원), 정청래(더불어민주당국회의원), 정성숙(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이사장)(사진=국립국악원 제공)

마지막은 디엠지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이수정 기획국장이 국악의 해외 진출 성공 전략과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 소개했다.

지난 수십 년간 국악의 해외 진출은 ‘공연예술’의 성격으로 소개되는 양상을 보였고 글로벌 음악 시장의 일반적인 생태계로부터는 조금 괴리되어 전개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수정 기획국장은 2000년대 이후 발전된 국악의 해외 진출 구조와 글로벌 음악ㆍ공연 시장의 일반적인 유통 구조를 분석하고, 이를 통해 현재 국제 음악 시장에서 국악의 위상과 한계를 짚어냈다. 

1983년 11월 김용배, 김덕수, 이광수, 최종실의 사물놀이는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해외에서 전담 매니지먼트를 설립하고 이후 지속해서 해외 순회공연을 도는 데 성공하며 산업적 관점에서 ‘해외 시장 유통’에 성공한 첫 사례로 꼽힌다. 당시 동향에서 크게 벗어난 기획은 아니었으나, 이들은 결정적 차이는 ‘음반 발매’에 있었다. 공연의 실황은 워너뮤직 산하 음반사인 논서치(Nonesuch)의 손에 들어갔고, 이들은 1984년 실황음반 <Drums And Voices of Korea>를 미국과 일본에 발매했다. 약 40여 년이 지난 지금, 국악이 해외 음반 발매와 투어를 통해 1980년대 사물놀이만큼의 영향력을 만들어 낸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이다. 

이 국장은 “2000년대 이후 한국 콘텐츠의 수출 가능성이 증명되며 문화산업의 ‘국내 수요기반과 해외 진출 역량 강화’가 제시됐다”라며 “하지만 해외 네트워크에는 음악 콘텐츠, 즉 음원과 음반 관계자가 거의 없고 오직 ‘공연예술’로만 분류된다. 국악은 음악임에도 불구하고 음원의 창작과 유통, 소비가 중심이 되는 ‘세계 음악 산업’의 관점에서는 여전히 그 성과가 미미하다. 단순 공연이 아니라 음원 창작물이 병행돼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탄탄하게 조성된 지원체계 위에서 독창성을 지닌 많은 음악가가 등장했으며, 국악의 시장성 역시 재평가되고 있지만 국제음악산업의 관점에서 보자면 여전히 국악의 수요는 미미하고 이 수요를 함께 키울 수 있는 눈을 가진 아티스트와 파트너들은 부족하다”라며 “국악이 국제무대에서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는, 대중성이 아닌 시장성의 관점에서 음악을 돌아봐야 한다. 아울러, 물리적 이동을 통한 공연만이 해외진출의 유일한 통로는 아님을 인지하고, 다각화 된 통로를 보다 유연한 형식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라고 평가했다.

▲국립국악원 ‘국악 산업 진흥을 위한 정책 토론회’ 토론 진행 모습 (사진=국립국악원 제공)
▲국립국악원 ‘국악 산업 진흥을 위한 정책 토론회’ 토론 진행 모습 (사진=국립국악원 제공)

발제에 이어 진행된 토론회의 지정 토론자로는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선임연구원 김규원 박사, 국립국악원 김채원 학예연구관, 상명대학교 김희정 교수, MBN ‘조선판스타’를 연출한 남성현 프로듀서, KBS 국악관현악단 해금 연주자 모선미, 공연기획자 박칼린 등 연륜과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아울러 내일의 문화 주역인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 안동현 학생을 초청해 기성세대에 하고 싶은 이야기와 당찬 포부를 전했다.

김채원 학예연구관은 ‘국악 공연과 더불어 음원 창작물이 병행돼야 한다’는 이수정 국장의 의견에 대해 “최근 음악산업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이를 반영해 국립국악원은 유튜브 콘텐츠 개발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채널 개설 후 총 114건의 콘텐츠를 게재했고 (행사 당일 기준) 약 100만 뷰라는 시청 기록을 달성했다”라며 “전통예술인 뮤직비디오 제작 프로젝트인 ‘Gugak IN 人(국악인)’은 수익금 전액이 창작자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국립국악원이 배급 업무를 지원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전통 예술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더욱 연구하고 노력하겠다”라는 입장을 전했다.

최근 종영한 MBN <조선판스타>를 연출한 남성현 PD는 “공중파도 아닌 방송국에서 소위 말해 ‘돈이 되지 않거나, 시청률이 나오지 않는’ 프로그램은 가치가 없다고 판단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분위기 가운데서도 국악이 재밌다는 걸 알리기 위해 열심히 방송을 만들었다”라며 “프로그램(조선판스타)의 주 시청층을 낮추려 여러 시도를 했지만, 어쨌든 지금은 60대가 가장 큰 파이를 차지하고 있다. 방송뿐만 아니라 국악계 전반에서도 다양한 연령대의 이목을 끌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으로 나는 ‘스타 탄생’을 말하고 싶다. 틀에 가두지 말고, 독특한 인물이 발견될 수 있는 장이 자유롭게 형성되길 바란다”라고 조언했다. 

국악계의 현 상황을 냉정하게 바라보며 일침을 놓는 토론자들의 의견도 돋보였다. 박칼린 공연기획자는 이날 행사의 포문을 연 문화예술계 주요 인사들의 환영사 및 축사 속 오류에 대해 지적했다. 그는 “앞서 ‘문화한류’와 ‘국악열풍’에 대해 언급하며 반복적으로 BTS라는 이름이 등장했는데, 과연 맥락에 맞는 말인지 의문이 들었다. 그들은 하나의 기업으로 불릴 만큼 돈과 시간을 투자해 만들어진, ‘대중성’만을 타겟으로 한 그룹이다. BTS의 해외 진출 성공과 국악 한류는 같은 선상에 두고 비교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과거를 탓할 것이 아니라,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예술인들이 상처받지 않고, 보호받으며,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 성장할 수 있는 보다 많은 기회가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송현민 평론가는 토론회 진행 방식에 대한 일부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정책토론회는 발전 방향을 모색하려는 취지도 있지만, 이와 동시에 실패사례를 통해 미래를 예측하고 예견하는 자리이기도 하다”라며 “최근 국악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긴 하나, 이는 이전에도 있었던 일이다. 하나의 분위기에 휩쓸리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라고 일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