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중박, 《조선의 승려 장인》展 “337년 만에 사찰 밖으로 나온 불화”
국중박, 《조선의 승려 장인》展 “337년 만에 사찰 밖으로 나온 불화”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1.12.06 16: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는 7일부터 내년 3월 6일까지
145건 출품된 대규모의 조선시대 불교미술전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조선시대 불교미술을 깊이 있게 즐기고 탐색할 수 있는 전시가 개최된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민병찬)은 내년 3월 6일까지 기획전시실에서 조선시대 불교미술을 조성한 승려 장인의 삶과 예술 세계를 살펴보는 특별전 《조선의 승려 장인》을 개최한다. 이번 특별전은 국내외 27개 기관의 협조를 받아 국보 2건, 보물 13건, 시도유형문화재 5건 등 총 145건을 출품하는 대규모의 조선시대 불교미술전이다. 전시된 작품의 제작에 관여한 승려 장인은 모두 366명이다.

▲용문사 목각아미타여래설법상과 목조아미타여래삼존좌상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용문사 목각아미타여래설법상과 목조아미타여래삼존좌상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제공)

박물관이 심열을 기울여 준비한 이번 전시는 그간 국민에게 쉽게 공개되지 않았던 작품들을 볼 수 있는 자리이기도하다. 17세기 중반부터 18세기 초에 활동한 조각승 단응(端應)이 1684년(숙종 10)에 불상과 불화를 결합해 만든 <용문사 목각아미타여래설법상>(보물)은 이번 전시를 위해 337년 만에 처음으로 사찰 밖으로 나왔다. 18세기 전반에 붓의 신선으로 불렸던 화승 의겸(義謙)이 1729년(영조 5)에 그린 <해인사 영산회상도>(보물)과 18세기 중후반에 활동한 화승 화련(華蓮)이 1770년(영조 46)에 그린 <송광사 화엄경변상도>(국보)도 서울 전시는 처음이다.

이번 특별전 《조선의 승려 장인》은 조선 시대 승려 장인을 본격적으로 조명하고, 자칫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불교미술을 현대인의 시선으로 재해석해 친숙하게 접할 수 있게 한 점을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전시는 총 4부로 구성됐다. 제1부 ‘승려 장인은 누구인가’, 제2부 ‘불상과 불화를 만든 공간’, 제3부 ‘그들이 꿈꾼 세계’, 제4부 ‘승려 장인을 기억하며’으로 조성됐다.

1부에서는 종교미술 제작자로서 일반 장인과 구별되는 승려 장인의 성격을 살펴본다. 승려 장인은 전문적인 제작기술을 지닌 출가승을 말한다. 조선시대에는 여러 분야의 승려 장인이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신앙의 대상인 부처를 형상화하는 조각승(彫刻僧)과 화승(畫僧)이 중심이었다. 이들은 개인이 아니라, 공동으로 협력해 불상과 불화를 조성했고,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맺으며 기술을 전수했다.

그동안 조선시대에는 유교 숭상 정책으로 불교가 크게 쇠퇴한 것으로 알려져 이 시기 불교 미술은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임진왜란(1592~1598) 이후 조선 후기에 불교미술은 활발히 제작됐다. 현재 전국의 사찰에는 이때 만든 수많은 불상과 불화가 전한다.

▲승려 장인을 기억하며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승려 장인을 기억하며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조선시대에 제작된 불교 미술 중 도화서 화원(畫員) 또는 관청 소속 장인이 제작한 1458년(세조 4) 작 경북 영주 흑석사 소장 <법천사 목조아미타여래좌상>(국보)과 조각승 현진(玄眞)을 비롯한 승려 장인들이 협업해 만든 기념비적인 상 1622년(광해군 14)의 <목조비로자나여래좌상>(보물)을 함께 전시해 일반 장인과 승려 장인의 특징을 선보인다. 2부에서는 ‘화승의 스튜디오’와 ‘조각승의 스튜디오’를 연출해 승려 장인의 공방과 작업과정에 대한 이해를 돕는 전시 기획을 선보인다.

3부 ‘그들이 꿈꾼 세계’는 이번 전시의 핵심 부분이다. 조각승 단응이 만든 <마곡사 영산전 목조석가여래좌상>(1681년)과 <용문사 목각아미타여래설법상>(1684년), 화승 의겸이 그린 <해인사 영산회상도>(1729년), 18세기 후반에서 19세기 전반에 활약한 화승 신겸(信謙)의 <고운사 사십이수관음보살도>(1828년) 등 대표적인 조각승과 화승의 중요 작품들을 집중 조명한다. 이 불상과 불화들은 좀처럼 함께 모이기 어려운 명작들로, 관람객들은 한 자리에서 조선 후기 불교미술의 정수(精髓)를 감상할 수 있다. 4부에서는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을 포함한 조선 후기 불‧보살상 7점과 설치미술가 빠키(vakki)의 작품 ‘승려 장인 새로운 길을 걷다’를 전시해 과거와 현재, 미래를 아우르는 불교미술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전시는 그간 주목받지 못했던 조선시대 불교미술을 선보이며, 현대인에게 조금 더 가깝게 불교미술을 가져온다. 전문가들의 인터뷰, 작품 제작 과정 등의 영상이 베일에 싸였던 숭고한 종교미술 세계의 틈을 열어 보인다. 현재까지 파악된 조선 후기의 조각승은 1천여 명이고, 화승은 2천 4백여 명에 이른다. 유교가 주목 받았던 시기, 조선에는 많은 수의 승려 장인이 활약하며 우리나라 불교미술의 르네상스를 이끌었다. 특별전 《조선의 승려 장인》은 그들이 온 마음을 다해 일궈온 예술의 한 영역을 선보이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