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A, 한국-호주 잇는 《경로를 재탐색합니다》展
SeMA, 한국-호주 잇는 《경로를 재탐색합니다》展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1.12.17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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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MA 서소문본관, 내년 3월 6일까지
한국-호주 수교 60주년을 맞이해 기획
‘배움’ 의제 아래, 호주 이해하는 여러 방법 제안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한국-호주 수교 60주년을 맞이해 호주 동시대 미술을 주목하는 전시가 열린다. 서울시립 서소문본관에서 지난 14일 개막해 내년 3월 6일까지 개최되는 《경로를 재탐색합니다 UN/LEARNING AUSTRALIA》전시다.

▲브룩 가루 앤드류, 1945: WINHA-NGA-NHA 기억 MEMORY, 2021, 설치전경 (사진=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브룩 가루 앤드류, 1945: WINHA-NGA-NHA 기억 MEMORY, 2021, 설치전경 (사진=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서울시립미술관(관장 백지숙)은 미술을 매개로 다양한 지역과의 대화와 연결을 시도해왔다.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과 호주 시드니 소재 비영리 미술기관인 아트스페이스와의 공동 기획으로 준비됐다. 주한호주대사관을 포함한 호한재단, 호주문화예술위원회 등 국내외 여러 기관의 후원과 협찬으로 막을 올릴 수 있었다.

전시는 호주의 현대미술작가 총 35명/팀의 작품 60여 점을 소개한다. 올해 서울시립미술관의 기관 의제인 ‘배움’의 태도를 바탕으로 한다. 여기서의 ‘배움’은 완결되거나 고정된 지식 획득에 그치지 않고, 열린 마음으로 새로운 경로를 탐색해 인식의 확장과 새로운 사고 방식의 탐구까지 나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압둘 압둘라, 모두 함께 기뻐하소서, 2017. DGTMB 스튜디오(욕야카르타)의 도움으로 만든 손 자수, 125 × 110 cm. (사진=작가, 야부즈 갤러리 제공)
▲압둘 압둘라, 모두 함께 기뻐하소서, 2017. DGTMB 스튜디오(욕야카르타)의 도움으로 만든 손 자수, 125 × 110 cm. (사진=작가, 야부즈 갤러리 제공)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한 축을 이루는 호주의 예술가와 콜렉티브, 토착민 아트센터를 초대해 기획된 이번 전시는 호주를 이해하는 경로 재탐색의 여정을 제안하고, 다층적 사회로서 호주를 경험할 수 있도록 여러 갈래의 경로를 상상하고 공유하려는 시도를 선보인다.

특정 주제나 고정된 관람 동선을 제시하기보다는 호주에 접근할 수 있는 다섯 가지의 잠재적 진입 지점을 제안한다. 장소에 새겨진 역사, 자주권과 자기결정, 듣기와 앎의 공유, 다양성과 반목, 유머와 전복 등의 제안은 사유와 방법의 유기적인 연결망을 형성한다. 호주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들을 재고하고, 고정된 시각을 탈피함으로써 호주 미술과 사회를 구성하는 복잡다단한 문화·사회·정치적 갈피를 따라 다층적으로 사유하기를 선보인다. 나아가, 전시는 호주라는 한 국가와 지역을 넘어 이를 작동케 하는 특권과 권력, 지배의 개념을 재검토하는 기회를 마련할 것 기대된다.

팬데믹 시대에 진행된 국제 프로젝트인 만큼 물리적인 이동과 대면 제약 조건을 뛰어넘는 교류의 경험을 다채로운 방식으로 잇고자 한 것도 이번 전시에서 주목할 만한 지점이다. 공동 기획을 맡은 서울시립미술관과 아트스페이스는 본격적인 전시 만들기에 앞서 약 2년여에 걸쳐 사회, 문화, 정치 문제와 양국의 역사, 미술을 둘러싼 서사를 아우르는 밀도 있는 상호 배움의 시간을 보냈다. 이는 여러 경로로 호주를 이해하는 기획 방법론으로 이어졌고, 한국과 호주라는 지역적 맥락이 갖는 차이와 의외로 교차하며 공명하는 지점으로 전시를 풀 수 있었다.

전시 기획의 글을 동해 서울 시립미술관은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나누었던 사유의 교류는 우리가 알고 있다고 혹은 무지하다고 여겼던 것들에 대한 자기반성과 비판적 사고를 풀어내는 토대를 마련해 줬다”라고 교류의 시간을 표현했다. 이어 이번 전시가 세대와 문화, 인종과 젠더를 아우르는 공동체와 이들 간의 상호 배움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일깨워줬다고도 말한다.

▲아치 무어, 연합 국가, 2014/2017. 28개 깃발 설치, 폴리에스터, 나일론, 아연 도금 합금, 23 × 360 × 180 cm 또는 5 × 180 × 180 cm. 캐리지웍스 시드니 《더 내셔널 2017: 새로운 호주 미술》(2017) 설치 전경. ⓒ소피아 프리맨
▲아치 무어, 연합 국가, 2014/2017. 28개 깃발 설치, 폴리에스터, 나일론, 아연 도금 합금, 23 × 360 × 180 cm 또는 5 × 180 × 180 cm. 캐리지웍스 시드니 《더 내셔널 2017: 새로운 호주 미술》(2017) 설치 전경. ⓒ소피아 프리맨

현장 관람이 가능한 전시 외에도 디지털 커미션 작품들을 인스타그램 계정(@52artists52actions)을 통해 선보인다. 참여 작가, 콜렉티브, 토착민 아트센터들은 ‘배우기와 비워내기’의 개념을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해석해 이미지, 영상, 텍스트, 오디오로 이뤄진 작품들을 전시기간 동안 릴레이 형식으로 게시할 예정이다. 더불어 온ㆍ오프라인을 오가는 공공프로그램으로 작가들과 연결될 수 있는 경로도 제공될 예정이다.

전시 개막과 함께 출판물도 출간된다. 전시 출품작을 비롯해, 한국과 호주의 필자들이 생산한 이미지, 에세이, 인터뷰 및 실험적인 글이 수록돼 전시를 보다 풍요롭게 할 것으로 보인다.

백지숙 서울시립미술관장은 “이번 전시와 프로그램을 통해 복잡하고 다양한 호주의 문화를 살펴보는 것은 물론이고, 이를 한국문화의 변화와도 연결해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라며 “두 기관이 준비 단계부터 대화와 조율, 합의의 과정을 거쳐 예술과 예술가의 실천을 서로 배워온 만큼, 이 프로젝트가 한국과 호주 두 국가 간 문화협력의 또 다른 60주년을 내다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전시는 사전 예약없이 관람 가능하고 서울시립미술관 전시도슨팅 앱을 통해 음성으로 작품 해설을 들을 수 있다. 전시 관람 일정에 대한 상세한 정보는 서울시립미술관 홈페이지(sema.seoul.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