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CA 과천프로젝트 2021: 예술버스쉼터》, 전이공간으로 본 '버스정류장'
《MMCA 과천프로젝트 2021: 예술버스쉼터》, 전이공간으로 본 '버스정류장'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1.12.21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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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1월 20일까지
공간재생 프로젝트로 확장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야외공간이 특화된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의 공간 재생 프로젝트의 결과가 공개된다.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윤범모)은 《MMCA 과천프로젝트 2021: 예술버스쉼터》를 지난 15일 시작해 내년 11월 20일까지 선보인다고 알렸다.

▲다이아거날 써츠, 쓸모없는 건축과 유용한 조각에 대하여, 설치 전경, 2021 ⓒ다이아거날 써츠, 박수환
▲다이아거날 써츠, 쓸모없는 건축과 유용한 조각에 대하여, 설치 전경, 2021 ⓒ다이아거날 써츠, 박수환

MMCA 과천프로젝트는 드넓은 녹지와 호수 공간을 활용하고 이와 어우러지는 작품을 선보이기 위해 추진된 프로그램이다. 올해 과천프로젝트는 관람객의 미술관 방문 및 관람 경험의 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장기적인 공간재생 프로젝트로 확장됐다. 과천관 개관 40주년이 되는 2026년을 앞둔 선행 작업의 일환이면서, 향후 건축가, 디자이너, 조경가 등 다양한 창작자들과 유기적인 협업을 시도하고자 하는 방향성을 담았다. 앞으로 MMCA 과천관은 창작자들 간의 협업으로 미술관 곳곳을 개선해 예술적 경험의 무대로 탈바꿈 시킨다는 계획이다.

공간재생의 첫 번째 대상으로 선정된 곳은 미술관의 도입부이자 관람객을 맞이하는 얼굴이 되는 ‘버스 정류장’이다. 《MMCA 과천프로젝트 2021: 예술버스쉼터》는 복잡한 도심으로부터 자연 속 미술관으로 진입하는 여정 사이에서 ‘버스 정류장’을 하나의 전이 공간으로 설정해, 새로운 시선과 관점을 부여한 쉼터를 제시하고자 했다.

하나의 예술 작품이자 지향성을 담은 건축물로 탈바꿈한 버스정류장은 미술관을 방문하는 관람객들에게 짧지만 깊이 있는 예술적 경험을 제공한다. 생태적 실천에 대한 환대, ‘자연 속 미술관’으로 향하는 짧지만 즐거운 숲길의 여정, 미술관에서 자연과 예술을 즐기고 그 여운을 누리는 장소적 경험을 선사한다.

이번 프로젝트에 최종 선정된 건축가 다이아거날 써츠(김사라)는 과천관 순환버스 정류장 3곳(대공원역, 미술관 정문, 후문)에 선정작인 <쓸모없는 건축과 유용한 조각에 대하여 ( ) function> 을 제안한다. 머무름, 기다림, 사색이 공존하는 이곳에서 미술관을 향하는 관람객들은 각자 앉거나 서고, 침묵하거나 대화를 나누며 각자의 선택에 의한 여러 자세로 장소를 점유한다. ‘기능적인 건축과 추상적인 조각’의 경계를 오가는 작품은 도달하지 않은 장소에 대한 기대와 호기심을 담는 무대가 된다.

다이아거날 써츠 작가는 MMCA 과천관으로 들어 오는 세 개의 버스 정류장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방 안의 작은 문과 같다고 말한다. 이 버스 정류장들은 우리를 일상에서 조금은 빗겨간 또 다른 세계로 안내하는 포털(portal)의 역할을 한다는 발상이다.

작가는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사람들의 몸짓이 남긴 보이지 않은 공간에 주목해 기다림의 장소에 적절한 조형을 설계했다. 이러한 공간적 장치를 통해 사용자들은 서로 다른 움직임과 자세를 취하며 보다 유연한 방식으로 공간을 경험하고 인식을 확장하게 된다. 작가는 ‘( ) function’이라는 영문 제목을 가진 이번 프로젝트의 빈칸을 경험자들의 주체적인 의식과 경험으로 채워달라고 요천한다.

또한 이번 프로젝트와 함께 미술관은 버스에 탑승해 미술관으로 향하는 여정, 이동의 감각을 새롭게 확장하는 프로그램 <숲의 여정, 미술관 가는 길>을 함께 선보인다. 대공원역-미술관 사이 숲길을 따라 미술관으로 진입하는 시간 동안 공간을 확장하는 명상적 사운드와 기억 속 숲의 내음을 재현한 치유의 향 등 공감각적 장치들을 통해 관람객들이 일상을 새롭게 사유할 기회를 제공한다. 순환버스를 타고 미술관으로 향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왕복 20분의 시간은 이번 프로젝트의 또 다른 시공간적 무대가 된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이번 프로젝트는 과천관이 갖는 장소적인 특수성과 생태적 관점에 주목하고, 미술관의 공간적 재생과 경험의 확장을 도모하고자 마련되었다”며, “미술관을 오가는 분들께 색다른 휴식과 사색의 기회, 즐거움의 여정을 경험하게 하는 또 다른 쉼터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