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여전히 현재적이며 보편적인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실행과 작동의 기록』
[신간]여전히 현재적이며 보편적인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실행과 작동의 기록』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1.12.23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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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시작된 블랙리스트에 대한 구체적 성찰
▲저자 김미도|연극과인간|정가 15,000원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연극평론가 김미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가 블랙리스트 사태의 문제 제기에서부터 투쟁 그리고 판결과 후속 조치, 변하지 않은 현실을 다룬 책을 출간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는 과연 존재했다. 블랙리스트는 쉽게 말해 검열이다. 문화예술계 종사자들을 검열하여 지원을 중단하거나 불이익을 주는 방법으로 이 리스트가 이용됐다. 이 사실이 대중에게 알려진 건 2015년이다. 그해 9월 JTBC를 통해 검열 사실이 알려지고 문화예술계가 발칵 뒤집혔다. 문화예술계에서는 검열을 규탄하는 성명서들이 터져 나왔고, 검열로 의심되는 사건들이 연달아 폭로되었다. 하지만 그러는 가운데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바로 지원금 때문이었다.

2016년에 접어들면서 검열 이슈는 사그라지는 듯했지만 그해 여름 [2016 권리장전_검열각하]라는 제하에 21개 극단의 22개 작품이 릴레이로 공연되면서 검열 이슈에 다시 불을 지폈다. 국정감사에서는 예술위 회의록에서 블랙리스트의 단서를 찾아냈고, 10월 12일에 드디어 한 매체가 블랙리스트 명단을 보도했다. 이러한 블랙리스트 사태는 박근혜 탄핵 정국에서 또 다른 중요한 축이 되었다. 촛불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고, 2017년 1월 10일 광화문 광장에는 기습적으로 블랙텐트 극장이 설치됐다. 

이에 저자 김미도 교수는 연극인들 중심으로 꾸려진 검열백서위윈회의 위원장을 맡아 [검열백서] 준비 1호와 2호를 출간했다.

정권이 바뀌고 2017년 문체부 직속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 위원회가 꾸려졌다. 그러나 조사위는 국회로부터 차년도 예산을 받지 못해 1년도 못 채우고 해산됐다. 

저자가 백서 발간 작업을 하고 있던 2018년 문체부는 가해자들에 대해 ‘징계 0명’이라는 결과를 발표했다. 연극인들이 다시 거리로 나와 일인시위를 시작했고 무용계, 음악계 등 다른 장르에서도 동참했다. 저자 또한 틈틈이 광화문, 청와대, 국회 앞 등에서 일인시위를 했다. 

도종환 당시 문체부 장관은 징계 문제를 재논의하겠다고 결정했다. 그리고 그해 12월에 문체부는 수사 의뢰 3명, 징계 1명이 추가된 최종 징계안을 발표했다. 

이후 저자는 2019년 2월에 총 10권, 전체 6,622쪽 분량의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백서’를 출간한다. 

김미도 교수는 “수사의뢰자들에 대한 수사는 아직도 개시조차 못하고 있고, 블랙리스트 가해자들은 끊임없이 문화예술계로 복귀하고 있다. 대부분의 가해자들은 사과조차 하지 않았고 일부는 여전히 승승장구 중이다. 예술위를 비롯한 주요 기관들의 제도개선도 지지부진하다”라며 “무엇보다도 블랙리스트 피해자들은 아직도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라고 꼬집어 말했다.

이어 “이 책이 많은 독자들의 손에 들어가 아직 끝나지 않은 블랙리스트 사태의 공감을 이끌고, 나아가 정치를 움직일 수 있는 작은 힘이 되어주길 소망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 책의 저자 김미도 교수는 박근혜 정부 시절에 블랙리스트가 작동하고 있음을 처음으로 세상에 밝힌 인물이다. 그는 2015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지원사업인 창작산실 심의위원으로 참여해 박근형 연출가의 연극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가 배제 됐음을 내부고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