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프리뷰]MMCA, ‘미술 한류’ 이끌어 낼 2022년 전시 계획 발표
[전시프리뷰]MMCA, ‘미술 한류’ 이끌어 낼 2022년 전시 계획 발표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2.01.12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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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미술 한류’ 원년, 미국‧독일‧일본 전시 개최
MMCA과천관 ‘다다익선’ 하반기 재가동, ‘백남준 축제’ 열 것
문신‧임옥상‧동산방컬렉션 등 한국 미술 지속 조명
동시대 사회적 이슈, 미술적 시각으로 고찰 전시 준비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도 《미술이 문학이 만났을 때》와 《MMCA이건희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명작》 등의 굵직한 전시를 선보이며 국민들의 예술적 감수성을 충족시킨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윤범모)이 한 해를 마무리하고 2022년 새해를 준비하는 전시 계획과 주요 사업을 발표했다. 지난 7일 언론공개회를 가지고 계획을 발표했으며,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최소한의 담당자와 취재진이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가 진행됐다.

▲MMCA 과천
▲MMCA 과천 《백남준 효과》 전시작, 휘트니 비엔날레 서울전 포스터 (사진=MMCA제공)

지난해 국현은 1900년부터 2020년에 이르는 한국 근현대 미술을 통사적으로 담아낸 『한국미술 1900-2020』을 발간하는 등, 국내 미술을 선보이는 데에선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해외 트렌드나 교류가 부족했다는 점이 언급됐다. 코로나19 상황으로 국가 간 교류가 어려운 때이기에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었고, 국현 측은 올해에 이를 개선하고자 하는 방향성을 보였다.

간담회에 참석한 윤범모 관장은 2022년을 ‘미술 한류’의 원년으로 삼아, 해외에서 순차적으로 수립해나가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윤 관장은 “코로나 난국으로 좋은 전시나 행사, 프로젝트를 연기하거나 축소해야 하는 상황 등 안타까운 순간을 많이 겪었다”라며 “이와 동시에 ‘이건희 컬렉션’ 기증으로 단군 이래 ‘미술관’이라는 단어가 가장 많이 언급되고 국민과 미술이 가까워진 해이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간담회에서 국립현대미술관 전시계획을 발표하는 윤범모 관장 (사진=서울문화투데이)
▲간담회에서 국립현대미술관 전시계획을 발표하는 윤범모 관장 (사진=서울문화투데이)

그는 지난해를 국현의 성과를 돌아보며, ‘이건희 컬렉션’ 다량 기증이 불러온 미술관 업무 내부적 변화 방향성과 상대적으로 세계 속 미술 한류를 간과한 지점을 주요 통찰점으로 꼽았다. 윤 관장은 “이건희 컬렉션이 불러온 업무 체계의 변화는 계속 안착시켜 나가야 할 문제이고, 세계 속 미술한류 간과에 대해선 올해 하나씩 수정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현은 올해 주요행사로 MMCA 과천관 <다다익선>의 재가동도 꼽았다. 윤 관장은 올해를 ‘백남준 축제의 해’로 잡아 백남준 아카이브 전시 및 백남준의 영향을 받아 활동한 작가들의 작품을 아우르는 전시를 선보인다는 계획을 밝혔다. 특히, <다다익선>의 보존‧수복의 역사, 백남준 작품이 복원된 국내·외 대표 사례를 아카이브로 만들어 국제무대에 선보인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윤 관장은 <다다익선>의 탄생과 보존‧수복 과정이 비디오 아트와 미디어 아트 보존의 하나의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이외에 대중성과 거리가 있어도 시대적‧장르적으로 중요한 작품들을 선보이며 소외된 장르에 대한 발굴에도 힘을 쏟고, 소장품에 특화된 전시도 선보인다는 계획을 밝혔다. 특히, 한국 현대 디자인사의 선구자인 한홍택과 배만실 아카이브 자료를 기반으로 한 디자인전(《꿈의 공간, 환상의 사물》 10월 – 2023년 2월 / 과천)을 선보이고 국현의 첫 해외 미술품 수집에서 시작해 해외 미술 소장품에 특화된 전시(《미술로, 세계로》1월 - 6월 / 청주)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미술 한류, 시대적 트렌드 모두 아우를 것

올해 국립현대미술관의 전시는 크게 ‘국외 지역 한국 근‧현대미술 본격 전시 및 국외 미술기관과의 연계 프로젝트를 통한 미술한류 확산’, ‘탄소중립, 배달문화, 비대면과 같은 동시대 이슈 심화 주제기획을 통한 사회와의 소통 강화’, ‘소장품과 특화장르 심층연구를 통한 한국현대미술사 지평 확장’, ‘중진·신진 예술가 집중조명 연례프로젝트를 통한 한국미술 독창성과 창조성 확립’이라는 4가지 지향성을 가지고 추진된다.

먼저 2022년을 미술한류의 원년으로 지칭한 만큼, 올해엔 미국, 독일, 일본 등에서의 한국 근‧현대미술 전시 및 국외 기관과의 연계 프로젝트 활발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는 6월부터 9월까지 독일에서 열리는 국제미술 행사 《카셀 도쿠멘타 15》에서 MMCA 장기 연구 프로그램인 ‘아시아 집중’ 기획으로 추진했던 《당신은 몰랐던 이야기》(2018), 《또 다른 가족을 찾아서》(2020)의 시리즈의 연장선상의 프로젝트를 선보인다. 관객 참여형 설치와 온·오프라인 연계 워크숍 등으로 구성된다. 독일 카셀에서 공식적으로 초청받은 한국 미술전으로 추후 국립현대미술관의 아시아 프로젝트 확대를 도모하겠단 의지를 표했다.

▲MMCA과천 전혁림, 백락병, 2001, 캔버스에 유채, 250x340cm(x2).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사진=MMCA제공)
▲MMCA과천 《생의 찬미》 전시작, 전혁림, 백락병, 2001, 캔버스에 유채, 250x340cm(x2).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사진=MMCA제공)

미국 LA에 위치한 LACMA와 공동 주최하는 한국 근대미술전 《사이의 공간: 한국 근대미술》도 주목할 전시다. 오는 9월부터 내년 2월까지 개최되는 이 전시는 한국 근대 시기를 주제로 한 미국에서 열리는 최초의 전시다. 지금까지 한국 미술은 전통 유물이나 현대 작품 위주로 해외에 소개했고, 근대 시기 중 일제강점기 예술에 중점을 둔 전시는 없었다는 것이 국현의 설명이다. MMCA 소장품 63점을 비롯해 140여 점의 근대미술 대표작이 총망라된 이번 전시는 해외에서 마치 공백처럼 여겨졌던 한국 근대 시기를 일별하고 조망하는 역사적 의미를 지닐 것이라는 설명이다.

해외로의 도약을 추진하면서, 국현은 국내 미술의 시대적 트렌드도 함께 집중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탄소중립, 배달문화, 비대면 같은 동시대의 첨예한 사회적 의제를 예술적 통찰과 전망으로 살펴보는 주제 기획전이 준비돼 있다. 오는 4월부터 8월까지 MMCA 서울관에서 열리는《나/너의 기억》은 사회현상학적인 관점에서 ‘기억’을 다층적으로 살펴보면서, 현재 우리 사회의 모습과 삶의 방식에 대해 살펴본다. 개인의 기억을 누가 점유하고, 어떤 기준에 따라 정보가 기억되고, 망각되는지에 대해 고찰하며 미래의 기억은 어떠한 방식으로 드러날 것인가에 대한 질문도 제기한다.

MMCA 청주관에서 오는 7월부터 11월까지 열리는 《전시 배달부》는 비대면 배달경제가 사회문화현상으로 정착돼가는 시대에 ‘미술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를 고민해본다. 배달(물류)문화를 미술(관)의 관점에서 조명하고 미술관의 실험적 확장을 모색하는 전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인류세와 탄소중립의 시대에 현대미술관의 태도와 실천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며, 미술관에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미술관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 지 실험해보는 《MMCA 다원예술 2022: 탄소 프로젝트》도 예정돼 있다.

▲MMCA서울관 장민승, 보이스리스-둘이서 보았던 눈, 2014, 단채널 비디오, 컬러, 무음, 89분 51초 (사진=MMCA 제공)
▲MMCA서울 《나/너의 기억》 전시작, 장민승, 보이스리스-둘이서 보았던 눈, 2014, 단채널 비디오, 컬러, 무음, 89분 51초 (사진=MMCA 제공)

한국 미술 대표 작가‧ 국외 대표 작가 선봬

올해는 조각가 문신(1922-1995)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다. 이를 기념해 MMCA덕수궁관에서는 오는 7월부터 10월까지 자신만의 독특한 미학을 고집스럽게 추구한 문신의 삶과 예술세계를 입체적으로 조명하는 전시를 개최한다. 경남도립미술관, 창원시와 공동으로 주최하는 이번 전시는 조각 외에도 회화, 드로잉, 공예, 건축 등 문신의 다양한 예술세계를 총체적으로 보여줄 예정이다.

지난해 이건희 컬렉션 기증으로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했던 ‘동산방화랑’의 기증 특별전도 준비돼 있다. 동산방화랑은 1961년 표구사 ‘동산방’으로 시작해서 1975년 ‘동산방화랑’을 개관한 이래 인사동에서 반세기 이상 한국미술의 흐름과 함께 했던 화랑이다. 최근 국현에는 동산방컬렉션 195점이 기증됐다. 오는 7월부터 9월까지 MMCA과천관에서는 컬렉션의 대표작을 공개하는 《MMCA 동산방컬렉션 특별전》이 열린다. 1930년대 근대기 작품부터 2000년대까지 한국화 분야를 주축으로 다양한 작가군의 회화작품과 5점의 조각으로 각각의 작가들의 행보를 통해 미시적으로 한국의 회화사를 조명해본다.

문신, 닭장, 1950년대, 캔버스에 유채. 141×103.5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MMCA덕수궁 문신 기념전, 닭장, 1950년대, 캔버스에 유채. 141×103.5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사진=MMCA 제공)

해외 작가 전시로는 동시대 미술 현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미디어 작가 중 한 사람인 히토 슈타이얼의 국내 최초 개인전이 준비돼있다. 또한, 해외 주요 미술관과의 협력 및 교환 전시로서 독일 칼스루헤 미디어센터(ZKM) 《피터 바이벨》(2019)을 개최한다. ZKM에선 오는 9월부터 MMCA 《김순기: 게으른 구름》(2019)이 개최될 예정이다.

2022년은 한·중 수교 3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국현은 중국미술관(NAMoC)과 공동주최로 20세기 중국미술의 흐름과 특징을 소개하는 《20세기 중국미술》전시도 준비 중이다. 중국의 역사와 주요 작품을 일괄하는 교과서적 전시는 국내에서 처음이다.

▲MMCA서울관 히토슈타이얼 개인전, 히토 슈타이얼, 소셜심, 2020, 단채널HD비디오, 18분 19초, 라이브 컴퓨터 시뮬레이션 댄싱 마니아, 가변크기, 작가, 앤드류크랩스 갤러리 뉴욕, 및 에스더 쉬퍼, 베를린 제공
▲MMCA서울관 히토슈타이얼 개인전, 히토 슈타이얼, 소셜심, 2020, 단채널HD비디오, 18분 19초, 라이브 컴퓨터 시뮬레이션 댄싱 마니아, 가변크기, 작가, 앤드류크랩스 갤러리 뉴욕, 및 에스더 쉬퍼, 베를린 제공 (사진=MMCA 제공)

MMCA 전시 설명 이후 이어진 언론 질의응답 시간에는 <다다익선> 재가동과 관련해 준비된 전시가 평이하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최근 새로운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메타버스, NFT를 아우를 수 있는 기획이 부족했다는 평이었다. 또한, ‘미술 한류’를 주도하겠다는 포부와 달리 해외 트렌드에 미흡하다는 지적도 잇달았다. 이에 윤 관장은 메타버스‧NFT 콘텐츠의 경우 ‘저작권’ 문제로 활용이 어렵다는 상황적 난관을 전했다. 이어 해외 트렌드 관련 질의에선 국제적 동향도 중요하지만, 한국 미술이 먼저 중심을 잡고 나아가야하는 것도 하나의 방향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코로나19 장기화는 우리 사회 많은 것을 변화시켰고, 현재도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많은 인파가 몰리면 안 되기에 미술관이나 박물관은 사전 예약제로 운영하게 됐고, 이는 전시 개방성은 약화시켰지만 전시 관람의 쾌적함을 높이기도 했다. 또한, 현장에 방문해야지만 즐길 수 있었던 작품을 내 방에서 즐겨볼 수 있는 비대면 온라인 콘텐츠의 확장도 또 한 가지의 긍정적 변화였다.

관장은 간담회에서 “코로나19는 위기였지만, 기회이기도 했다”라고 표현했다. 지난해, 한국 미술 시장은 부흥세를 탔고 《MMCA이건희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명작》 전시 사전예약이 순식간에 매진되는 등 긍정적 변화의 지표가 있었다. 2022년에도 지난해에 미술계의 점진적 도약이 이뤄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