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고재, 한국 추상화가 7인으로 ‘한국 추상회화 역사’ 짚는다
학고재, 한국 추상화가 7인으로 ‘한국 추상회화 역사’ 짚는다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2.01.12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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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고재 전관, 오는 2월 6일까지
《‘에이도스(eidos)’를 찾아서: 한국 추상화가 7인》展
한국 미술계에 쏠린 세계적 관심 지속하고자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2022년 첫 전시로 학고재가 한국 추상회화의 역사를 되짚고, 잊혀진 작가를 재조명하는 대형 기획전을 선보인다. 학고재 전관에서 지난 7일 막을 열어 오는 2월 6일까지 열리는 《‘에이도스(eidos)’를 찾아서: 한국 추상화가 7인》전이다. 이번 전시는 김복기(아트인컬처 대표, 경기대 교수)가 총괄 기획을 맡았다.

▲류경채 RYU Kyung Chai (1920-1995), 향교마을 75-5 Hyanggyo Village 75-5, 1975, 캔버스에 유채 Oil on canvas, 53x45.5cm (사진=학고재 제공)
▲류경채 RYU Kyung Chai (1920-1995), 향교마을 75-5 Hyanggyo Village 75-5, 1975, 캔버스에 유채 Oil on canvas, 53x45.5cm (사진=학고재 제공)

전시는 이봉상(1916-1970, 서울), 류경채(1920-1995, 황해 해주), 강용운(1921-2006, 전남 화순), 이상욱(1923-1988, 함흥), 천병근(1928-1987, 경북 군위), 하인두(1930-1989, 경남 창녕), 이남규(1931-1993, 대전) 등 7인의 작품 57점을 선보인다. 지하 1층 공간에는 작가들의 생전 기록 및 상호 교류, 전시 활동 등의 내막을 살필 수 있는 아카이브 섹션도 마련했다. 전시기간 중 오는 22일에는 부대행사로 학술세미나를 개최한다.

최근 한국 문화에 대한 국제 사회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겁다. 대중문화 분야의 눈부신 성취에 이어 ‘K-아트’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고조되고 있다. 해외 유수갤러리들이 서울에 분점을 냈고, 국내 최대 아트페어인 키아프서울과 런던 프리즈가 올 가을 첫 공동 개최를 앞두고 있다. ‘단색화’에 대한 세계적 주목과 더불어 국제 미술계에서 한국미술이 새롭게 도약할 시점이 오고 있는 것이다.

학고재는 단색화로 촉발된 한국미술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더 다양한 작가와 작품을 내놓아야 한다고 봤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 현대미술의 힘과 정신을 살피고, 단색화 전후좌우로의 미술사 연구의 확산과 우리 정체성을 공고히 다지는 일이 시급하다고 판단했다.

▲이봉상 REE Bong Sang (1916-1970), 나무와 달 Tree and Moon, 1963, 캔버스에 유채 Oil on canvas, 112x160.5cm
▲이봉상 REE Bong Sang (1916-1970), 나무와 달 Tree and Moon, 1963, 캔버스에 유채 Oil on canvas, 112x160.5cm (사진=학고재 제공)

전시 제목의 ‘에이도스(eidos)’는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에서 존재사물에 내재하는 ‘본질’을 가리키는 말이다. 사상(事象)의 본질을 좇는 추상회화의 속성을 에이도스라는 개념에 빗대서 표현했다. 학고재는 이번 전시에서 1920년대 출생 작가를 중심으로 해방 제1세대 한국 추상화가 7인의 작품 세계를 조명한다. 전후 서구로부터 유입된 추상회화의 거센 파고 속에서 한국적 양식을 이룩해낸 작가들이다.

한국의 추상회화는 서구 미술의 추상 계보로는 온전히 설명할 수 없다.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 지역 특수성과 세계 보편성 등 이항대립의 줄다리기 속에서 가열한 모색과 천착을 거쳐, 서구 조형어법에 주체적으로 대응했던 한국 미술 흐름을 만들었다.

56. 하인두 Haindoo (1930-1989), 만다라(曼多羅) Mandara, 1988, 캔버스에 유채 Oil on canvas, 162.3 x130.3cm
▲하인두 Haindoo (1930-1989), 만다라(曼多羅) Mandara, 1988, 캔버스에 유채 Oil on canvas, 162.3 x130.3cm (사진=학고재 제공)

이번 전시는 한국 추상회화의 다양한 얼굴을 되짚고, 그 미술사적 위상을 조명하는 데에 힘을 쏟았다. 형태의 환원과 원시적 비전(이봉상), 순도 높은 시적 정취(류경채), 서체적 충동의 추상 표현(강용운), 서정적 액션의 분출(이상욱), 초현실주의적 신비주의(천병근), 전통 미감과 불교적 세계관의 현대적 구현(하인두), 우주의 질서와 생명의 빛(이남규)을 조명한다.

한국 추상회화의 맥을 다시금 짚어보는 이번 전시는 한국미술 지평에 한국 추상회화의 동도서기(東道西器)를 묻는다. 나아가 전시는 ‘나’와 ‘우리’를 주어로 한국 추상회화의 역사를 다시 써내는 과정을 걸어가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