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중계] SeMA 2022년 운영계획‧전시 발표, ‘모두가 연결된 미술관’ 지향
[현장중계] SeMA 2022년 운영계획‧전시 발표, ‘모두가 연결된 미술관’ 지향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2.01.26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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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형 네트워크, 분관 미술관 가동 점화
광화문 뮤지엄 벨트 대비해 글로벌 경쟁력 신장
기관의제 ‘제작’, 전시의제 ‘시’ 토대로 전시 선봬
권진규‧정서영 개인전, 비서구권 아시아미술 기획전 시도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서울시가 한 도시 안에 10개의 미술관 분관을 가진 도시가 된다. 서울시립미술관(관장 백지숙/이하 SeMA)이 ‘여럿이 만드는 미래, 모두가 연결된 미술관’이라는 비전을 발표하고, ‘서울형 네트워크 미술관’으로 도약하기 위한 2022년 미술관 운영 방향과 전시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24일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 2층에 마련된 ‘세마 러닝스테이션’에서 언론간담회가 개최됐다.

서울시립미술관은 향후 3년간 10개의 분관으로 확장될 예정이다. 우선 2022년에는 서울시립미술아카이브가 8월 개관을 앞두고 있고, 오는 2024년까지 도봉구에 서울사진미술관과 금천구에 서서울미술관이 설립 예정돼 있다. 현재 운영 중인 미술관은 서소문본관, 북서울미술관, 남서울미술관,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SeMA창고, 백남준기념관, SeMA벙커 등 7개관이 있다.

▲전시 '백남준 탄생 90주년 기념전'/ 백남준, 서울랩소디, 모니터, 혼합재료, 컬러, 사운드, 280×1000×50cm, 2002,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사진=서울시립미술관 제공)
▲전시 '백남준 탄생 90주년 기념전'/ 백남준, 서울랩소디, 모니터, 혼합재료, 컬러, 사운드, 280×1000×50cm, 2002,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사진=서울시립미술관 제공)

3년간 진행된 ‘미술관 분관 시대 전환기’

간담회에 참석한 백지숙 서울시립미술관 관장은 미술관 운영 방향 발표에 앞서 “지난 2019년 관장 취임 이후 3년 간 진행한 일에 대한 보고를 하게 된 것 같다”라는 소회를 전했다. SeMA는 2019년부터 2021년까지를 ‘미술관 분관 시대 전환기’로 설정하고 여러 계획들을 추진해왔지만, 2020년 갑작스러운 코로나 팬데믹을 맞고 ‘분관시대’와 ‘팬데믹 속 미술관의 역할’을 고민하는 시기를 보냈다.

3년의 시간동안 SeMA는 ‘분관시대 네트워크형 미술관 운영 모델‧신규 MI를 통한 미술관 브랜드 화’, ‘기관운영 전략 수립을 위한 ’의제‘시스템 안착’, ‘미술관 소장품 정체성, 특성화 강화’, ‘미술관 대시민 서비스 강화’라는 주요 목표 4개를 설정하고 이를 추진해 왔다.

▲지난 24일 언론간담회에서 2022년 미술관 운영계획을 발표하는 백지숙 관장 (사진=서울문화투데이)

서울시립미술관은 2024년까지 세계에서 드물게 손꼽히는 1도시 10개 관 보유 미술관이 된다. 이에 SeMA는 ‘서울형 네트워크 미술관’을 운영계획으로 삼았다. 운영 계획 속 ‘네트워크’는 지리적 장소적 개념을 넘어, 미술관 활동의 분산-연결망으로 운영되는 것으로 인식한다. 고정된 하나가 중심이 되는 체제가 아닌, 각 구성 요소가 특성별 중심 역할을 하며 안팎으로 다각적 연결상을 만들어가며 상호 형성과 갱신을 지속해 나가는 다중심 체계다.

‘기관운영 전략 수립을 위한 ’의제‘시스템’은 지난 2020년부터 수립돼 시행돼 왔다. 예술작품의 정보와 지식을 모아 탐구하며 미술관의 기능을 동시대적 관점으로 재구성하려는 실천이 담긴 ‘기관 의제’와 당대 영향력을 획득한 동시대 미술 특성을 전시로 접근하며 심층 연구를 이끌어내는 ‘전시 의제’로 설정돼 있다. 지난 2021년의 기관의제는 ‘배움’, 전시의제는 ‘트랜스미디어’였다. 올해 2022년의 기관의제는 ‘제작’, 전시의제는 ‘시’다.

백 관장은 이러한 ‘의제 시스템’의 도입은 코로나 이전인 2018년 대비 2020년 연평균 전시 만족도 13% 상승이라는 성과를 도출했다고 밝혔다. 또한, 미술관 운영의 일관성과 특성 개발은 지난해 공립미술관 평가(문화체육관광부) 1위의 유의미한 결과를 낳았다고도 설명했다.

‘미술관 소장품 정체성, 특성화 강화’는 한국 현대미술에서 누락된 작품을 새롭게 발굴하고, 기존 소장품에서 미약한 주제를 보완하는 과정으로 추진됐다. 기존 SeMA 소장품 수집계획은 일반 공모, 학예직 제안으로만 이뤄졌는데 여기에 주제공모, 미술사적 주요작품 기증의 시스템이 추가됐다. 이로 인해 미술관 전체 소장품 중 한국 동시대미술 소장품의 50.7%, 여성작가 컬렉션이 31.9%를 차지하게 돼 ‘한국 동시대 미술관’이라는 정체성 확립에 기여했다.

팬데믹으로 인한 비대면 시대로의 진입은 시민들의 미술관 접근 방식을 변화시켰다. 시민들의 온라인 서비스 경험이 사회 전반적으로 높아지고, 10개의 분관 체계를 이룬 미술관의 정보 공유를 체계적으로 바꿀 필요성을 느낀 미술관은 공식 홈페이지 개편을 추진했다. 동시에 온‧오프라인 연동형 공공 프로그램 활성화, 온라인 지식플랫폼 ‘모두의 연구소-코랄’등을 선보였다. 미술관 대시민 서비스 강화 과정이었다.

▲전시 '서도호 아트랜드'/ 서도호, 아트랜드 부분, 2015-, 사진 Do Ho Suh, all rights reserved 2022
▲전시 '서도호 아트랜드'/ 서도호, 아트랜드 부분, 2015-, 사진 Do Ho Suh, all rights reserved 2022  (사진=서울시립미술관 제공)

2022년 네트워크형 미술관의 본격 시동

SeMA는 지난해 9월 서울시에서 발표한 「다시 뛰는 공정도시 서울비전 2030」과 분관 시대 진입이라는 미술관 운영 방향성의 시작을 함께 맞이하게 됐다. 이에 미술관은 ‘신규 분관 개관으로 네트워크 미술관의 가동 점화’, ‘분관 특성화 유기적 연결을 지속하는 진화하는 미술관 운영 모델 제시’, ‘광화문 뮤지엄 벨트 조성과 더불어 글로벌 문화경쟁력 신장’, ‘그간 축적된 의제 사업과 연장-융합 선상에서 부응하는 신규 의제 설정’을 새로운 연간 운영 방향으로 잡았다.

올해부터 SeMA는 네트워크형 미술관 운영을 본격 시작한다. 오는 8월 새롭게 개관하는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는 현대미술의 중요 자료와 기록을 수집, 보존, 연구하는 미술관이다. 신규 분관 개관 이외에도 SeMA는 2024년에 개관할 분관들의 사전 전시를 개최하면서, 분관의 정체성과 미술관 네트워크를 차근차근 다져나간다는 계획이다. 북서울미술관과 문화본부 문화시설추진단 박물관과가 함께 <서울사진미술관 사전 전시> 개최할 예정이다.

분관의 정체성도 좀 더 선명하게 다져 나간다. 남서울미술관은 2023년부터 권진규 상설실을 품는 계기로, 현대조각과 건축을 토대로 동시대미술을 아우르는 분관으로 나아간다.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세마벙커, 세마창고는 팬데믹 이후 오프라인 레지던시 프로그램 한계를 보완한 시스템을 선보일 예정이다. 레지던시 구조를 온라인으로 확대하면서 전시, 레지던시, 제작을 갖춘 예술인 삼각지원 체계를 실험해본다.

▲전시 '노실의 천사' 작품, 권진규, 자소상, 1968, 테라코타, 20×14×19㎝, (사)권진규기념사업회 기증,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전시 '노실의 천사' 작품, 권진규, 자소상, 1968, 테라코타, 20×14×19㎝, (사)권진규기념사업회 기증,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사진=서울시립미술관 제공)

글로벌 문화 경쟁력 신장 목표 삼아, 2022 기관의제 ‘제작’‧전시의제 ‘시’

지난해 11월 이건희기증관 건립업무협약이 추진됨에 따라 서울시립미술관은 광화문 뮤지엄벨트의 주요 공립미술관으로 자리하게 됐다. 이에 국제적인 지명도와 역사적 중요성, 대중적 인지도를 고루 확보한 권진규, 장-미셸 오토니엘, 키키 스미스, 백남준 같은 일련의 현대미술 거장들의 개인전과, 아시아 미술기획전 개최 계획을 밝혔다.

K문화에 대한 세계적 관심에 부응하고자 권진규, 정서영 개인전을 통해 한국현대미술의 국제적 인지도를 높이고, 국내 관람객에게는 파리 프티 팔레 개인전에서 큰 호응을 얻은 《장-미셸 오토니엘》전과 동시대미술사의 다양성과 개성의 아이콘인 《키키 스미스》개인전을 통해 동시대 거장의 걸작을 경험할 수 있는 장을 연다. 장-미셸 오토니엘 개인전은 서소문 본관 1층 및 미술관 야외에서도 진행될 예정으로, 국내 팬덤과 적극적인 소통을 준비하고 있다.

글로벌 시대 속에서 SeMA는 아시아국가로서 동시대 비서구권 지역미술기획전도 지속적으로 선보인다. 현재 서소문본관에서 오는 3월 6일까지 열리는 《경로를 재탐색합니다》전시와 오는 9월 예정돼 있는 《춤추는 낱말 Scoring the Words》전시다. 서소문 본관에서 오는 9월 개막 예정인《춤추는 낱말 Scoring the Words》은 7·80년대부터 동시대 아시아 미술 속 집단 운동의 여러 선언문을 군중의 시(언어, 노래)로 바라보며 각 지역의 지정학, 문화적 맥락에 따라 비교 분석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전시 '장-미셸 오토니엘'/ 장-미셸 오토니엘, The Narcisuss Theorem 전시 전경, 프띠 팔레(Petit Palais), 파리, 2021, 사진 © Jean-Michel Othoniel  Adagp, Paris, 2022
▲전시 '장-미셸 오토니엘'/ 장-미셸 오토니엘, The Narcisuss Theorem 전시 전경, 프띠 팔레(Petit Palais), 파리, 2021, 사진 © Jean-Michel Othoniel Adagp, Paris, 2022

2022년 기관의제 ‘제작’과 전시의제 ‘시’는 올해의 SeMA 전시 면면에서 모두 찾아볼 수 있는 요소다. 빠르게 일어나고 있는 기술의 발달과 인간의 무차별적 기계적 습득은 되레 감각의 단절을 불러 일으켰다. ‘제작’ 의제는 보편적 기술의 습득에서 잠시 떨어져, 대상의 속성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관계 잇기‧관계 탐구를 마주볼 수 있게 한다. 단절된 감각의 복구를 향한 인간의 ‘제작’ 욕구는 ‘시적 결합’으로 나아간다. SeMA는 장르로서 ‘시’에 정착하기보다 미술에서 구체적인 재료와 개념, 형상, 서사구조, 언어와 문자, 음률 등의 다양한 요소를 결합해 새로운 지평을 열어내는 조형 실험으로 ‘시’에 접근한다.

의제별 전시로는 “기관의제 ‘제작’ : 권진규 탄생 100주년 기념전《권진규 – 노실의 천사》,《격자의 섬》, 《장-미셸 오토니엘》,《이규철》,《서도호: 아트랜드》,《강석호의 방》, 《2022 유휴공간 프로젝트》”, “전시의제 ‘시(詩)’:《시적 소장품》,《성찬경의 청금루淸襟樓》,《춤추는 낱말 Scoring the Words》,《정서영》,《2022 타이틀 매치: 임흥순 vs. 오메르 파스트》, 《백남준 탄생 90주년 기념전 – 서울 랩소디》,《키키 스미스: 자유낙하》”로 구성됐다.

‘제작’ 의제 전시 중 오는 7월 북서울미술관 어린이 갤러리에서 개최되는 《서도호:아트랜드》는 코로나 시기 활동이 어려운 때에 작가가 딸들과 함께 지내며 진행한 작업이 주를 이룬다. 서도호가 가족과 함께 찰흙을 모형화해 만든 환상적인 생태계 ‘아트랜드’를 기반으로 한 인터랙티브 전시다.

▲정서영 개인전/ 정서영, 세계, 2020, 2채널 비디오, 10분25초, 촬영_함정식, 사운드_류한길
▲정서영 개인전/ 정서영, 세계, 2020, 2채널 비디오, 10분25초, 촬영_함정식, 사운드_류한길 (사진=서울시립미술관 제공)

‘시’ 의제는 현대미술과 ‘시적인 것’의 관련성을 탐구하는 전시《시적 소장품》과 정서영 개인적으로 보다 구체화 된다. 특히 정서영 개인전은 국제 아트 페어 프리즈 개최 시기 때 열려, 작가의 회고전 형식으로 진행된다. 정 작가는 전통조각의 전형적 문법을 해체해 동시대적 조각 개념을 제시한 바 있다. 재현을 거부하고 생각과 감정을 함축적이자 조형적으로 표현한 작가의 작품 세계는 ‘시’의 새로운 해석을 열어볼 것으로 기대된다. 이외에도 SeMA는 백남준 탄생 90주년을 맞아 작품 <서울랩소디>를 중심으로 한 전시 계획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3년간 SeMA는 네트워크형 미술관의 체계를 구상하고 실험해왔다. 백 관장은 2022년을 ‘도약기’로 설정해 급변하는 세상과 함께 진화하는 미술관을 제시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본격 분관형 미술관을 운영하는 SeMA의 계획에 기대를 걸어본다. 글로벌적 입지를 다지고, 동시대 감성에 부응하며 2020년부터 지속해 온 ‘의제’ 시스템이 올해에는 어떻게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 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