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경의 일본속보]축구 문화, 이제는 지도자 교류도 적극적으로!!
[이수경의 일본속보]축구 문화, 이제는 지도자 교류도 적극적으로!!
  • 이수경 교수(도쿄가쿠게이대학)
  • 승인 2010.01.17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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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리그 베갈타 센다이팀 이창엽 코치!! 스포츠 정신을 잊지 말고 최선을 다해라!--

일본 프로 축구계에 한국인 피지컬 코치가 처음으로 진출했다는 뉴스가 일본에 공식발표 되었습니다. 그 주인공인 이창엽 코치를 2010년 정월에 만났습니다. 그와의 인터뷰 내용과 더불어, 향후의 다양한 스포츠계의 인적 문화적 교류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일본프로축구계 피지컬 코치로 한국인으로 첫 진출한 이창엽 코치. 필자는 1월 초에 도쿄에서 그를 만났다.

어릴 때부터 축구만 하다 보니 어느새 전국 고교축구의 우승팀 주장이 되어 있더라는 그. 몇 대학의 스카웃 의뢰에, 일본 땅에서 자신의 축구를 펼쳐볼 각오로, 3개월간 하루 20시간을 히라가나부터 시작하여 독학으로 일본어 능력시험 1급 합격증을 손에 넣었다는 지독한 투지력의 소유자입니다.

이창엽 코치는 유학 직후, 대학축구 2부팀의 천리대학을 1부 준우승으로 올리며 NHK전국 뉴스에 화제가 되었고, 학교식당 요리사까지 [李君, 간밧떼(힘내)!!]라며 돈까스 2인분을 몰래 챙겨줘서 가슴이 뭉클했다고 합니다.

점차 학교내외의 응원부대도 늘어가지만, 그를 경계하며 과격한 태클을 걸어오던 상대팀의 공격으로 한 때는 피투성이 된 허벅지, 엉덩이를 절뚝거리며 뛰어야 했다고 합니다. 당시 대학축구의 유일한 한국인 학생이었기에 주목도 받았고, 참고 견딜 수 밖에 없었던 그 상처는 지금은 청춘의 기억이 되어 남아있다고.

스포츠 의학의 지인 의사와 술잔을 기울이며, 진정한 피지컬 코치학을 배워서 선수들의 심신과 팀 전체를 조절하는 프로코치가 되어보자고 다짐하고 모교를 졸업하던 날, 총장 표창장과 수 많은 교수들, 친구들이 보내주던 박수갈채에 처음으로 일본에서 억제되지 않는 눈물이 울컥 흘러나와서 하늘만 보았다는 그는, 그 뒤, 큐슈의 국립 가노야 체육대학원으로 진학을 합니다. 그곳에서 대학팀의 코치직을 맡게 되었고, 98년 1월에 큐슈마이니치 방송국에서는 그의 특집뉴스까지 해줬다는 것.

대학원의 남은 시간을 어떻게든 활용해보려고 세계 문화유적지를 답사하는 [피스 보트] 통역 도우미로 자원하여 몇 달간 지구촌 각지의 세상을 둘러보고 와서는, 스포츠인들도 다양한 경험과 많은 지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고, 그래서 당시는 문학 역사책도 좀 접했다고 합니다.

귀국 후, 남해축구클럽과 숭실대학, 수원삼성 블루윙즈, 아르헨티나 피지컬 코치학 연수, 대전 시티즌팀을 거치며 국내 선수들에게 피지컬 코치로서 情적인 따스함으로 배려하며 프로 선수들의 컨디션 조절, 팀 전체의 강화 등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합니다. 때로는 슬럼프에 빠져서 축구를 떠나려 했던 후배 선수들에게 슬럼프 대신 믿음으로 설득하며 용기를 주었던 이창엽 코치.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촌에는 수많은 꿈나무들이 스포츠에 꿈을 싣고 커가고 있습니다. 혹독한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가지고 스포츠를 통하여 미래를 꿈꾸는 많은 아이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진정한 스포츠인이란 결국 성실하고 정직하게 노력하며, 언제 어디서나 꿋꿋하게 자신의 역할을 다하여 그 세계에서 능력을 인정받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일겁니다.

지금 우리는 프로팀의 국내 피지컬 코치가 최초로 J리그 1부팀으로 이적했다는 뉴스를 접하고, 국내 피지컬 코치 양성의 필요성도 느낍니다.
기존의 태극전사의 소유만을 주장하다보면 배타적 선수 육성과 1등밖에 인정받지 못하는 힘든 사회가 됩니다. 다양한 스포츠 문화를 통해 각양각색의 플레이를 즐기고, 페어 플레이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는 선진 시민 의식을 통해 스포츠 문화 사회도 성장하는겁니다.

▲일왕배 준결승전에 그라운드를 물들인 베갈타 센다이 응원팀

과거에는 식민지를 경험했기에 국위선양이란 미명하에 실력 제일주의로 약소국 대한민국을 불식하기 위해, [애국=승리]의 구조만이 용서되는 대리전쟁의 의미가 강했습니다. 그렇기에 해방 후, 한일 축구시합에서 패배할 경우, 현해탄에 빠져 죽고 돌아오지 말라고 외쳤던 정치가까지 있었습니다. 승리하는데만 급급했기에 노력하다 다친 선수들이나 갈등과 고뇌로 슬럼프에 힘들어하던 [사람]의 감정이 무시당한 채, 투혼에 불타며 시합에 이기는 기계만을 요구하던 참으로 삭막한 시대적 분위기가 있었던거지요. 그렇기에 운동선수들에게는 다른 다양한 지식조차 흡수할 여유가 용서되지 않았고, 문무를 겸비한 재능의 실력자 보다는 오직 승자의 자리만이 인정받는 가혹한 삶을 사회 전체가 강요한 역사가 있었습니다.

일제 강점기때 베를린 올림픽 선수로 금메달을 땄던 손기정 선수, 일본인 취재기자 조차도 포기했던 일본 축구팀 시합에서 강호 스웨덴을 꺾고 승리로 이끈 [베를린의 기적]의 주인공 김용식 및 김영근 선수들, 패전 후의 일본의 자존심을 일으켜 세웠던 영웅 역도산, 그의 제자로 일본땅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고 갔던 박치기왕 김일의 상징적 시대와 달리, 이제는 많은 기술과 실력을 국경을 초월하여 주고 받는 인적 교류가 활발한 지구촌 시대입니다.

2002년 월드컵에서 4강에 오르기까지 우리는 히딩크 감독과 일거수 일투족 얼마나 많이 울고 웃었던가요? 김연아 선수의 우승을 가슴 졸이며 지켜보고 같이 울어주던 외국인 코치의 그 눈물어린 장면도 잊지 못합니다.

이제는 엘리트 선수들만의 활약뿐 아니라, 스포츠 문화세계를 다져온 우리 사회가 다양한 스포츠 지도자들을 양성하며, 지구촌 어디서나 신뢰받는 프로 코치, 감독의 지도와 더불어 진정 아름다운 플레이를 펼칠 수 있도록 선진 스포츠 문화를 전달하고 응원하며 즐기는 여유도 가져보면 어떨까요?

해외의 팀들이 국제 대회에서 히딩크처럼 우리 코치, 감독들을 껴안고 눈물을 흘리며 기뻐하는 모습을 상상해 봅시다. 얼마나 뿌듯하고 기쁠까요? 우리가 배우고 익혀온 기술을 전달하는 입장이 되어 세계 스포츠계를 선진 문화로 이끄는데 도움이 되고, 많은 지구촌 사람들의 귀감이 된다면 실로 가치있는 스포츠 문화 교류가 되지 않을까요?

▲필자 이수경 교수
▲필자는 도쿄 자이언츠팀의 이 승엽 선수가 나온다기에 처음 도쿄 돔에 가서 보았던 그 광경을 잊지 못합니다. 돔에 꽉 들어찬 관중들이 이승엽 선수가 나오자 일제히 [승엽, 이겨라!!]고 우뢰처럼 터져나오던 한국말 응원. 필자의 양 팔에 돋았던 닭살과 뭉클거렸던 감정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열심히 팀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 슬럼프에 빠지면 같이 응원하고 격려하지, 그 사람 문화를 비아냥 거리는 이중적 잣대를 가진 위선적 팬들은 볼 수 없었습니다. 결국 성실히 노력하는 사람들이 이어가는 문화 교류가 다문화의 지구촌 사회를 평화로 잇는 중요한 가교역할을 한다고 눈으로 확인한 셈이지요.

우리 사회, 이제 그들처럼 노력하며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열심히 땀흘리는 다양한 사람들에게도 박수를 보내는 여유를 가져보면 어떨까요?

한국인 피지컬 코치의 영입으로 일본 베갈타 센다이팀의 팬 블로거는 이미 다양한 기대와 이 코치의 분석으로 바쁩니다. 그들의 공간에는 이미 같은 팀원으로서의 [이창엽 피지컬 코치]만 화두로 바쁠 뿐, 조잡한 잡음이란 보이지 않습니다.

이 창엽 코치!! 내일을 믿고 어디선가 피지컬 코치를 꿈꾸는 지구촌의 많은 후배들을 위해 K리그에서 활약했던 모습 처럼, J리그에서도 최선을 다해 노력해 주길 바랍니다.

미래의 일본 대표선수들과 북한 대표팀 양용기 선수, 한국의 박주성 선수등 아시아가 낳은 축구재원들을 돌보며 팀과 팬에게 신뢰받는 J리그의 이창엽 코치를 구장에서 만날 날을 기대합니다.

 

이수경 도쿄가쿠게이대학 교수(본지 문화 컬럼니스트)press@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