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2022 화랑미술제 개최, 국내 미술시장 동향 느낄 수 있어
[현장스케치] 2022 화랑미술제 개최, 국내 미술시장 동향 느낄 수 있어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2.03.20 14: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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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40주년 맞아, 전국 143개 역대 최다 갤러리 참여
지난해부터 급부상한 MZ세대 컬렉터 돋보여
신진작가 특별전 《ZOOM-IN》 7인의 젊은 작가 선봬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매년 2월이나 3월 경 국내에서 첫 번째로 열리는 아트페어인 《화랑미술제》가 올해도 개막을 알렸다. 지난 16일 VIP와 언론 프리뷰 데이를 시작으로 오는 20일까지 학여울에 있는 SETEC 1,2,3 전시실에서 진행된다. 매년 첫 번째로 시작되는 아트페어인만큼, 《화랑미술제》는 국내 미술시장의 한 해 분위기를 판가름하고, 시장 흐름을 전망해볼 수 있는 기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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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랑미술제》 현장 전경 (사진=한국화랑협회 제공)

1979년 ‘한국화랑협회전’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화랑미술제》는 올해로 40주년을 맞게 됐다. 화랑미술제는 한국 미술 산업의 육성과 발전을 위해 개최한 최초의 미술 축제로, 협회가 다년 간 쌓아온 운영 노하우와 기술력은 2002년 국제아트페어인 KIAF(한국국제아트페어)를 개최하는 발판이 됐다.

올해 키아프(KIAF)는 글로벌 아트페어인 영국 프리즈(Frieze)와 함께 국제 아트페어를 개최한다. 글로벌 갤러리들과 함께 출발선에 서게 된 국내 갤러리들의 경향과 지난해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여준 한국 미술 시장의 분위기가 올해엔 어떤 변곡점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지난 16일 《화랑미술제》 현장을 찾아, 2022년 미술 시장의 분위기를 느껴봤다.

중견작가-신진작가 작품 고루 돋보여

올해 화랑미술제에는 143개의 한국화랑협회 회원화랑이 참여하고, 800여명의 작가들이 출품한 약 4,000여점의 회화, 판화, 조각, 설치, 미디어 등의 작품이 공개된다. 지난해 키아프 개최 때처럼, 올해 화랑미술제에서도 입장 대기줄이 이어졌다. 뜀박질을 해서 줄을 서는 관람객들의 모습도 여기저기서 찾아볼 수 있었다. 협회 측에서는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한 듯, 관람객들이 몰리지 않게 곳곳에 스태프를 배치해 현장을 관리했다.

이번 페어의 주요 출품작으로는 1세대 행위 예술가이며 작가의 대표 연작 회화 ‘바디스케이프(Bodyscape)’ 부터 퍼포먼스 영상을 통해 대중들에게 작품세계를 폭넓게 소개하는 이건용의 작품, 한국의 ‘숯의 화가’ 라고 불리며 최근까지도 해외 유명 페로탕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연 이배의 작품, 이강소, 김창열, 이우환, 박서보 작가의 작품을 꼽아볼 수 있다. 이외에 알렉스 카츠(Alex Katz), 쿠사마 야요이(Kusama Yayoi) 등 국내에서 인지도 있는 해외 작가의 작품 및 최근 주목받고 있는 무라카미 다카시(Takashi Murakami)의 작품도 찾아볼 수 있었다.

▲입장을 위해 대기하고 있는 관람객들. 세텍 전시장을 모두 감싸고 있을 정도로 인파가 많았다. ⓒ서울문화투데이
▲입장을 위해 대기하고 있는 관람객들. 세텍 전시장을 모두 감싸고 있을 정도로 인파가 많았다. ⓒ서울문화투데이

갤러리 출품작들에서 돋보인 지점은 인지도 있는 국내 중견 작가의 작품, 후기 단색화 작가 작품과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느낌이 살아있는 신진 작가, MZ 작가의 작품이 비슷한 비율로 선보여진 점이다.

올해 국내에서 개최되는 글로벌아트페어 《프리즈》를 대비하는 화랑들의 경향을 어렴풋이 읽어볼 수 있었다. 갤러리들은 전속 작가 위주로 작품을 선정해 출품하는 동시에, 글로벌 컬렉터들을 대비하는 갤러리별 전략들을 선보이고 있었다.

안혜령 리안 갤러리 대표는 “한국 단색화 이후, 후기 단색화 흐름의 주요 작가인 김택상, 김근태, 남춘모의 작품을 선보였다”라며 “글로벌아트페어 국내시장 진입으로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는데, 어차피 열어야 할 문이었다고 본다. 반갑게 맞이하면되고 이번 기회를 통해 국내화랑들의 힘을 보여주면 된다고 생각한다”라며 긍정적인 입장을 표했다.

갤러리그림손 큐레이터는 《프리즈》를 대비해 주목하고 있는 지점으로 글로벌 아트시장에서도 통용될 수 있는 가치가 있는 작품인지를 우선적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갤러리그림손 측은 “컬렉터가 작품에 관심을 가질 때, 좋은 작가를 선보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외화로 통용될 수 있는 작품인지도 함께 고민할 필요를 느낀다”라고 말했다.

▲금산갤러리 출품작, 쿤 KUN, 532 Collector 35 GREEN DOG,  2021, 종이 위 혼합재료 Mixed materials on paper, 90 x 130 cm
▲금산갤러리 출품작, 쿤 KUN, 532 Collector 35 GREEN DOG, 2021, 종이 위 혼합재료 Mixed materials on paper, 90 x 130 cm (사진=한국화랑협회 제공)

《화랑미술제》는 국내 미술시장의 큰 흐름을 판단해볼 수 있는 현장이기도 하지만, 신인 발굴과 블루칩 작가를 찾아볼 수 있는 기회기도 하다. 갤러리들은 꾸준히 지켜봐왔던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또한, 송은미술대상전과 SeMA 신진미술프로그램에서 만나볼 수 있던 작가들의 작품도 볼 수 있어 페어의 재미를 더했다.

갤러리그림손은 선을 중심으로 면을 만들어내 독창적인 마티에르를 표현하는 권성원 작가를 이번 페어에서 선보였고, 학고재는 송은미술대상전에 참여했던 박광수 작가와 지난해 청년작가단체전으로 연을 맺었던 김은정 작가의 작품을 출품했다. 갤러리밈에서는 지난해 SeMA 창고에서 개인전을 열었던 정수정 작가의 작품을 출품했다. 이외에도 각 갤러리마다 중견작가와 함께 신진작가의 작품을 함께 아우르며 공개한 점을 느껴볼 수 있었다.

▲갤러리그림손 출품작,
▲갤러리그림손 출품작, 권성원, Unstable balance  21- house 60.5x 70cm  acrylic on canvas 2021 (사진=갤러리그림손 제공)

MZ컬렉터, 미술시장 새로운 흐름 만들어

이번 아트페어에서는 소형 작품들이 빠르게 판매되고 있는 점을 찾아볼 수 있었다. 프리뷰 데이 임에도, 각 갤러리에서 출품한 소형 작품들은 많이 판매돼 있었다. 이는 MZ세대 컬렉터들의 경향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지난 1월 문화체육관광부와 (재)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진행한 컨퍼런스 중에는 MZ세대 컬렉터, 20대 후반 40대 초반 신흥 컬렉터의 특성으로 소형 작품과 아트토이를 구매하는 방식으로 컬렉팅을 시작하는 점을 짚은 바 있다.

출품한 소형 작품을 다수 판매한 갤러리 제이원 큐레이터는 “30대 신혼부부도 자주 찾아오고, 실제로 MZ세대 컬렉터와 젊은 컬렉터들의 활동을 체감하고 있다”라며 “신진컬렉터들은 지금까지 쉽게 찾아볼 수 없었던 독특한 경향의 작품을 선호하고, 모임을 만들어 자신들이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을 꾸준히 구입하는 방식으로 작가를 후원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라고 변화하고 있는 시장의 흐름을 언급했다.

▲《화랑미술제》 C전시실 현장 전경 ⓒ서울문화투데이

갤러리다온은 MZ세대가 쉽게 접근해볼 수 있는 부드러운 분위기와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다수 선보였다. 특히 ‘깨꾸미’라는 캐릭터가 등장하는 작업을 계속 선보이고 있는 팅키작가의 소형 작품 20점은 1,2점을 남기고 모두 완판되기도 했다. ‘깨꾸미’는 꿈에서 깨는 것을 강요하는 현대사회에서 자신만의 삶의 방향성을 찾아 계속 꿈을 꾸는 존재로 팅키작가가 창조한 존재다.

이화희 갤러리다온 대표는 “작가들의 대학시절 작품부터 꾸준히 지켜봐오면서, 함께 성장해나가고자 했다”라며 “최근 젊은 세대가 미술 시장에 많이 진입하고 있고, 팅키작가 작품은 지난해 아트제주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일러스트적인 요소가 많은 작품이 인정받지 못하던 때가 있기도 했는데, 점점 더 그런 경계가 사라지고 젊은 세대 컬렉터가 그 경계를 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라고 말했다. 또한 이 대표는 신진 작가들에게 소형작품과 대형작품을 동시에 출품하길 권하는데, 그는 “작가의 역량은 얼마나 다양한 세계를 가지고 있는지에서 나타난다고 본다”라며 미술 시장에 진입하는 신진 작가들에게 방향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JJ중정갤러리 출품작, 최영욱 CHOI Youngwook, 카르마 20219-52 Karma 20219-52, 2021, 캔버스에 혼합재료 Mixed media on canvas, 152 x 138 cm
▲JJ중정갤러리 출품작, 최영욱 CHOI Youngwook, 카르마 20219-52 Karma 20219-52, 2021, 캔버스에 혼합재료 Mixed media on canvas, 152 x 138 cm (사진=한국화랑협회 제공)

신진작가전·아카이빙 전시 등 협회 기획프로그램도 선봬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는 《화랑미술제》는 신인작가 발굴 육성을 위해 화랑미술제 신진작가 특별전 《ZOOM-IN》도 개최하고 있다. 올해로 세 번째 에디션을 맞이하게 된 《ZOOM-IN》 특별전은 미술계의 신춘문예로 자리 잡고 있는 추세다. 올해 특별전에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446명의 신인 작가가 신청서를 냈고, 협회는 심사를 통해 최종 7명의 작가 김선혁, 김시원, 김용원, 오지은, 이상미, 이혜진, 전영진을 선정했다.

특별전 이후 현장·온라인 투표를 통해 1,2,3위에게는 상장과 상금이 수여될 예정이다. 또한, (재)예술경영지원센터의 지원으로 《ZOOM-IN》특별전과 연계한 아티스트 토크, 비평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신진작가 특별전 《ZOOM-IN》에 참석한 오지은 작가와 작품 ⓒ서울문화투데이

특별전 《ZOOM-IN》에서는 7명의 작가 개개인의 색깔이 드러나는 작품들이 공개됐다. 회화작품부터 설치·입체 작품도 만나볼 수 있어서 즐거움을 더했다. 또한, 서양화 기반 작품과 동양화 작품까지 한 공간에서 만나볼 수 있고, 신진작가들의 새로운 시도들이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끔했다. 전시장에서는 작가별 비평글을 현장비치 자료를 통하거나 QR코드로 온라인상에서도 읽어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협회는 40주년을 맞아 아트페어 아카이빙 전시를 기획하고, 아트페어를 통해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을 통해 미술계의 주요한 이슈를 조망할 수 있는 자리도 마련했다. 최신 IT 트렌드를 알리며 활동하고 있는 정지훈 박사는 NFT와 아트가 만나 발생할 전망에 대해 이야기하고, 미술 관련된 여러 권의 저서를 내고, 미술교육자로 활동하는 이소영 컬렉터는 최근 작품 구입을 고려하고 있는 많은 신생 컬렉터들을 위해 유익한 정보가 될 수 있는 가이드를 제안했다.

▲《화랑미술제》 아카이빙 전시 공간 ⓒ서울문화투데이

1, 2월의 겨울이 지나고 3월의 봄이 움트기 시작하는 때다. 국내 아트페어의 시작을 알리는 《화랑미술제》에선 올해도 꾸준하게 이어질 것 같은 미술시장의 꾸준한 활기를 직접 느껴볼 수 있었다. 올한해 한국 미술시장은 또 어떤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을지 기대가 되는 현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