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딱지 15회
[연재] 딱지 15회
  • 김준일 작가
  • 승인 2010.01.21 15: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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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무당 (1)

저 여자가 무당이에요.

경애가 검정색 두루마기에 쪽진 머리를 한 여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미순과 회장의 며느리 경애는 함께 장에 다녀 오는 길이었다. 그녀는 무당이라기 보다는 무슨 수녀나 기숙사 사감같은 모습이었다.

집에서 관상이나 사주도 봐 주고 있는데 쪽집게처럼 잘 맞춘다고 소문이 났어요.
은영이 엄마도 가 봤어요?
아이구 그랬다가 우리 회장님한테 쫓겨 나라구요? 안 그래도 한 동네에 우상숭배하는 마귀가 살고 있어서 교회가 번창하지 못한다고 원망이 대단한데. 미순씨는 무슨 종교를 믿어요?
종교 그런 거 없어요. 좋게 말하자면 무신론자죠.
그럼 점같은 거 보고 그랬겠네요?
처녀시절에 친구들하고 길에서 토정비결은 한번 본 적이 있지만 점을 쳐 본 일은 없어요. 어차피 미신이잖아요?

그러나 그 무당을 보고 나서 한번 찾아가고 싶은 충동을 참을 수가 없었다. 어딘지 모르게 차갑고 엄숙해 보이던 그 인상 때문인지도 몰랐다. 사실은 지금 처지가 너무나도 고단해서 점이라도 쳐 보고 싶은 것이지만 그녀는 애써 다른 핑계를 찾고 있었다.

그래 장난삼아 한번 해 보는 거야. 점괘가 좋으면 그것으로 위안을 삼고 나쁘면 조심할 테니까 해로울 게 없는 일이지 뭐. 결국 그녀는 5천 원짜리 한 장을 챙겨 들고 누구 보는 사람이 없는지 조심을 하면서 무당의 집을 찾아갔다.

사는 게 고달프고 답답한 모양이지?
무당은 대뜸 반말로 물었다.
미순은 자존심이 조금 상했다.
뭐 꼭 그런 건 아니지만…….
아니긴 뭐가 아니야. 솔직하게 툭 털어 놓고 얘기를 해야 나도 신명이 나서 잘 들여다보게 되지.

무당은 미순과 정구의 사주를 받아 적었다. 그리고는 미순의 얼굴을 흘깃흘깃 봐 가면서 노트에다 복잡한 계산같은 것을 하기 시작했다.

미순은 가만히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방울을 흔들거나 주문을 외우면서 이상한 짓을 하면 어쩌나 싶었던 것이다.

조만간에 돈벼락을 맞게 생겼구만.
계산을 끝낸 무당이 볼펜을 탁 던지면서 말했다.
돈벼락이라니요?
아 조선말도 몰라? 말 그대로 돈으로 벼락을 맞을 운수란 말이야.

무당은 노트를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설명을 했다. 그러나 입춘지절이 어떻고 신약사주가 어떻고 하는 말들은 한 마디도 알아 들을 수가 없었다. 다만 올해부터 대운이 들어 꿈도 꾸지 못했던 큰돈이 들어온다는 소리만 귀에 들어왔다.

우리 형편이 뻔한데 어디서 그런 큰돈이 들어온다는 거예요?

미순이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반문을 하자 무당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어디서 어떻게 들어오는지 그걸 알면 내가 벌써 팔자를 고쳤지 왜 이런 데 앉아서 점이나 치고 있겠어? 어디서 어떻게 들어오는지는 천지신명만이 알고 있는 천기라는 거야. 무슨 소린지 알아 들어?
예.

그리고 또 한 가지. 내년 춘삼월부터는 관재수가 있어. 그러니 관청일이나 남의 시비에 끼어 들지 말도록 각별히 조심을 하고 언행이 무겁기를 반석같이 해야 돼.

그런 소리는 나도 하겠다 싶었지만 미순은 얌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또 칠팔월에 가서는 수극이 끼었으니까 물을 조심하도록 해. 수영은 물론 물가에는 가지도 말고 무조건 조심하는 수밖에 없어. 내 몸이 온전해야만 돈벼락도 맞고 그럴 거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