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다시 보는 놓친 영화
[연재] 다시 보는 놓친 영화
  • 황현옥 영화평론가
  • 승인 2010.01.21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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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곳, <카모메 식당>

<카모메 식당>은 영화평점이 좋았어도 사람들이 기대하고 보는 영화는 아니다. 입소문으로 이 영화 참 괜찮다고 했음에도 직접 보지 않은 사람들은 그 말에 동감하지 않는다. 일본 영화가 우리나라에서 그다지 인기도 없을뿐더러 영화의 주인공들이 잘 알려지지도 않았고, 내용 자체도 별로 말할게 없다.

 그러나 <카모메 식당>은 상냥한 영화이다. 아주 선한 영화이다. 우리에게 다정한 말을 건다. 맛있는 커피를 타준다. 사람이 얼마나 따뜻하고 아름다운지, 여성이 얼마나 의리가 있는지 같은 인간으로 고맙기까지 하다.

 낯선 곳 핀란드 헬싱키에서 인생을 새롭게 시작하는 사치에(코바야시 사토미 분)는  카모메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아직 개업 후 한명도 그 식당에 들어오지는 않고 지나가던 중년부인들만이 수군거린다. 사치에가 어른인지 어린이인지 구별할 수 없는 동양여자라 카모메(갈매기라는뜻)가 아니라 어린애 식당이라고 농담을 주고 받는다.

 사치에는 손님이 없어도 매일 정갈하게 식기를 닦고 여유롭게 수영을 하고 장을 보며 일상적인 삶을 산다. 드디어 첫손님 토미가 들어오고 둘은 애니메이션 독수리 오형제 가사를 외워 따라 부른다. 사치에는 기억나지 않는 노래가사 일부분을 알기 위해 서점에 간다.

그곳에서 일본인 미도리를 만난다. 사치에는 미도리를 집으로 초대해 정갈한 밥을 지어주는데 한술 뜨던 미도리가 운다. 타이밍이 기가 막히다. 영화 인물들의 앞,뒤 개인적 히스토리 없이도 영화 속에 미도리가 우는 장면을 통해 우리 모두는 ‘공감’ 이란 걸 하게 된다.

묻지 않고도 낯선 사람과 영혼의 식탁을 공유할 수 있는 힘, 그것이 무엇일까? 

핀란드에서 두 일본 여자와 영화를 보는 우리들은 인간의 생물학적 유전자의 힘으로 알게 된다. 힘들다는 것, 외롭다는 것, 하루를 산다는 것이 누구에게나 용기가 필요함을 말해준다. 우리에게 한끼 식사는 영혼을 치유하고 사람들에게 살 의미를 부여한다. 그것이 나를 위한 것이든 남을 위한 것이든 다 같다.

매일 카모메를 찾는 토미와 미도리, 사치에앞에 또 한명 마사코가 20년 동안 부모님의 병수발을 들다 헬싱키 공항에 내린 후 카모메 식당에 합류한다.

 카모메 식당은 핀란드인들을 위해 커피와 시나몬 롤을 팔게 된다. 세계 커피소비량 1위인 나라가 핀란드란 통계 사실로 봐서 식당의 분주함은 나의 성공처럼 기쁘다. 

 실제 핀란드 헬싱키에는 영화를 본 매니아를 위한 카모메 투어가 있다. 세트처럼 느껴졌던 그곳 식당이나 서점에서 직접 커피를 먹어보고 그녀들 처럼 핀란드의 숲을 체험하기도 한다. 지리적으로 먼 곳에 있어 가볼 엄두까지는 아니지만 그곳에 가면 사치에의 환하고 상냥한 미소를 다시 볼 수 있을 것 같다.

2006,일본,오기가미 나오코 감독

황현옥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