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Interview]<그곳엔 ?!이 있었다> 저자 황현탁 “물음표의 공간에서 느낌표를 발견하다”
[Culture Interview]<그곳엔 ?!이 있었다> 저자 황현탁 “물음표의 공간에서 느낌표를 발견하다”
  • 이은영 발행인ㆍ진보연 기자
  • 승인 2022.05.25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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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의 여행기, 국내 곳곳에 숨겨진 명소 소개
“여행지, 익숙하지만 낯선 의미 담긴 곳 주로 선정”
세계 속 문화 영향력, 국가 외교력과 직결
“문체부 내 해외문화원 기피 현상, 제도적 개선 필요”

[이은영 발행인ㆍ진보연 기자]사스나 메르스와 같은 기존의 전염병과 달리 코로나19와 인류의 싸움은 장기전이 예상된다. 이 질병이 불러온 접촉과 이동의 제약은 여행 유형에도 직ㆍ간접적인 영향을 미쳐 관광 활동의 개별화와 소규모화가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타인과의 접촉이 많은 단체관광보다는 상호 안전을 신뢰할 수 있는 소규모 개별관광이나 자유여행을 선호하는 경향이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관광산업의 디지털 전환 요구가 증가되면서 관광시장에서 초개인화(hyper-personalization) 기술을 활용한 개인 맞춤형 관광 상품 개발 수요가 커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관광객들은 집에서 가까운 거리로 떠나는 휴가인 ‘스테이케이션(staycation)’이나 생활권 내에서 여행을 즐기는 ‘여가형 여행’, ‘로컬 여행’ 등을 계속 선호할 것으로 보인다. 

여행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돈을 많이 들이지 않더라도, 굳이 비행기를 타고 멀리 떠나지 않더라도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을 보고 느낄 수 있다면 그 자체로도 충분한 여행이 된다. 《그곳엔 ?! 이 있었다》의 저자 황현탁은 코로나로 인해 놓쳤던 여행의 즐거움을 되찾을 수 있도록 국내의 여러 여행지를 소개하고 있다. 

▲인터뷰 질문에 답하고 있는 작가 황현탁
▲인터뷰 질문에 답하고 있는 작가 황현탁

크게 ‘IN 서울’과 ‘OUT OF 서울’ 2부로 나누어 남산, 노들섬, 하늘공원 등 우리에게 익숙한 서울 내 명소부터 길상사, 심원정 등 흥미로운 역사가 담긴 장소를 소개하고 있으며, 인천, 춘천, 안동 등 지역의 특색 있는 명소 이야기도 함께 담겨 있다.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과 함께 각 장소에 얽힌 숨겨진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가까이에 있었지만 그동안 우리가 눈길을 주지 않았던 곳의 새로운 매력을 깨닫게 된다.

저자 황현탁은 1987년부터 번역서, 동인지를 포함해 총 14권의 저서를 출판했다. 그는 책을 “직장생활, 사회생활, 문화생활을 공개하는 ‘삶의 기록’”이라 말한다. 1974년 제15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후 문화공보부, 공보처, 문화관광부, 국정홍보처, 문화체육관광부에서 34년을 근무하였다. 재직 중 파키스탄, 로스엔젤리스, 도쿄, 런던의 한국외교공관에서 문화관, 공보관 업무를 수행하였다. 이후 한국카지노업관광협회부회장,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원장을 역임했다. 국가기관과 공공기관 근무를 합하면 40여 년이 되는데, 건강 때문에 쉰 몇 년을 제외하고는 계속 업무에 신경을 써 온 셈이다. 은퇴 후 집 가까운 서울교육대학교 평생교육원의 ‘여행작가반’에 등록하여 글쓰기 공부를 하고 있으며, 이것이 세 권의 여행기를 펴내는 자양분이 됐다.

여행지에서는 이미 가봤던 곳이든 처음 방문지이든 ‘익숙하지 않거나 새로운 환경’에 처하기도 하므로 의문과 느낌이 없을 수 없다. 물음을 던지고 느낌을 맛보는 것이 여행의 진수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장소에는 저마다의 이야기가 있다고 말하는 그는, 물음표를 머금은 채 드러나지 않은 곳에서 새로운 느낌표를 찾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길을 나선다. 푸르른 5월 황현탁의 걸음이 머물렀던 본지 사무실에서 저자와 기자가 나눈 이야기 역시 하나의 기록이 됐다.

지난해 코로나시대의 여행법이라는 테마로 <어디로든 가고 싶다>를 출간한 것에 이어, 올해 <그곳엔 ?!이 있었다>라는 신작을 출간했다. 이번엔 국내 여행기를 담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책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코로나가 창궐한 후 외부에 여럿이 모이기는 힘들지만, 그만큼 혼자만의 시간을 갖을 수 있게 됐다는 장점도 생겼다. 숙박을 하지 않고 당일치기로 갈 수 있는 곳을 중심으로 서울 시내부터 근교까지 열심히 찾아다녔고, 그 중 좋았던 곳을 정리해 기록했다. 그 외 부족하다고 느낀 부분은 다른 데 기고했던 글과 과거 방문했던 지역의 자료를 추가로 모았다. 전체 50여 곳의 여행지 가운데 서울이 30여 곳, 서울 바깥이 20곳 정도 된다. 문화적인 그리고 역사적인 측면에서 비롯된 내 감상을 적었다. 

책의 제목이 독특한데, 어떻게 나오게 됐으며 이것이 담는 의미가 궁금하다.

복잡해보이지만 직관적인 제목이다. 모르는 곳에 직접 가보니 이런 느낌과 깨달음을 줬다는 의미이다. 내가 생각해도 형식이 독특하긴 하다.(웃음) 그런데 간혹 온라인 서점에 책 제목이 잘못 등록되는 경우가 있다. 특수기호로 되어있어서 그런지, 오류로 인식하고 아예 공란으로 남겨둔 채 등록된 곳도 있다. 책을 조금만 읽어보면 알 수 있을텐데 아쉽긴 하지만 이것도 하나의 에피소드라고 생각한다. 

이전에도 국내와 해외를 아우르는 여행기를 책으로 펴낸 바 있는데, 여행 책을 처음 내게 된 계기가 있는지. 

해외에서 오랜 시간 생활하면서 틈틈이 글을 써오다가, 은퇴 후 나만의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여행도 더 많이 다니게 됐고 글에 대한 욕심도 생겼다. 그러던 중 서울교육대학교 평생교육원의 '여행작가반'에 들어가게 되면서 그간의 글을 다듬을 기회가 생겼다. 몇 군데를 더 보태면 책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우선 급한 대로 써놓은 게 많은 해외여행 쪽으로 글을 모았다. 해외 여행과 국내 여행을 바로 이어 내는 것이 원래 계획이었는데 코로나가 터지는 바람에 어렵게 됐다. 대신 방향을 틀어, 동서고금의 시, 소설, 여행기 등 36권을 분석해 상상 속 여행과 실제 여행을 구해 소개하는 책 <어디로든 가고 싶다>를 냈다. 국내 여행기 발간이 예상보다 늦어졌지만 그동안 공부를 했으니 이전보다 좀 더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박노수 미술관 (제공=종로구)
▲박노수 미술관 (제공=종로구)

<그곳엔 ?!이 있었다>는 'IN 서울‘과 ’OUT OF 서울‘로 구분된다. 책에 담을 여행지를 선택하는 기준이 있는가?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문화적으로, 역사적으로, 상징적으로 의미가 있는 곳 중 잘 알려지지 않은 장소를 주로 소개하려 한다. 예를 들면 서촌이 있다. 굉장히 핫한 곳이고 오며가며 자주 보는 곳이지만 그 안에 뭐가 있는지 잘 모른다. 종로구에 살면서도 수성동 계곡, 박노수 미술관이 어디 있는지 정확히 모르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친근하지만 모르는 곳들을 소개하고 이에 담긴 여러 이야기들을 함께 들려주는 게 내 책의 중심 테마이다. 

최근 서울에 생긴 가장 큰 변화로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 이동을 꼽을 수 있을 텐데, 이에 대한 의견이 궁금하다.

용산구에는 국립박물관 두 곳과 전쟁기념관이 있다. 여기에 대통령 관저도 언젠가는 역사적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대통령 비서들이 통상적인 업무를 수행했던 여민관(위민관)에서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본관까지의 거리는 500미터, 보통 걸음으로 10분정도 걸린다. 공무원으로 재직해 1990년대에는 자주 여민관을 드나들었고, 해외근무 기간 중에는 대통령을 예방하기 위해, 국내 근무 기간 중에는 연 초 업무보고에 배석하기 위해 본관을 여러 번 방문한 바 있다. 그리고 지난 5월 10일 개방된 청와대 경내를 관람했다. 국민들과 더불어 함께하는 대통령을 염원하는 기대를 고려하면, 대통령실 이전은 잘한 결정이란 생각이다. ‘천하에서 제일 복된 땅(天下第一福地)’인 청와대 지역을 보고자하는 국민이 수백만에 이를 정도로 인기가 있어 ‘국민의 품으로 돌려주어야 한다’는 이유 때문이 아니라, 국민뿐 아니라 비서와도 동떨어져 일하고 생활하는 대통령의 거처 때문이다. 새로 마련된 거처는 옮긴 명분을 확실히 하기 위해서라도 청와대에서의 아쉬운 점을 보완하면서 우리를 상징할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되길 바란다. 

▲황현탁 작가가 촬영한 무등산 서석대
▲황현탁 작가가 촬영한 무등산 서석대

여타 여행서적과는 달리 코스, 즐길 거리, 먹거리, 교통편이 아닌 역사성, 장소의 사연과 교훈, 풍광의 아름다움을 전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이는 장소에 대한 연구와 애정 그리고 삶의 경험이 모여 가능한 글인 것 같다.

과찬의 말씀이시다. 다만 나의 글은 경험에서 비롯된 결과물이다. 유명한 곳이 아닌 지역들의 경우 짜여진 여행 코스가 따로 없다. 모든 지역은 저마다 이야기를 가지고 있을 텐데 이를 궁금해 하는 사람이 적을수록 알려지지 않게 되고, 결과적으로 그 이야기는 점점 묻히게 된다. 이러한 아쉬움을 해소하기 위해 내가 직접 나서게 된 것도 있다. 여러 가지 물음표를 가지고 찾아낸 느낌표를 다른 이들과 공유하고 싶다. 

책의 마지막에 다뤄진 광주 챕터가 굉장히 흥미로웠다. 역사와 자연, 문화가 어우러진 여행기 속에는 책의 지향점이 응축되어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광주에 갈 기회가 많지 않은데, 마침 후배들과의 약속이 생겨 내려간 김에 꼭 가보고 싶었던 무등산을 오르게 됐다. 무등(無等)에는 ‘비할 데 없이 높고 큰 산’, ‘등급을 매길 수 없는 산’이라는 의미가 담겼다. 해발 1187m로 규모보다 풍기는 느낌에서 무등의 가치가 빛났다. 인구 100만이 넘는 도시를 껴안은 산 가운데 높이 1000m대는 무등산이 유일하다. 화산 활동으로 생긴 산이었던 만큼 화강암 등 암석이 있으며 그 영향으로 생긴 서석대와 입석대로 대표되는 주상절리대가 그려내는 절경에 한참을 바라본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광주는 지역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역사적 공간이다. 2005년 전남도청이 무안으로 이전한 후, 옛 전남도청사 주변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으로 조성됐다.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공간이 평화와 인권을 바탕으로 하는 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공간에 새겨진 역사를 시간이 흐른 뒤 마주하며 새로운 감상을 남길 수 있다는 것, 여행을 통해서만 느낄 수 있는 가치가 아닐까 싶다. 

▲안동 병산서원에 방문한 황현탁 작가
▲안동 병산서원에 방문한 황현탁 작가

안동에 대한 추억이 고스란히 담긴 ‘병산서원’ 이야기 역시 푹 빠져들었던 챕터 중 하나다. 

나의 고향은 경상북도 안동시 풍천면 인금리다. 낙동강을 사이에 두고 강 건너 마을이 바로 병산리다. 풍천면에는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하회마을과 병산서원이 있다. 1992년 작고하신 후 23년 동안 원고지 상태로 보관해 오던 선친 유고집 <아쉽다 그러나 미련은 없다>를 지난 2015년 세상에 내놨다. 아버님이 쓴 시의 배경이 되는 병산서원을 이번에 다시 가 보니 소회가 남달랐다. 우리 고향 동네에 버스가 들어오기 전, 나는 매번 병산서원을 거쳐 시내로 가야 했다. 내가 지나던 길은 아버지가 지나던 길이고, 그에 앞서 할아버지가 길을 내며 걸었을 것이다. 추억이 서린 병산서원 여행은 여러 모로 큰 의미를 남겼다. 

15년간 문화홍보담당으로 근무하며 영국, 미국, 일본, 파키스탄 등 외국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다. 공직 생활 중 거주지로서의 공간과, 여행지로서의 공간이 주는 느낌은 사뭇 다를 것 같은데, 일할 때 지내던 곳을 나중에 여행 차 다시 방문하기도 하는지?

1999년부터 2002년까지 영국에서 근무했고, 그 후 2018년에 다시 영국을 찾았다. 내가 영국에 거주할 당시 유럽에는 아직 K-컬처가 확산되지 않았을 시기이기 때문에 최근의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다. 그럼에도 내가 일조한 바가 있다면, 영국박물관에 상설 한국실이 설치될 당시 현지에서 외교적인 부분을 전부 담당했다는 것이다. 박물관 안에 전통한옥을 그대로 재현해 놓았으며, 조선시대 생활문화용품을 전시했다. 공을 많이 쏟은 만큼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다시 그곳을 찾았을 땐, 해외에서 우리 문화가 이렇게 확산되는 동안 나도 한 부분이나마 기여를 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꼈고 뿌듯하기도 했다. 

▲황현탁 작가가 집필한 3권의 여행기
▲황현탁 작가가 집필한 3권의 여행기

한국인 최초로 영국 런던 웸블리에서 공연한 BTS를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는 한국인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보다 먼저 해외에서 한국을 알리는 일을 해온 경험자로서, 현지 반응을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지?

내가 영국에 있을 당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구장에서 대규모 북춤 공연을 한 적이 있다. 정식 공연이 아닌, 경기 전반과 후반 사이 주어진 15분 동안 선보여야 하는 열악한 상황이었다. 짧은 시간 안에 수십 개의 큰 북을 가져다 공연을 해야 하니, 제대로 뭘 보여줄 수도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인터미션 시간은 다른 경기에서도 그렇듯 사람들이 크게 주목하지도 않는다. 각자의 볼일을 보기에도 빠듯한 시간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공연을 한 이유는, 누군가는 그 소리에 울림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 경험이 쌓이고 쌓이다 보면 우리 문화를 선보일 수 있는 시간이 점차 늘어날 것이고, 이것이 쌓여 지금의 BTS 열풍과 같은 주도적 문화를 형성하게 된다. 때문에 사소한 기회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나아가 문화적 영향력은 단순히 문화적 소양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하고 싶다. 이는 결국 외교와도 직결된다. 국제사회에서의 경제력, 기여도 등이 우리나라를 문화강국으로 만드는 것에 크게 일조할 것이다. 

전 세계의 많은 도시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곳과,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꼭 소개하고 싶은 장소 추천 부탁한다.

전 세계 많은 나라를 거주 혹은 방문했지만, 가장 좋은 나라는 나와 잘 맞는 나라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일본 교토와 정서적으로 맞는 부분이 많아서 좋아한다. 분주하지 않고 차분한 가운데서도 자신들의 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내가 바라는 이상적인 사회 분위기와 비슷한 점이 많다. 

경치를 볼 것인지 휴식을 취할 것인지, 여행의 목적에 따라 추천지가 달라지겠지만 이와 별개로 많은 분들이 광주는 꼭 한 번 가보시길 권하고 싶다. 역사가 담긴 5ㆍ18 관련 장소와 더불어 동시대 예술을 다루는 아시아문화전당과 같은 문화시설도 함께 체험할 수 있다. 오는 2024년 완료 목표로 5ㆍ18 최후 항쟁지인 옛 전남도청 원형을 복원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더불어 한양도성길과 북악산, 최근 일반에게 개방된 청와대까지 이어지는 길을 추천하고 싶다. 우리 가까이에 있는 곳이지만 반세기 이상 금단의 땅으로 여겨졌던 곳이다. 익숙함 가운데 낯섦을 느낄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을 해보시길 바란다. 

▲인터뷰 질문에 답하고 있는 작가 황현탁
▲인터뷰 질문에 답하고 있는 작가 황현탁

해외에 문화원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데, 우리 문화를 잘 알릴 수 있는 조직을 만들기 위한 방법을 선배로서 조언한다면?

내가 근무했을 당시와 비교해 지금은 인사 방식이 많이 달라졌다. 가장 큰 변화는 문화원에 문체부 출신만 가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총리실에서도 오고, 산업통상자원부에서도 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물론 전문성이 부족하다고 문화원장을 못하는 건 아니지만, 문제는 인력의 지속성이다. 문화원장 임기가 끝난 후 문체부에 계속 근무를 하는 게 아니라 원래 본인이 있던 부처로 돌아간다. 이는 개인의 문제라기보다, 문체부에 애정을 갖고 남아있도록 하지 못하는 시스템에 그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가 일하던 시절과 달리 지금은 5~6번씩 해외 파견을 나가는 것을 원치 않는다. 이유는 비교적 단순하다. 굳이 해외에서 근무할 메리트가 없기 때문이다. 예전엔 개발도상국 등의 지역에서 근무를 하고 돌아오면 승진과 같은 혜택이 있었지만, 지금의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 더불어 정권교체가 잦다 보니 보직 순환도 빨라지고, 연속성이 점점 사라지는 추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해외 근무에 대한 조직 내 선호도가 낮아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직원들을 탓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제도적인 개선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이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본다. 

새롭게 집필 구상하고 싶은 책이 있다면?

새로운 책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보다, 지금 쓰는 글에서 좀 더 확장된 글을 써서 산문, 수필로 등단하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 글은 꾸준히 쓰고 있지만 내가 쓰는 형식으로는 등단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많이 들었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선 훈련이 많이 필요할 것 같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