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기념관, 《물어보는 노동 1: 정정엽》 초대전 개최
전태일기념관, 《물어보는 노동 1: 정정엽》 초대전 개최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2.06.29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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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관 3층 특별전시장. 오는 8월 21일까지
1970년 전태일 인간 선언 잇는 2022년의 인간 선언 고민
시각예술을 통해 새롭게 마주하는 ‘노동’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사회적 의미가 묵직하게 담긴 언어 ‘노동’을 시각의 언어로 변화시켜 마주하는 자리가 열린다. 아름다운청년 전태일기념관(관장 오동진)이 2022년 전태일기념관 노동복지기획전 연속 기획 ‘물어보는 노동’을 준비했다. 기획의 첫 번째 전시는 《물어보는 노동 1: 정정엽》으로 지난 14일 개막해 오는 8월 21일까지 전태일기념관 3층 특별전시장에서 개최된다.

▲촛불1,2017,oil on canvas,34.8x24.2cm
▲촛불1,2017,oil on canvas,34.8x24.2cm (사진=전태일기념관 제공)

이번 전시를 시작으로 열리는 《물어보는 노동》 기획전은 ‘노동’이라는 말에 담긴 사회적 인식을 시각예술로 뒤집어보는 시도다. 노동과 인간을 주제로 작품 활동을 이어온 여러 시각예술가를 초청하고, 작품을 매개로 노동이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진다. ‘노동’ 혹은 ‘우리의 ‘삶’을 주제로 꾸준히 창작활동을 이어나가는 예술노동자들의 사유를 살피고 작품을 감상하면서, 모두가 매일 마주하는 우리의 ‘노동’을 느껴보는 기획이다.

‘노동은 힘든 것이다. 노동은 천박한 것이다. 노동은 거칠다’와 같은 ‘노동’에 대한 일반적인 시각이 이번 전시 기획의 시작이었다. 마치 ‘노동자’는 우리 스스로가 아니라고 생각하거나, 노동이 우리가 하는 일과는 다르다고 구분 짓는 시선들로부터 시작된다. 전시는 “우리가 하는 일 중에서 ‘노동’이 아닌 것이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노동’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을 뒤집으면서 전시는 1970년 전태일의 인간 선언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를 잇는 2022년의 새로운 인간 선언에 대해 생각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튀어오르는 봄, 2022 oil on canvas 130x194cm_2
▲튀어오르는 봄, 2022 oil on canvas 130x194cm (사진=전태일기념관 제공)

연속기획 첫 번째 초대작가는 시각예술가 정정엽으로 1985년부터 현재까지 한국 현대사회에 여성과 생명, 보이지 않는 노동의 수고를 지속적으로 탐구해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인천의 노동현장에서 제작한 노동판화, 동시대 우정을 그린 얼굴풍경, 민주주의 씨앗으로 발화된 팥과 콩, 노동의 손길을 느낄 수 있는 봄나물 연작, 푸른 콩으로 표현한 최근작까지 우리 삶에 스며있는 다양한 노동의 시각을 다채롭고 풍요롭게 펼쳐 보인다.

정정엽의 1980년대 목판화부터 2022년 회화 신작까지 총 13점을 만나볼 수 있다. 정정엽이 1987년부터 작업한 <노동판화> 연작에는 노동의 친근함이 담겨 있다. 정 작가는 인천에서 노동자와 연대하며 미술 작가로서 그림을 그렸지만, 그가 그린 사람들은 비단 ‘노동자’라는 정체성으로만 나타나지는 않는다.

▲이불을 꿰매며, 1988, 목판화 55x40cm
▲이불을 꿰매며, 1988, 목판화 55x40cm (사진=전태일기념관 제공)

규찰을 서면서도 책을 보는 모습이나 아내와 이불을 꿰매며 자신을 반성하는 모습을 화폭에 표현하면서 노동이 일상에 스며든 사람들을, 일상으로부터 노동을 행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진솔하게 담아낸다.

전태일기념관은 “이번 전시는 가치가 다분화되는 현대 사회에서 인간의 노동이 지닌 의미를 전태일과 정정엽의 작품을 통해 확장해볼 수 있는 계기”라며 “이번 전시를 통해 평가절하된 노동의 가치가 회복되고 우리 모두가 노동자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전시는 전태일기념관 3층에서 오는 8월 21일까지 무료로 관람 가능하다. 연계프로그램 등의 자세한 정보는 전태일기념관 홈페이지(www.taeil.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