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타운 노인들의 추리극, 소설 『두 번 죽은 남자』
실버타운 노인들의 추리극, 소설 『두 번 죽은 남자』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2.07.06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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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셀러 『목요일 살인 클럽』 두 번째 시리즈
일흔 살을 넘긴 전직 비밀요원 주인공의 ‘인생’같은 ‘일상’ 서사
▲두 번 죽은 남자|리처드 오스먼 |옮긴이 공보경|살림출판사|488쪽|16,000원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은퇴 후 실버타운에 살고 있는 영국 비밀정보부 MI5 요원이 있다. 평범치 않은 삶을 살았던 인물이 은퇴를 한다고 해서 범인(凡人)의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뉴욕타임스, 미국 아마존에서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선데이타임스와 영국 아마존에서는 베스트셀러 1위에 등극했던 추리 소설 『목요일 살인 클럽』은 영국 비밀정보부 MI5 요원이었던 엘리자베스가 실버타운에서 만든 ‘목요일 살인 클럽’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소설 『두 번 죽은 남자』는 『목요일 살인 클럽』의 저자 리처드 오스먼이 쓴 두 번째 추리 소설로, 전작과 같은 설정과 세계관을 공유한다. ‘목요일 살인 클럽’ 은 엘리자베스가 실버타운에 살며 함께 사는 이웃들과 만든 클럽으로 오래된 미해결 사건들을 조사한다.

시리즈 전작 『목요일 살인 클럽』에서 멤버들은 실버타운 내 살인사건을 해결하고, 이전과 같은 평범하고 일상적인 목요일에 돌아가려한다. 그런데, 엘리자베스에게 의문의 편지 한 통이 배달된다. “나를 기억할까 모르겠네? 그날 다리 밑에 물이 참 깊었잖아…….”라는 이야기의 편지는 엘리자베스가 1981년 맡았던 한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1981년 11월 템스강변에선 시신 한 구가 발견된다. 썰물의 영향으로 강의 수위가 낮아지자 다리 아래 돌기둥에 기대어 앉은 모습의 시신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당시 M15비밀요원으로 일하고 있던 엘리자베스는 사건 현장을 정리하기 위해 투입된 요원들을 뒤로하고 청소업체 광고판을 단 위장용 밴에 앉아 진실을 가리고 거짓으로 덮어내는 일을 했다.

소설 『두 번 죽은 남자』는 엘리자베스의 현역 시절 사건을 끌어오면서, 당시 함께 일했던 동료를 평범치 않은 실버타운 안으로 끌어들인다. 엘리자베스의 전남편이자 현직 MI5 요원인 더글러스 미들미스가 실버타운으로 들어오면서, ‘목요일 살인 클럽’은 다시 한 번 수수께끼와 미궁 속에 빠져든다.

『두 번 죽은 남자』의 저자 리처드 오스먼은 전체 줄거리의 핵심을 마지막 페이지의 마지막 한 문장에 함축해 담고 싶었다고 말한다. 마지막 한 문장으로 소설의 모든 것을 뒤집고자 하는 어설픈 반전을 꾀하는 소설은 아니다. ‘반전’이 아닌 ‘함축’된 이야기를 말 한마디로 보여주는 것. 그게 리처드 오스먼이 『목요일 살인 클럽』 시리즈의 두 번째 이야기, 『두 번 죽은 남자』를 통해 보여주는 작가로서의 성장이다.

작가는 왜 마지막 문장에 함축된 소설을 담고 싶어 했을까. 생각해보면, 마지막 페이지로 전체의 이야기를 함축해 내는 것은 잘 쓰인 소설만이 하는 것은 아니다. 잘 일구어나간 인생도 비슷한 경향을 띤다.

일흔을 훌쩍 넘긴 ‘목요일 살인 클럽’ 멤버들에게는 살인 사건을 해결하는 지금 이 순간이 그들 인생을 함축하는 마지막 페이지이기도 하다. 겹겹이 쌓인 미스터리와 사건이 해결돼가는 방향은 이들이 추구하는 인생의 방향과도 일치한다. 인생이라는 말이 거창하게 들리지 모르겠으나, 70여 년을 산 노인들에게 ‘인생’이란 ‘일상’과 다를 바 없다.

소설의 형식과 내용을 함께 아울러, 이야기를 전하는 리처드의 시도는 소설의 방향을 더욱 풍부하게 제시한다. 소설 『두 번 죽은 남자』는 흥미로운 서사적 즐거움과 반전을 전하면서 동시에 삶을 살아가는 어떤 태도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