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3층 누각을 짓다
부자, 3층 누각을 짓다
  • 권대섭 대기자
  • 승인 2010.01.25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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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과 2층이 없는데, 3층 누각을 어디다?

공중누각(空中樓閣)이란 말은 중국 송나라 학자 심괄이란 사람이 지은 몽계필담(夢溪筆談)에 나오는 말로 문자 그대로 공중에 떠있는 누각을 말한다.

기초나 토대가 없는 현상이나 일, 또는 진정성과 현실성이 없이 일이 돌아가거나 허황된 생각에 빠진 사람을 비유해 쓰는 말이다.  이와 관련해 다음과 같은 이야기도 소개되고 있다.

어느 마을에 돈 많은 부자가 있었다. 이 사람이 어느 날 이웃마을에 지어진 아름다운 누각을 보러 갔다. 함께 구경 간 사람들이 모두 누각앞에서 감탄했다.

 “참 훌륭한 누각이구나. 특히 저 3층은 더 아름답구나”

집에 돌아 온 부자는 곧바로 목수를 불렀다. 자기 집안에도 아름다운 누각을 지을 요량이었다.

 목수는 일을 시작했다. 누각 지을 터를 고르고 아래층부터 벽돌을 쌓아 나갔다. 그런데 부자가 오더니 화를 내며 말했다.

 “이보게! 3층 누각을 지으라 했는데, 웬 벽돌을 쌓는 건가?”
 “3층 누각을 지으려면 1층과 2층부터 단계적으로 올려야지요”

목수가 설명했지만 부자는 다시 말했다.

 “나는 3층만 필요해. 1층과 2층은 필요 없단 말이야!”

목수의 설명에도 부자는 아랑곳 없이 3층만 있으면 된다고 우겼다.

요즘 우리나라에서 발표되는 경제지표를 보면서 딱 생각나는 이야기다. 연일 매체들은 “경제성장률 7년 반 만에 최고.” “누적 경상흑자 사상최대 규모”라며 떠든다.

지난 해 하반기 이후 경제가 급격한 회복세에 들어섰다는 말도 들린다. 정부의 발표에서도 ‘비상경제정부 1년의 주요정책 추진성과’에서 우리나라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가장 빠르게 경제회복을 하고 있다는 소리가 나온다. 다만 이상한 건 정부와 몇몇 매체의 이런 소식에도 불구하고, 기업 종사자들의 임금이 깍이고, 구조조정을 통해 인력이 감축된다는 소식이 동시에 들려오는 점이다.

정부가 올해 일자리 20만개를 창출한다는 TV광고가 있는가 하면 일자리 상실로 인한 실업률도 최근 들어 최대치에 달했다는 소식도 있다. 더군다나 이런 저런 소식마저도 들을 틈이 없는 서민들의 삶은 더욱 힘에 겹다.

발표된 통계를 보면 우리 경제가 7년 반 만에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는 지난 해 3~4분기 가구당 실질소득 증가율은 마이너스 3.3%로 2003년 이후 가장 큰 하락 폭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3층 누각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1~2층 서민가계의 삶은 고달픔을 보여주는 통계다.

한 번 깎인 임금은 다시 오를 기미가 없고, 영세 상인들은 손님 없음을 한탄한다. 대학을 갓 졸업한 젊은이들의 일자리 없음은 그렇다 치고 한창 아이들 키우며, 가정을 꾸려야 할 40~50대 중년들의 일자리 불안은 더 심각하다. 따지고 보면 젊은이의 일자리 없음보다 중년들의 일자리 없음이 더 문제이지 않은가.

‘고용없는 성장’이란 말이 있지만 일자리 줄고, 수입도 줄어드는데 높은 성장률 자랑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1층과 2층이 없는데, 3층 누각이 아름다운들 어디에다 올려 놓겠는가. 정부는 ‘친서민 정책’을 부르짖지만 높은 사교육비, 높은 등록금, 높은 아파트 값을 잡았다는 소식은 없다.  오히려 부자들의 감세(減稅)정책에 전력을 쏟는 모습만 보여줬다. ‘친서민’이 말로만 되겠으며, 재래시장 몇 번 찾는다고 되겠는가.  

아무래도 우리는 대통령을 비롯한 이 나라 정책 당국자들의 ‘부자 3층 누각 짓기 놀이'를 구경하고 있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