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예술과 자본과 권력
문화 예술과 자본과 권력
  • 윤석산 교수
  • 승인 2009.01.07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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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한양대학교 한국언어문학과 교수 윤석산

 문화와 권력이라는 말은 서로 궁합이 썩 잘 맞는 말의 조합은 아니다. 그러나 오늘 우리 사회에는 엄연히 ‘문화권력’이라는 말이 현존한다. 현존할 뿐만 아니라, 너무나 당연시되고 있다. 어느 시대에고 어느 사회에고 문화권력은 존재했을 것이다.

그러나 존재했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러함이 당연시된다는 사실이 문제라고 생각된다. 다시 말해서 이러한 형상이 존재할 수는 있어도, 이러함이 우선시되고 또 당연시됨이 문제라는 이야기이다.

▲ 시인, 한양대학교 한국언어문학과 윤석산 교수

문화, 혹은 예술이 정치적 현실이나 자본 등을 만날 때 문화권력은 형성된다. 사실 문화나 예술이라고 해서 정치적 힘이나 자본과는 무관하게 자리해야 된다는 말은 아니다.

문화나 예술 역시 사회적인 한 현상이며 모습이기 때문에, 이가 자리하고 있는 정치현실이나, 또 이가 운영되기 위한 자본은 필연적인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문화나 예술이 그 본연의 것보다는 정치적인 힘이나 자본의 논리만을 따를 때에 이가 문제가 된다.

오늘 우리는 수많은 문화 ? 예술적 현실과 만나며 살고 있다. 이렇듯 우리가 만나고 있는 문화 예술 현상들 중에는 가난하고 힘이 든 예술이 있는가 하면, 예술 활동을 통해 그 나름대로 부를 형성할 수 있는 장르 또한 있다. 다시 말해서 오늘과 같은 자본주의 시대에 걸 맞는 문화나 예술이 있는가 하면, 자본주의의 정신과는 배치되는 예술 장르도 있다는 이야기이다.

우리가 흔히 일컫는 고전은 어떠한 것인가. 오랜 세월이 지나도 우리의 심금을 울려주고, 우리로 하여금 공감의 가슴을 열게 하는 것을 이름이다.

며칠 전에는 뮤직 컬 <셧아웃>을 보고 왔다. 집사람과 처제, 그리고 처제의 딸 이렇게 넷이 다녀왔다. 이 뮤직 컬에서 부르는 많은 노래들은 우리가 70년대쯤에서 만났던 서양의 노래들이었다. 조카아이는 80년대 생이다. 이 노래들이 젊은이들에게 인기를 모으던 시대에 태어나지도 않은 세대의 젊은이다.

그러나 우리는 물론 조카아이 역시 참으로 재미있고 감동을 주는 노래들이라고 말을 한다. 이는 물론 조카아이의 개인적인 취향일 수도 있다. 그러나 돌아보면, 70년대 80년대를 지나오며 애창되었던 노래들은 아직도 우리의 심금을 울려주는데, 90년대 2000년대에 이르러서는 과연 우리의 가슴을 열게 했던, 그러므로 인구에 회자되었던 일컫는 바 외국의 곡들은 몇이나 될까.

90년대 이후 서구를 비롯해 지구촌의 대부분 나라에서는 후기자본주의의 팽배가 그 도를 지나쳐, 모든 분야에서 시장의 논리가 우선적으로 적용되는 현상을 빗어 왔다.

그러므로 문화도 예술도 자본과 만나 그 외양을 키워왔고, 또 대부분의 예술적 활동이나 척도를 자본의 논리로 해석하고 진행시켜온 면 없지 않아 있었다. 이렇듯 자본과 만난 예술은, 문화는 그 사회적인 권력을 획득하게 되고, 때로는 자본의 힘에 업히어 횡포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므로 돈이 되는 예술, 돈이 우선하는 예술이 우리를 점령하게 되고,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문화나 예술이 지닌 그 본연의 것보다는 정치적인 힘이나 자본의 논리를 따라 문화와 예술을 바라보며 살아온 것은 아닌지. 문화와 권력이라는 결코 어울리지 않는 말의 조합을 전혀 거부감 없이 우리 스스로 만들고 사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

예술은 배가 고파야 한다는 지난 시대의 금언은 이제 식상한 것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배가 불러 더 큰 배를 부르는 예술은, 문화는 결코 예술이 될 수 없음도 사실이다. 정치적 힘이나 자본이 우선시되는, 그러므로 권력을 형성한 문화나 예술은 스스로를 죽이는 무서운 독이 됨을 오늘 우리는 뼈저리게 느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