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열화당, 『과거의 문턱: 사진에 관한 에세이』, "사진을 연구한 사상가와의 조우"
[신간] 열화당, 『과거의 문턱: 사진에 관한 에세이』, "사진을 연구한 사상가와의 조우"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2.07.14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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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년에 걸친, 지그프리트 크라카우어 생각 궤적
크라카우어 에세이 5편, 그의 사상을 이해할 수 있는 방법 제안
▲『과거의 문턱: 사진에 관한 에세이(The Past’s Threshold: Essays on Photography)』 지그프리트 크라카우어/필리프 데스푸아, 마리아 진페르트 엮음 / 김남시 옮김/열화당/ 128면 / 값 13,000원
▲『과거의 문턱: 사진에 관한 에세이(The Past’s Threshold: Essays on Photography)』 지그프리트 크라카우어/필리프 데스푸아, 마리아 진페르트 엮음 / 김남시 옮김/열화당/ 128면 / 값 13,000원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발터 벤야민이나 테오도어 아도르노와 동시대에 활동하며 근대성을 탐구해 온 지그프리트 크라카우어(Siegfried Kracauer, 1889 –1966)의 사진에 관한 글을 정리한 선집 『과거의 문턱: 사진에 관한 에세이(The Past’s Threshold: Essays on Photography)』 가 출간됐다.

지그프리트 크라카우어는 역사철학자, 문화비평가, 영화이론가, 사진이론가, 소설가, 일간지 편집자로 활동하며 다양한 저술 활동을 펼친 인물이다. 그의 연구 성과나 저술은 동시대에 활동한 다른 인물들보다 상대적으로 조명 받지 못했다. 영화나 매체 이론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단편적으로 언급될 뿐, 그의 대표작인 『영화 이론(Theory of Film)』이나 문화비평서 『대중의 장식(Das Ornament der Masse)』도 국내에는 아직 소개 되지 않았다.

그의 사후에 나온 『역사: 끝에서 두번째 세계(History: The Last Things Before the Last)』만이 유일하게 번역돼 있다. 이번에 출간된 『과거의 문턱: 사진에 관한 에세이(The Past’s Threshold: Essays on Photography)』 는 크라카우어가 사진에 관해 쓴 글 다섯 편을 모은 선집으로, 이십여 년에 걸쳐 지속되거나 변화하는 크라카우어 생각의 궤적을 따라간다.

크라카우어에게 사진은 필히 분석해야하는 매체였다. 사진은 대중문화의 중심이었고, 또 그 문화를 널리 알리는 주역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크라카우어에게 있어 사진은 그의 일생에 걸친 학문 연구 길목마다 사유를 견인하는 역할을 했기에, 그의 사상을 이해하는 매체로 사진은 상징적이다.

책에는 그가 독일의 일간지 『프랑크푸르터 차이퉁』 문화면 편집자로 일하면서 쓴 글에서부터 나치 정권의 위협을 피해 미국으로 망명해 쓴 글까지 담겨 있어 그가 매체를 대하는 태도나 관점이 점차 세밀해지고 다층화되는 것을 감지할 수 있다.

책은 엮은이들이 작성한 매체이론가로서의 크라카우어를 조명한 글 ‘사진 매체 사상가로서의 크라카우어’로 시작해 크라카우어의 에세이 5편이 실려있다. 책 마지막에는 옮긴이 김남시 교수의 한국 독자를 위한 짧은 후기가 덧붙여져 있는데, 우리에게 비교적 익숙한 벤야민과 아도르노와의 관계 속에서 크라카우어를 소개하고, 거의 한 세기 전 씌어진 이 글들을 지금 어떤 관점에서 읽으면 좋을지에 대한 단서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