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교육박물관, 일제강점기 대구 모습 담은 「남학생 일기」 번역본 출간
대구교육박물관, 일제강점기 대구 모습 담은 「남학생 일기」 번역본 출간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2.08.11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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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대구 담은 안장호 군 일기
8월 중순부터 박물관 방문객에게 무료 배포
▲「남학생 일기」 표지 (사진=대구교육박물관 제공)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광복절을 맞아 대구교육박물관(관장 김정학)이 일제강점기 시절 대구를 학생의 눈으로 바라보고 담아낸 생생한 기록물을 편집해 출판했다. 대구근대역사관이 소장하고 있던 1930년대 대구공립고등보통학교(현 경북고등학교) 재학생 안장호 군의 일기장을 번역한 출판물 「남학생 일기」다. 이 책은 지난 2018년 대구교육박물관 개관 당시 출간한 「여학생 일기」와 짝을 이뤄 일제강점기 대구 기록을 풍성하게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일기의 주인공 안장호 군은 대구공립고등보통학교에 1932년에 입학해 1937년에 졸업했다. 당시 남자 고등보통학교의 학제는 5년제로, 일기장은 3학년을 제외한 1,2,4,5학년의 학교생활을 기록하고 있다.

이번 번역본은 총 6권의 일기 중에서 일제강점기 당시 상황과 학교 풍경, 교육 상황 및 생활상을 잘 보여주는 내용을 발췌해 학년별로 구성했다. 출판을 준비하면서 박물관은 일기와 더불어 책 곳곳에 일기의 시대 배경이 되는 1930년대의 한국사, 대구의 상황, 교육제도 등에 대한 설명을 함께 실어, 지금 세대가 당시를 좀 더 구체적으로 인지할 수 있게 했다. 일기에 등장하는 관련 장소나 행사에 대한 설명은 주석으로 추가하고, 당시 신문 등 각종 시각 자료도 첨부하는 방식으로 구체성을 강화했다.

「남학생 일기」는 당시 1930년대를 살아간 안장호 군의 내면을 솔직하게 담아내고 있다. “나는 생각했다. 생명이 중요한가, 칙어(勅語)나 교기(校旗)가 중요한가”라는 문장은 생명보다 칙어(勅語)와 교기(校旗)를 중시하는 가르침에 대한 불쾌감을 드러내며, 시대에 대한 안 군의 비판적 시각을 담고 있다.

특히, 이런 안 군의 시각은 지난 2018년 당시 출판했던「여학생 일기」의 주인과 상반된 모습이어서 당시를 살았던 우리 민족을 더 다채롭게 바라볼 수 있게 한다. 「여학생 일기」의 주인은 황국 신민화 교육에 순응했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일기에는 입학식 풍경(당시 남자고등보통학교는 3학기로 4월 1일에 시작하여 3월에 졸업했다)과 교장선생님 훈화에 대한 솔직한 반감 표현, 기존 시간표는 무시된 채 연일 계속되는 교련훈련이 너무 힘들고 지겨워 진저리를 치는 주인공의 모습도 엿볼 수 있다.

이 외에도 ▲교과목, 시험, 선생님들과 수업에 관한 것 ▲소풍, 수학여행, 졸업앨범 사진촬영 등에 관한 것 ▲교련, 병영훈련, 군기제, 신사참배 등에 시달리는 일제강점기 교육현실에 관한 것 ▲전교생 토끼사냥 같은 이색적인 활동 ▲일본 고등학교 입학지원서류를 받는데서 조선인에 대한 차별 ▲대구역 앞 12차선 도로 개통, 미나카이백화점 개점, 대구비행장 개장 등 당시 학생들의 삶과 대구 풍경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김정학 대구교육박물관 관장은 “오랜 시간 공들인「남학생 일기」번역 작업을 마치게 되어 소회가 남다르다. 「남학생 일기」를 통해 지역민들에게 또 하나의 일제강점기 대구 기록를 보여 줄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어 기쁘고, 많은 분들이 공유하여 후속 연구가 진행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남학생 일기」번역본은 8월 중순부터 대구교육박물관 방문객에게 무료로 배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