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중박, 한-오 수교 130주년 기념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 개최
국중박, 한-오 수교 130주년 기념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 개최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2.10.25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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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전시실, 2023.3.1.까지
빈미술사박물관 공동 기획, 96점 작품 공개
고종이 프란츠 요제프 1세에게 전한 ‘조선 갑옷,투구’ 전시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한국과 오스트리아 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국립중앙박물관과 오스트리아 빈미술사박물관이 함께 기획한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이 개최된다.

▲〈흰 옷을 입은 마르가리타 테레사 공주〉, 디에고 벨라스케스, 1656년경, 캔버스에 유화, 105.0 x 88.0 cm, 빈미술사박물관 (사진=국중박 제공)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윤성용)은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을 10월 25일부터 2023년 3월 1일까지 국중박 기획전시시실에서 선보인다. 25일 개막 전 열린 언론공개회에는 윤성용 관장, 빈미술사박물관장 자비네 하크(Sabine Haag), 오스트리아 외무부 장관 알렉산더 샬렌베르크(Alexander Schallenberg) 및 주최사 중 하나인 한국경제신문사 김정호사장이 자리해 인사말을 전했다.

이번 전시에는 <흰 옷을 입은 마르가리타 테레사 공주>를 비롯한 96점의 작품이 공개된다. 르네상스와 바로크 시기 대표적인 예술품을 포함해, 합스부르크 왕가가 15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 수집한 걸작들을 선보인다. 역사적 사실로만 인지할 수 있었던 유럽 합스부르크 왕가를 ‘예술품 수집의 역사’로 이해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다.

합스부르크 왕가는 루돌프 1세가 신성로마제국 황제로 등극한 1273년부터 왕정이 몰락한 카를 1세의 1918년까지 약 600년 간 유럽 역사의 중심에 있던 가문이다. 한때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는 별칭을 얻을 정도로 유럽의 광활한 영토를 통치했고, 30년 전쟁, 스페인과 오스트리아 왕위 계승 전쟁, 제1차 세계대전 등 굵직한 역사적 사건들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역사적 사건과 더불어 합스부르크 왕가는 놀라운 안목을 바탕으로 한 예술작품 수집가문이었다. 루벤스, 벨라스케스, 반 다이크와 같은 걸출한 화가들의 후원자이자 수집가이기도 했다. 이들이 수집한 예술품은 빈미술사박물관의 토대가 돼 오스트리아의 자산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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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 크리스티나 대공의 약혼 축하연>, 요한 카를 아우어바흐, 1773년, 캔버스에 유화, 225.0 x 190.0 cm, 빈미술사박물관 (사진=국중박 제공)

전시는 합스부르크 왕가의 예술품 수집의 역사를 중심으로 총 5부로 구성됐다. 유럽의 패권을 장악할 수 있는 배경이었던, 15세기의 막시밀리안 1세를 시작으로 시대에 따른 황제, 대공, 주요 수집가들의 역할을 중심으로 20세기 초까지 살펴본다. 합스부르크 왕가는 프라하, 스페인, 브뤼셀 등 유럽 각지에서 예술품을 수집했고, 이를 적절히 수도 빈으로 이전했다. 빈미술사박물관이 세워지기까지 600년에 걸쳐 예술품이 수집된 과정을 조명한다.

전시에 들어가는 챕터 <더 멀리, 합스부르크가의 비상>은 1508년 신성로마제국 황제에 오른 막시밀리안 1세를 중심으로 합스부르크 왕가가 유럽의 강대국 반열에 오른 과정을 소개한다.

▲<페르디난트 2세 대공의 독수리 장식 갑옷>, 외르크 조이젠호퍼, 1547년, 높이 180.0 cm, 빈미술사박물관 (사진=국중박 제공)

1부 <황제의 취향을 담다, 프라하의 예술의 방>은 프라하에 수도를 두고 활발한 수집 활동을 벌인 16세기 루돌프 2세 황제를 다룬다. 그는 ‘예술의 방’을 만들어, 진기한 예술품을 전시했고 이는 현재 빈미술사박물관 공예관 기초가 됐다. <십자가 모양 해시계>, <누금 장식 바구니> 등의 공예품을 볼 수 있다. 2부 <최초의 박물관을 꾸미다, 티롤의 암브라스 성>은 오스트리아 서쪽 지역인 티롤을 다스린 페르디난트 2세 대공을 소개한다. 그는 성에 예술품 전용 건물을 짓고, 진열장 설계와 전시품 배치까지 직접 결정한 인물이었다.

3부 <매혹의 명화를 모으다, 예술의 도시 빈>에선 빈미술사박물관 회화관의 명성을 높인 명화를 집중적으로 선보인다. 카를 5세로부터 약 200년간 이어진 스페인 합스부르크 왕가에서 수집한 예술품 등이 빈미술사박물관의 토대가 됐다.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흰 옷을 입은 마르가리타 테레사 공주>와 피터르 파울 루벤스의 <주피터와 머큐리를 대접하는 필레몬과 바우키스>, 안토니 반 다이크가 그린 초상화 <야코모 데 카시오핀> 등의 작품이 한국을 찾았다.

▲<엘리자베트 황후>, 요제프 호라체크, 1858년, 캔버스에 유화, 131.0 x 91.2 cm, 빈미술사박물관 (사진=국중박 제공)

4부 <대중에게 선보이다, 궁전을 박물관으로>에선 18세기 마리아 테레지아의 시대를 살펴본다. 이 시기, 합스부르크 왕가의 수집품은벨베데레 궁전으로 옮겨 전시됐고 아들 요제프 2세 때 대중에게 무료로 개방되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18세기 궁정 행사의 장대함을 볼 수 있는 <마리아 크리스티나 대공의 약혼 축하연>과 <프랑스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를 볼 수 있다. 5부 <걸작을 집대성하다, 빈미술사박물관>은 19세기 프란츠 요제프 1세의 시대를 조명한다. 빈미술사박물관은 1857년에 시작한 수도 빈의 도시 확장 프로젝트일환으로 건축됐다. 전시에서는 프란츠 요제프 1세와 엘리자베트 황후의 초상화를 선보이며, 이들의 슬프고도 비극적인 19세기 말 황실 분위기를 전한다.

▲<투구와 갑옷>, 조선, 1890-94년경, 마차박물관 (사진=국중박 제공)

한-오 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개최되는 이번 전시의 마지막 작품은 고종이 프란츠 요제프 1세에게 선물한 ‘조선의 갑옷과 투구’다. 빈미술사박물관은 이를 1894년에 소장품으로 등록하고 지금까지 소중히 보관해왔다. 전시는 스트리아와 조선의 수교 기념으로 주고받은 마음의 증표를 통해 수교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겨 본다.

윤성용 국립중앙박물관 관장은 “국립중앙박물관은 다양한 해외 박물관의 주요 소장품을 국내에 선보여 대중의 문화 향유권을 증진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이번 전시로 유럽 역사 속 합스부르크 왕가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