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고재, 허수영 개인전 개최 “팽창하며, 매혹적인 빛내는 ‘우주’”
학고재, 허수영 개인전 개최 “팽창하며, 매혹적인 빛내는 ‘우주’”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2.10.26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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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이후 6년 만의 전시, 근작 포함 23점 선봬
반복된 붓질, 시간의 중첩‧밀도 담긴 우주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매일 만나는 일상의 소재를 노동집약적인 작업으로 화폭 위에 쌓아올려 우주를 만들어내는 허수영의 개인전이 개최된다. 학고재 SPACE1에서 오는 11월 19일까지 열린다. 전시는 학고재 온라인 갤러리 학고재 오룸(OROOM)(online.hakgojae.com)에서도 같은 기간 진행된다.

▲허수영 HEO Suyoung, 무제 02 Untitled 02, 2018-2022, 캔버스에 유채 Oil on canvas, 25x25cm  ⓒ임장활
▲허수영 HEO Suyoung, 무제 02 Untitled 02, 2018-2022, 캔버스에 유채 Oil on canvas, 25x25cm ⓒ임장활 (사진=학고재 제공)

허수영(b. 1984, 서울) 의 개인전은 지난 2016년 전시 이후 6년 만이다. 이번 전시에서 허수영은 2022년 근작을 포함한 회화 23점을 선보인다. 일상 속 만나는 소재, 정원에서 발견한 소재 등 다양한 우주의 이미지를 화폭에 쌓아올리는 허수영은 현실에 존재하는 이미지로,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작가만의 우주를 화면 속에 담아낸다.

이번 전시 서문을 쓴 박영택 평론가는 “허수영은 붓질의 반복되는 집적과 물감의 층을 쌓아가면서 밀도 있는 표면을 만드는데 그로 인해 화면은 이미지, 색채, 물성 등이 마냥 팽창하면서 매혹적으로 빛을 방사한다”라고 표현했다.

허수영 HEO Suyoung, 무제 04 Untitled 04, 2018-2022, 캔버스에 유채 Oil on canvas, 25x25cm ⓒ임장활 (사진=학고재 제공)

‘팽창하는 매혹적인 우주’를 표현하는 허수영의 작업은 ‘많이 그리고, 겹쳐 그리고, 오래 그릴 수 있는 대상들을 선택’하고, 시간과 노동을 투자해 화폭에 쌓아올리면서 완성 된다. 그의 작업은 시간의 중첩과 반복을 표현하고 있고, 꽃과 풀의 사계절, 생명의 탄생과 죽음을 꾸준히 관찰한 작가의 시선을 읽어볼 수 있다. 결국 하나의 우주로 완성된 허수영의 화폭 안에는 존재성과 시간의 축적만이 남아 관람자에게 전해진다.

조금 더 빨라지길 원하고, 현실에 있는 것을 가상화‧디지털화 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는 지금, 허수영의 화폭은 우리를 잠시 멈춰 세워 시간의 밀도를 마주할 수 있는 기회를 제안한다. 찰나의 시간일 수 있지만, 화폭 위에 쌓인 시간들의 밀도는 우리에게 잠깐이지만 깊이 있는 휴식을 전달한다.

▲허수영 HEO Suyoung, 우주 01 Space 01, 2022, 캔버스에 유채 Oil on canvas, 91x117cm
▲허수영 HEO Suyoung, 우주 01 Space 01, 2022, 캔버스에 유채 Oil on canvas, 91x117cm ⓒ임장활 (사진=학고재 제공)

허수영의 회화는 사실적인 동시에 추상적이다. 노동집약적인 허수영의 작업 화면은 오랜 시간 자세히 보아야 비로소 무엇을 그렸는지 알게 된다. 최근 허수영은 일상적 소재에서 벗어나 우주로 나아가는 시도도 하고 있다. 수많은 별이 수놓아진 허수영의 우주는 ‘우주’이면서 ‘우주’일 수 없는 작가의 가장 깊숙한 내면을 의미하고 있다.

작가 노트를 통해 허수영은 “노동이 축적돼 과포화 된 상태가 한눈에 들어올 때, 발생하는 어떤 효과가 아주 잠깐의 시각적 탕진으로 끝날지라도 이미지의 다수성(多數性)과 압축된 시간성의 혼재가 의미의 피부가 되고 표현의 몸이 되길 바란다”라고 말한다. 화폭이 익숙한 듯 새로운 우주가 빠른 세상 속 우리에게 색다른 휴식과 방법을 전달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