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정숙 칼럼]축제 전문가가 본 이태원 참사 – 공감력없는 공권력의 무능은 시민을 죽일 수도 있다. 
[남정숙 칼럼]축제 전문가가 본 이태원 참사 – 공감력없는 공권력의 무능은 시민을 죽일 수도 있다. 
  • 남정숙 문화기획자/본지 편집기획위원
  • 승인 2022.11.03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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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정숙 문화기획자, 본지 편집기획위원
▲남정숙 문화기획자, 본지 편집기획위원

어이없는 참사가 벌어졌다. 
국방력 세계 6위, 21세기 강대국 대한민국에서 젊은 청년 156명이 길을 걷다가 압사당해 비명횡사하는 일이 가능한 일인가?

정부는 궁금해 하지 말고 애도가 먼저라고 주입시키고 있지만, 월드컵 거리응원전도, 촛불집회도 사고 없이 치른 나라에서 이런 미개하고 어이없는 참사가 왜 일어났는지 40년 가까이 문화행사를 대행해 오고 있는 축제전문가 입장에서 그 원인을 분석해 보고자 한다. 

이태원 참사의 책임자는 누구인가?  
축제는 화려하지만 하루아침에 준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보통 최소 3개월~6개월 간의 준비기간이 필요하다. 이태원 참사처럼 축제는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일이므로 매우 전문성이 요구되는 일이다.

용산구청장의 말처럼 참사의 시작은 전문성이 있는 주최•주관기관을 선정하지 않은 것이 불행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에서 민간에게 대행을 맡기는 이유는 공무원들이 할 수 없는 전문성과 창의성을 발현하도록 의뢰하는 이유 외에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서 법적 책임을 묻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축제는 프로그램만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관리, 집객관리, 공간관리, 안전관리, 교통관리, 주차관리, 식음료관리, 인원관리, 오•폐수관리, 홍보관리, 날씨계획, 비상계획 등 수많은 관리운영계획을 수립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 그 중 공무원들은 VIP 동선관리에 가장 신경을 쓰기도 하지만 축제 주최•주관 측 입장에서는 시민 안전관리에 가장 시간을 많이 들여 첨예하게 신경 쓰는 부분이다.

만일 용산구청장 말처럼 용산구청에서 총감독도 선임하지 않았고, 대행사도 선정하지 않았고, 더불어 주최•주관을 정하지 않았다면 말 그대로 용산구청에서 구청장이 총감독이 되어야 하는 것이며, 용산구청 및 서울시가 주최기관 / 용산구청이 주관기관이 되어야 한다. 문제는 전문성도 경험도 일천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총감독을 맡았기 때문이다. 전문성이 없는 박희영 총감독 눈에는 축제공간인 이태원 지역이 한 눈에 파악되지 못했을 것이다. 이를 증명하듯 사고 1시간 전에 사고지역을 다녀갔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대비책도 마련하지 않은 채 ‘그냥 다녀갔다’는 사실이 다. 

“막을 수 있는 사고가 아니었다”, “경찰 미리 배치했어도 참사는 못 피했다”는 둥의 발언 역시 경험이 없음을 자인하는 말이다. 대부분 정부축제는 10만 명이상이 운집하는 일은 흔한 일이기 때문에 정부축제 대행 시 10만 명 이상 방문객의 안전대책은 반드시 세워놓아야 할 필수요건이다. 이태원 할로윈축제는 올해 처음 열린 것도 아닌데 10만 명 이상이 방문해서 300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것은 ‘무정부•무방비 상태’가 아니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총감독 밑에는 교통과 안전을 담당하는 조감독들을 배치하는데 이들 역시 경험이 많아야 가능한 직종이며 당장 보아도 어디가 병목지역인지, 일방통행을 유도해야 할 지역인지 아닌지 금방 파악할 수 있다. 특히 이태원처럼 파출소만 있는 지역이라면 용산경찰서와 협의하여 광역 시•도 경찰서에 협조요청을 보낸다. 즉 축제 교통 및 안전관리는 총감독(주관업체) ➜ 용산구청 ➜ 이태원파출소 ➜ 용산경찰서 ➜ 서울경찰청 순의 프로세스를 거치게 되므로 1차 책임은 ‘용산경찰서’가 아니라 총감독 역을 맡은 ‘박희영 용산구청장’과 ‘용산구청’이 져야 한다. 

축제기간 경찰에서는 교통통제를 위주로 하는 팀과 성추행•도박•마약사범들을 잡는 안전관리 팀이 출동하는데 총감독은 방문객의 질과 예상인원을 예측하여 교통통제팀의 인원과 안전관리팀의 인원 중 어디에 더 무게중심을 둘지를 판단하고 이를 해당 정부 국장이나 경찰서장이 판단해서 광역 시•도 경찰서와 협의해서 파견인원을 결정한다. 소방서나 의료지원도 마찬가지 프로세스를 거친다. 
 
또한 매년 이태원 할로윈축제에 10만 명 이상이 운집한다는 데이터가 축적되어 있으므로, 용산경찰서뿐만 아니라 서울시와 서울경찰청에서는 용산구청과 용산경찰서와 협의하여 광역적인 협조체제가 가동되고, 광역기동대와 수사대 파견을 사전에 조율하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2차 책임은 용산구청과 이태원파출소, 용산경찰서 등 해당 유관기관과 반드시 협력체계를 이루어야 했으나 책임을 다 하지 않은 ‘서울시장’과 ‘서울경찰청’, 경찰청, 행안부에 있다. 따라서 이태원 참사가 일어났다는 뜻은 전문성과 경험이 일천한 박희영 용산구청장의 무능과 무지와 더불어 용산경찰서, 서울경찰청, 서울시 등의 안일함이 일으킨 인재임이 명백하다. 

공감력 없는 공권력 사용의 문제 
윤석렬정부가 들어서면서 대중과 공감하지 못하는 공권력 사용은 여지없이 이태원 참사에서도 드러난다. 

이태원파출소 직원 A씨가 억울했던지 경찰 내부망 폴넷에 “이태원 파출소장은 할러윈 축제 혼잡에 대비해서 상부기관에 교통기동대 지원 등을 절실히 필요함”을 요청했으나 묵살당했다고 한다. 파출소에서 요청했다면 용산경찰서일 것이다. 당시 용산경찰서장은 대통령실 집회에 가 있었고, 서울경찰청장은 사고가 끝난 자정이 지나서야 보고를 받았다고 한다.

용산경찰서장은 할로윈축제가 청년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공감하기 보다는 출세에 필요할지도 모를 마약단속과 대통령탄핵 집회에 더 큰 의미를 둔 것같고, 역시 할로윈축제에 대중집합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서울경찰청장과 서울시는 용산구청과 용산경찰서에 기동대 파견, 신호체계 변경, 안전동선 확보 등에 대해 사전에 협조체계를 마련하지 않았다. 또한 축제장에는 반드시 있어야 할 소방차와 앰블런스도 대기하고 있었는지 의문이다. 

그리고 이상한 점은 또 있다. 경찰들은 교통통제팀은 거리교통통제, 안전관리팀은 성추행, 마약, 도박 등 범죄단속만 하므로, 이태원 할로윈축제 공간 내부 방문객 동선관리와 주차관리는 상가번영회, 지역봉사단체 등 민간단체들과 사전에 협조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용산구청이나 용산경찰서, 이태원파출소가 상가번영회 및 지역봉사단체와 사전에 협조체계를 마련하지 않은 것도 전문가로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왜 질서유지에 상가번영회 등 지역봉사단체들이 협력하지 않았을까?

세월호 참사가 기업의 욕망과 공직자들의 비리가 버무려진 예측된 참사임에 비해 이태원 참사는 순전히 시민을 위해 사용해야 할 공권력을 개인적 욕망을 위해 사용하다가 발생한 참사이기 때문에 더 어이없고 참담하다.

누가 그렇게 만들었는가? 
이태원 할로윈축제는 한류를 만든 글로벌세대들이 즐기는 축제이다. 코로나 이후 해방감을 느끼고 싶은 청년세대가 선호하는 축제를 찾아 올 것이라는 예측하고 대비하는 일이 그리 어려운 일이었던가!

시민문화와 시대변화를 공감하지 못하는 공권력의 이기적 사용 혹은 무능은 광주참사, 용산참사처럼 시민에게 폭력이 되어 죽음을 불러온다. 이태원 참사도 그렇다. 

이태원 참사는 사고가 아니다. 무능하고 이기적인 공권력이 만들어 낸 인재(人災)이다. 꽃 같은 156명의 시민을 죽음으로 몰아놓고도 참사의 의미도 반성도 모르는 공감력없는 공권력을 휘두르는 자들의 무지가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