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운드 오브 뮤직’, 사랑스럽지 아니한가
‘사운드 오브 뮤직’, 사랑스럽지 아니한가
  • 정지선 기자
  • 승인 2010.01.30 14: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존의 발레 장르에 뮤지컬 노래 형식과 연극 마임 도입 눈길

남녀노소를 초월해 사랑받는 작품 중 하나인 ‘사운드 오브 뮤직’이 뮤지컬 발레로 재탄생했다. 노원문화예술회관에서 기획, 제작한 작품이 바로 그것.

영화사상 최고의 영화로서, 반세기 전에 만들어진 이 작품의 변신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노원문화예술회관에서 기획, 제작한 ‘사운드 오브 뮤직’의 변신은 신선했다. 기존의 발레 장르에 뮤지컬의 노래 형식과 연극적인 마임이 도입돼 발레를 어렵게 생각하는 관객들에게친숙하게 다가갔다.

또 하나 눈길을 끄는 것은 캐스팅이었다. 트랩 대령 역에 최고의 발레리노 이원국이, 프리마돈나 마리아 역에 국립발레단 수석 발레리나 출신의 김순정이 호흡을 맞춰 드라마틱하면서도 로맨틱한 춤으로 무대를 빛냈다.

세계 2차 대전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작품은 나치를 피해 조국인 오스트리아를 탈출, 미국으로 망명 온 트랩 가족의 이야기다. 작품의 시대적 배경은 힘 있는 자들의 부당한 폭력과 억압으로 무고한 시민들이 고통을 견녀내야 하는 어두운 상황이지만, 작품 구석 구석에 숨겨진 재미와 휴머니즘이 극의 감칠 맛을 더했다.

특히 마리아와 아이들이 함께 도레미송을 부르는 장면은 손가락에 무지개색의 풍선을 걸고 음계에 따라 통통 뛰어 오르는 장면을 연출, 어린이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 잡았다. 또한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친숙한 노래인 도레미송이 흘러 나오자 노래를 따라부르는 관객들부터 발로 박자를 맞추는 관객들까지 무대와 객석이 하나되는 순간이었다.

아기양과 마리아가 다정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 외에도 파티 장면에서는 마리아와 트랩 대령이 춤을 추면서 서로에게 사랑을 느끼기 시작하는 순간을 표현, 서로에 대한 감정의 묘한 기류를 몸으로 연기했다. 설레임도 잠시, 요들송의 등장으로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한편 앙증맞은 어린이가 등장해 아기양을 연기, 관객들로부터 사랑을 독차지 하기도 했다.

관객들로부터 가장 큰 박수 세례를 받은 장면은 발레리노 이원국의 독무대로, ‘대령의 꿈’이었다. 나치의 만행 속에서 죽어가는 유태인들을 생각하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그는 그동안의 발레 세월을 말해주듯 원숙미 넘치는 몸짓으로 관객들을 숨죽이게 만들었다.


러닝 타임 100분이 길게 느껴지지 않은 것, 그 자체만으로 이 작품은 성공작이라고 할 수 있다. 어린이 관객들도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깔깔거리며 공연을 관람하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미 다양한 분야에서 검증 받은 바 있는 작품 ‘사운드 오브 뮤직’에 ‘뮤지컬 발레’라는 새로운 시도를 한 것 자체도 의미있다. 무엇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발레리노와 발레리나의 호흡이다.

카리스마 넘치는 트랩 대령의 모습을 절도 있게 손끝 하나 하나에 힘을 실어 표현한 발레리노 이원국의 표현력은 관객들로 하여금 극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만들었다. ‘에델바이스’라는 곡에 맞춰 죽은 부인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한 그는 쓰러질 듯 쓰러지지 않는 위태로운 트랩 대령의 내면을 섬세하게 연기했다.

또한 자유분방하면서도 섬세함을 지닌 마리아를 연기한 발레리나 김순정은 검은 수녀복 차림에 봉걸레를 들고 등장, 그녀의 발레 세월을 잊게 할 정도로 발랄한 마리아로 관객 앞에 섰다.

한 작품이 불후의 명작으로 남기 위해서는 다양한 요소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휴머니즘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대중의 공감을 얻기 위해 가장 필수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노원문화예술회관의 ‘사운드 오브 뮤직’은 그 휴머니즘을 놓치지 않았다.

대중과 친해지기 위해 아직은 갈 길이 먼 ‘발레’라는 장르에 이미 흥행면에서 성공을 거둔 작품을 접목, 뮤지컬의 노래 형식을 도입해 재탄생한 ‘사운드 오브 뮤직’. 사랑스럽지 아니한가.

서울문화투데이 정지선 기자 press@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