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4주년기념 특별 기획 ⓵-1] 전국 지자체 최대 관심사, ‘법정 문화도시’가 뭐길래?
[창간14주년기념 특별 기획 ⓵-1] 전국 지자체 최대 관심사, ‘법정 문화도시’가 뭐길래?
  • 이은영ㆍ진보연ㆍ이지완 기자
  • 승인 2022.12.14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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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부 주도 최대 200억 원 지원 사업
2020년 제1차 법정문화도시 시작, 지난 6일 4차 발표
“모든 도시는 특별하다” 슬로건 아래 지역 내 문화역량 강화

[서울문화투데이 이은영ㆍ진보연ㆍ이지완 기자] 문화체육관광부는 2018년부터 ‘문화를 통한 지속가능한 지역발전 및 지역 주민의 문화적 삶 확산’을 비전으로 문화도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주요 정책목표를 ‘지역의 공동체 활성화, 문화를 통한 균형발전, 창의적이고 지속가능한 성장기반 구축, 사회혁신 제고’로 설정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지역 스스로 도시의 문화 환경을 기획 및 실현해 나갈 수 있도록 포괄적으로 예산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수도권 쏠림현상, 지방 소멸 현상 및 수도권 비수도권의 문화적 불평등을 개선하고자, 중앙정부 단위에서 예산을 투자해 수도권과 지방의 문화균형, 나아가 지역 균형을 추구하고자 하는 사업이다. 국민들이 나고 자란 지역에서 살아가며, 문화적 삶을 누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다.

▲문화도시 부평, 2022 뮤직 플로우 페스티벌
▲문화도시 부평, 2022 뮤직 플로우 페스티벌 (사진=문화도시 부평 제공)

문화도시는 2년에 걸쳐 심사가 진행된다. 우선 지자체가 계획서를 제출하면 서류검토, 현장실사와 발표 등을 거쳐 예비문화도시를 선정한다. 예비문화도시로 선정된 지역은 1년간의 예비사업을 추진하게 된다. 이에 대한 전문 컨설턴트에 의한 컨설팅 등을 통해 수정 보완된 최종적인 계획안을 발표함으로써 최종 심사가 이루어지는 과정이다.

2014년 지역문화진흥법 제정 이후 2019년 지역문화진흥법 제2조와 제15조에 따라, 2022년 현재 법정 문화도시로 지정된 도시는 18개다. 광역 내 지역으로 보면 강원도 3개, 경기도, 경남, 전북, 충남이 각 2개, 경북, 부산, 서울, 인천, 제주, 충북이 각 1개 기초지방자치단체가 선정됐다. 2022년까지 4차에 걸쳐 30개의 문화도시를 목표로 지정할 계획이며, 지정되면 5년간 최대 100억(지방비 포함 최대 200억)의 예산이 지원된다.

문화도시 사업은 초기 정책 발표 당시부터 “모든 도시는 특별하다”는 슬로건을 세웠고 이는 도시의 규모, 인구의 수, 문화시설의 유무와는 상관없이 모든 도시의 특색을 중심으로 문화 역량을 강화시키면 법정 문화도시가 될 수 있다는 데 힘을 실었다.

▲문화도시 청주, 제1회 굿쥬 페스티벌 현장
▲문화도시 청주, 제1회 굿쥬 페스티벌 현장 (사진=문화도시 청주 제공)

본지 서울문화투데이는 4차 법정문화도시까지 선정된 현 시점에서 문화도시 사업의 현황과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며, 지역균형 발전을 향한 중앙정부의 노력이 어떻게 실현되고 있는지 함께 고민해보고자 한다.

먼저 법정문화도시로 선정된 지역 중 일부를 선정해 문화도시의 브랜드 사업을 파악해보고, 어떤 성격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지 파악해봤다. 동시에 현장에서 느끼는 고충이나 사업의 긍정적 지점, 미래지속가능성 등을 들어봤다. 현재 4차까지 선정된 법정문화 도시 중 인터뷰 대상은 지역 안배를 고려해 강원도, 경기권, 경상권, 수도권, 전라권, 제주도, 충청권을 모두 아울렀다.

법정문화 도시로 선정돼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도시들은 ▲역사전통 중심형 ▲예술 중심형 ▲문화산업 중심형 ▲사회문화 중심형 ▲지역 자율형 이라는 기본적인 지정분야에 따라 도시의 브랜드를 구축해나가고 있었다. 더불어 모든 문화도시들은 시민참여를 가장 우선적인 가치로 삼고 있었다. 지역이 기존에 가지고 있었던 문화콘텐츠가 있었다면, 시민참여를 통해 기존 문화콘텐츠의 혁신을 꾀하는 방식이었다.

전체적으로 문화도시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지역들은 정부 주도 하의 지원 사업이지만, 사업의 주도권을 지역이 가지고 있고 지역 내 문화 자원을 스스로 발전시켜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전했다. 또한, 결과 중심의 사업이 아닌 과정과 경험을 중시 여기고 있는 사업이라는 것이 모든 지자체의 공통된 이해였다.

문화도시 사업 진행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으로는 기한이 있는 지원사업이라는 지점과 정말 다양한 지자체가 참여하고 있기에 그 특수성을 섬세하게 가려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이번 특별기획에서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각 지자체의 문화도시 현황을 살펴 본 뒤에는 문화로 국외의 사례를 찾아 본다. 지역을 재생하고,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고자 하는 시도는 국내에서만 진행되고 있는 것일까. 국외에서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도 담았다.

▲문화도시 서귀포, 찾아가는 문화도시 105번 문화버스
▲문화도시 서귀포, 찾아가는 문화도시 105번 문화버스 (사진=문화도시 서귀포 제공)

■1차 문화도시 : 청주 / 서귀포 / 포항

‘직지’를 기반하고 있는 기록문화 창의도시 청주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에 등재된 세계 최고 금속활자본 ‘직지’를 보관하고 있는 청주는 세계문화유산 직지의 가치와 정신을 기록문화 창의도시 비전으로 계승해 청주의 문화도시 브랜드를 구축했다. 법정문화도시 선정 이전부터 청주는 2003년부터 직지의 날 행사를 개최해왔고, 이는 현재 2년마다 개최되는 ‘직지문화제’로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 2017년 전국 기초지자체 중 최초로 전문기록관인 ‘청주시기록관’을 개관, 운영하는 등 도시의 브랜드를 일찍이 발견하고 가꿔 온 지역이다. 현재 ‘청주시기록관’은 2021년 ‘청주기록원’으로 승격됐다.

청주는 지역이 가지고 있는 특별하고 고유한 자산을 단순히 보존하고 지키는 것을 넘어서서, 동시대 속 시민과 함께 하는 의미를 찾는 과정 속에서 ‘문화도시’ 브랜드를 만들어왔다. 현재 청주는 ‘기록문화 창의도시’ 비전 아래 시민의 일상기록으로부터 도시의 고유성을 발견하고 창의적 가치를 창출하는 유무형의 실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청주 문화도시조성사업은 3개 분야 17개 단위사업으로 설명된다. 주요 사업프로그램으로는 ▲시민의 일상기록을 토대로 한 ‘시민기록관’ ▲시민 커뮤니티 플랫폼 ‘클레이’ ▲청년예비문화기획자 양성과정 ‘청년학당’이 있다. ‘시민기록관’은 청주 문화도시조성사업의 핵심 사업 중 하나로써 제1차 법정 문화도시 청주 ‘기록문화 창의도시’ 비전을 고스란히 담아낸 기록문화공간이다. ‘청주기록원’ 1층을 새단장 해 만들어진 ‘시민기록관’은 청주의 기록유산부터 시민 기증 기록물, 법정 문화도시 지정과정 및 추진 실적을 한 눈에 살펴볼 수 기록문화공간이다. 문화도시 청주는 시민기록관, 청주기록원, 내년도에 개관을 앞두고 있는 국제기록유산센터 세 기관을 중심으로 ‘기록문화허브’로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청주시문화도시센터 이자혜 선임은 문화도시 사업이 특정 집단이 아닌 문화 거버넌스 체계 아래 시민, 활동가, 예술인, 행정이 협치해 도시 문화를 조성해나가는 과정 중심의 사업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사업 진행과정에서 있어서 모두가 함께 공동의 목표의식과 책임의식을 갖고 도시의 비전을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지속적으로 실천의 노력을 다져나가는 점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이 선임은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는 한 순간에 바뀌거나 성장할 수 없다. 문화도시 사업역시 문화분권, 문화다양성, 문화자치라는 세 가지 핵심 가치를 실현하는 국가 정책 사업으로, 과정 중심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라며 “문화도시 청주는 지역이 오랫동안 지녀왔던 문화적 가치와 역사를 토대로, 앞으로의 문화적 성장을 꾀하고 있다. 5개년의 국가 지원 사업인 문화 도시는 완결이 아닌 도시 성장을 위한 하나의 과정이자 마중물의 역할이라고 본다”라며 현장에서 문화도시 조성에 임하고 있는 가치를 전했다.

문화도시 청주는 법정문화도시 1차에 선정된 도시인만큼, 지역을 기반으로 한 탄탄한 문화 콘텐츠 ‘직지’가 큰 중심을 잡아줬다. 사실 지역이 특별한 문화유산이나 전통을 갖고 있다고 해서 모두 다 주목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문화도시 청주는 지역이 보존해왔던 전통적 가치를 어떻게 동시대 속으로 흡수할 수 있을지 깊이있게 고민했고, 그 과정을 시민과 함께이뤄냈다는 점에서 강점을 지니고 있다. 이미 아름다운 유산을 어떻게 더욱 빛나게 변화시킬지 기대가 되는 도시다.

▲2021 청주 기록문화 축제 (사진=문화도시 청주)
▲2021 청주 기록문화 축제 (사진=문화도시 청주 제공)

105개 마을이 가꾸는 노지(露地) 문화 서귀포

서귀포시는 2018년 12월 27일 예비문화도시로 선정되어 2019년 105개 마을이 가꾸는 노지문화 서귀포를 준비하는 사업을 추진했고, 2019년 12월 30일 법정문화도시로 지정됐다. 다양한 문화도시 유형 가운데 서귀포시는 지역 자율형 문화도시를 추진 중이다. 2년 동안의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며, 전국 법정문화도시 대상사업 성과 평가 결과 2020년도에는 ‘우수도시’, 2021년도 최우수 ‘선도도시’로 선정되기도 했다

문화도시 서귀포의 비전, 핵심 키워드는 ‘노지문화’다. ‘노지문화’는 자연뿐만 아니라 사람이 만들어 온 여러 결과물인 문화를 포괄한다. 이는 서귀포시 105개 마을의 특성이 어우러져 문화적 고유성과 다양성을 상징하기도 한다. 105개 마을은 서귀포5개 읍·면 지역의 76개 행정리와 12개 동 지역의 마을회관이 존재하는 29개 자연마을이며 서귀포시를 이루고 있는 모든 마을로 서귀포시의 전 지역을 의미한다. 노지문화를 미래 세대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보존하고 재생하는 것이 문화도시사업의 기반이 된다. 서귀포시는 다양한 노지문화를 바탕으로 시민이 주체가 돼 창조적으로 주도하는 미래 세대를 위한 ‘생태문화&생태문화도시’를 만들어나간다.

문화도시 조성사업은 단순히 시민들의 문화향유 기회를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서귀포의 문화 발전과 시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것이다. 이에 시민들이 단순한 참여자로서가 아니라, 사업을 직접 기획하고 실행하는 주체자가 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노지문화를 발굴하고, 가꾸고, 수확하는 기반을 다지며 문화도시로서 이미 충분한 자생력을 갖춘 서귀포의 내년이 기대된다.

▲문화도시포항 성과공유 축제
▲문화도시포항 성과공유 축제 <포포낙낙> (사진=문화도시 포항 SNS)

철이 묻고 문화가 답하다, 문화도시 포항

포항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진행한 제1차 법정 문화도시 조성사업 2년 차 성과 평가에서 ‘우수도시’로 선정됐다. 이에 따라 시는 올해 기본 사업비 26억원에 추가 인센티브 사업비 4억원을 확보했다.

지난해 1월부터 올해 2월까지 ‘철의 도시, 문화도시’라는 비전 아래 민·관이 참여하는 통합형 거버넌스를 운영하는 등 활발한 사업을 펼쳤다. 지진으로부터 촉발된 ‘재난과 도시쇠퇴라는 위기를 문화적 방식으로 해결’한다는 핵심가치를 작년 대비 구체화시키며 ‘포항형 문화안전망’이라는 거시적 정책의제를 도출함으로써 보편적·포괄적 문화를 확산할 수 있는 도시 진화의 혁신적인 모델을 창출하고자 노력했다.

이에 도시의 전 권역을 관통하는 시민주도형 도시문화거버넌스를 구축하고, 도심 중심의 문화활동이 아닌 농·산·어촌·공단지역으로 문화연결망을 확장하고, 포항의 도시 구조적 문화소외층 발굴 등 문화자치·분권과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시도했다. 문화예술에 기반한 새로운 도시성장동력이 필요한 시점을 맞아 포항만이 가진 과학·기술인프라와 예술인프라를 결합해 민-관-학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포스텍과 함께 Art&Tech LAB을 구성해 국제포럼을 추진하는 등 그랜드 마리오네트 아시아 거점 구축 사업의 기반을 마련해 미래성장동력을 확보했다.

포항문화재단 정책기획팀 황상해 팀장은 “지역의 전문 인력이 너무 취약하다 보니, 발굴하고 성장시키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모든 사업에 있어서 단기적인 목표를 보고 가서는 안 된다. 5년간의 축적된 성과와 인프라를 바탕으로 문화도시 사업 종료 이후에 대한 정부 플랜이 필요하며, 기 지정도시들에 대한 후속 계획도 제시되어야 한다”라며 “정부 지원 종료 후 사업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지자체의 의지와 노력이 가장 중요하지만, 광역차원에서도 중앙정부와 기초지자체의 가교 역할을 해줘야만 문화도시 브랜드가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포항시는 ‘철’로 대표되는 지역의 산업자원을 문화예술 자원으로 활용하며,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원도심의 문화적 재생을 토대로 포항시 전역과 시민 모두를 위한 입체적 접근 방식에 대한 고찰이 이뤄져야 할 시기이다. 도시의 특색을 살릴 수 있는 포항만의 예술 철학을 만들어가며, 앞으로 꾸준한 프로그램 및 사업 개발이 이뤄진다면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⓵-2에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