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숙의 문화읽기]‘담대한 행보, 문화예술 정론지 표방
[성기숙의 문화읽기]‘담대한 행보, 문화예술 정론지 표방
  • 성기숙/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무용평론가
  • 승인 2023.01.02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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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투데이 창간 14주년에 즈음하여
▲성기숙/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무용평론가
▲성기숙/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무용평론가

세밑이다. 한 해를 마무리 짓고 새해를 맞이하는 마음들이 실로 분주하다. 일상의 분주함을 떨치고 내면으로 숨어들어 침묵의 숲을 거닌다. 멈추면 많은 것이 보인다하지 않던가. 해 바뀜의 경계에서 잠시 멈춰 서서 지난 몇 년을 반추한다. 정확히는 5년 전부터의 삶일 게다. 2018년 3월 18일자 서울문화투데이에 ‘문화읽기’라는 제목으로 처음 글을 썼다. 이후 적게는 보름에 한 편, 많게는 일주일에 한 편씩 기고했다. 때론 일상이 칼럼기고 주기와 맞물려 돌아간다는 느낌도 없지 않았다. 

서울문화투데이의 강점

주지하듯, 서울문화투데이는 2008년 10월 1일 창간됐다. 문화강국을 선도한다는 꿈을 품고 힘찬 발걸음을 내디뎠다. 14년이 지난 현재 서울문화투데이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예술 정론지로 우뚝 섰다. 비교적 짧은 기간에 독보적 위치를 점유하게 된 비결은 무엇인가.

우선, 매체의 특성에서 찾아진다. 서울문화투데이는 격 주간 20면 신문으로 발간된다. 신문이 독자에게 송달될 즈음 인터넷을 통해서도 동시 방출된다. 온라인-오프라인 동시 방출은 언론매체로서 서울문화투데이가 갖는 가장 큰 강점일 것이다. 

2000년대 이후 인터넷의 등장으로 언론 환경이 급속하게 변화하였다. 전통적인 언론매체의 생산-소비-유통방식이 점차 바뀌게 되었다. 일부 발빠른 매체는 온라인 체제로 전환되기도 했다. 인터넷시대에 편승하지 못한 종이신문·잡지는 폐간이라는 늪에 빠지거나 경영난으로 곤란을 겪는 모습도 종종 목격된다.   

더욱이 온라인이 모바일폰에 수용되면서 사람들은 시간과 장소에 구애됨 없이 언제 어디서나 쉽게 인터넷 검색을 통해 기사를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디지털 혁명은 서울문화투데이의 존재방식을 바꿔놓았다. 종이신문과 더불어 인터넷을 통한 동시적 기사 송출은 신속한 정보전달이라는 언론의 고유기능을 보다 충실히 구현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이렇듯 서울문화투데이의 온라인-오프라인 동시 발간은 시대와 발맞춘 탁월한 선택이라 여겨진다.    

서울문화투데이의 또 다른 강점을 꼽자면 다양한 지면 구성을 들 수 있다. 문학, 미술, 연극, 국악, 무용 등 순수예술 각 장르의 공연과 문화행사, 전시에 대한 정보가 사진과 함께 실린다. 또 적지 않은 분량의 지면을 생생한 현장스케치 기사로 배치한다. 젊고 열정적인 진보연, 이지완 두 기자의 활약상이 돋보이는 코너다. 현장감 넘치는 취재기사는 유익한 정보 제공과 함께 미디어로서의 진면목을 한층 배가한다. 또 문화정책, 문화재, 관광분야의 소식도 놓치지 않는다. 각 분야의 제도, 정책 혹은 심포지엄에 대한 심층보도 등 주목할 내용은 차고 넘친다.  

신문의 한 면 전체를 할애하고 있는 ‘스페셜 인터뷰’는 특별히 눈여겨보는 지면 중 하나다. 이 코너는 문화예술 분야에서 독보적 행보를 보이는 예술가 혹은 문화행정가들이 초대된다. 입문 내력과 주요 활동 그리고 전문가로서의 철학과 노하우에 이르기까지 놓치기 아까운 지면이라 하겠다. 특히 완성도 높은 인터뷰 기사와 그 발문(跋文)은 편집자의 내공과 정성이 느껴지는 지면으로 더욱 각별하게 다가온다.   

이슈 선점, 정론지로서의 위상 

독자의 시선에서 볼 때, 서울문화투데이 편집의 방점은 1면 핫이슈와 후면부 3개 면에 편성된 오피니언 코너가 아닌가 싶다. 1면에서 다루는 예술현장의 이슈 혹은 문화정책 관련 기획기사는 여타의 예술잡지와 확실히 차별화된다. 저널리즘의 고유 기능인 신속 정확한 정보전달 외에 비판적 기능이 빛을 발한다. 

기억하건대, 2019년 무용분야 무형문화재 예능보유자 인정 불공정 심사에 대한 심층보도는 큰 울림을 안겨줬다. 무용계의 비판적 문제제기에 대한 신속보도와 자체의 심층 분석을 통해 여론을 환기시킴과 동시에 여타 매체에도 영향미치는 등 선도적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평가다. 

이렇듯 서울문화투데이는 시사성 있는 이슈 선점을 통해 정론지로서 위상을 높이고 있다. 단지 이슈를 던져 놓고 일방적으로 비판만 하는 것이 아니라 건전한 대안 제시를 통해 활로(活路)를 모색한다는 점에서 신뢰를 더한다.  

후면부 3개 면에 배치된 오피니언 코너는 풍부한 지면 할애에서 그 중요성이 감지된다. 이 지면은 음악, 연극, 국악, 무용, 미술, 문화정책 등 각 분야 평론가들의 기명칼럼으로 채워져 있다. 필력을 자랑하는 아홉 명의 필자들이 자유입론적 입장에서 공연, 전시, 문화행정 등을 다룬다. 

무용평론가 이근수 선생을 비롯 10년 이상 기명칼럼을 쓰고 있는 필자도 여럿이다. 주요 필자를 열거하면 양혜숙의 ‘장르를 넘어서’, 윤진섭의 ‘비평프리즘’, 이재훈의 ‘클래식비평’, 윤중강의 ‘현상과 현상 사이’, 주재근의 ‘얼씨구 한국음악과 문화’, 유승현의 ‘예술가의 세상을 보는 창’, 백지혜의 ‘도시 조명이야기’, 장석류의 ‘예술로(路)’, 성기숙의 ‘문화읽기’ 등이 언급된다. 

오피니언 란은 각 장르 최고 전문가들이 집필한 주옥같은 칼럼을 통해 우리시대 예술의 방향과 좌표, 미학적 흐름을 함께 공유한다는 점에서 특별한 가치를 지닌다. 일회성이 아닌 장기 지속으로 이어진다는 점도 강점에 속한다. 그렇다보니 필자마다 고유의 문체와 논법이 간파되기도 한다.

팩트 중심의 공정하고 정의로운 신문

한편, 잠시 쉬어가는 지면은 여유로움을 안겨준다. 1면에 배치된 ‘시인이 읽어주는 아름다운 우리 詩’가 대표적이다. 이 코너는 신문 1면 우측 상단에 터 잡고 있다. 일체의 군더더기 없는 여백의 공간에 촘촘히 박힌 시어를 곱씹으며 내면을 살찌운다. 

지난호(2022년 12월 28일자)에는 김남조 시인의 ‘연하장(年賀狀)’이 실렸다. “먹으로 써도 彩色(채색)으로 무늬 놓는 편지/ 온갖 화해와 함께 회포에 손을 쪼이는 편지/ 제일 사랑하는 한 사람에겐 글씨는 없는 목례만 드린다.” 침잠 속에 경건해진다. 한 해가 가고 새해를 맞는 시점을 떠올리면 절묘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천호선의 포토에세이’ 또한 인상적이다. 1면 하단 우측에 실린 한 장의 사진을 통해 우리 주변의 다양한 삶과 마주한다. 작가가 초이스한 한 장의 사진과 함께 해설이 수록되어 있어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사진에 응축된 크고 작은 서사를 음미하며 보다 넓은 세상과 정서적 교감을 꽤한다. 

한편, 좌우로 두 개의 지면을 할애한 ‘문화의 꽃이 활짝 피었습니다’는 시각적으로나 내용적으로 가히 압권이다. 10~11면에 배치된 이 란은 각 장르별 주목할 만한 공연과 행사를 집중 배치하여 호기심을 자극한다. 한 눈에 포착되는 선명한 편집디자인은 가독성을 한층 높여준다.    

자주는 아니지만, ‘발행인 칼럼’도 만날 수 있다. 예리한 시선과 통찰력으로 시사성 있는 현안문제를 다룬다. 거의 모두 휘발성 있는 주제이기 때문에 다분히 논쟁적일 수밖에 없다. ‘발행인 칼럼’을 비롯 서울문화투데이에 게재되는 핫이슈 혹은 기획특집은 때때로 송사에 휘말리기도 한다. 그런데 발행인은 그다지 개의치 않는 것 같다. 언론이 겪는 일상적 숙명으로 여기는 그 의연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 대목에서 서울문화투데이가 표방하는 철학과 신념이 감지된다. 팩트(fact) 중심의 진실을 추구하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신문, 정파성을 초월한 가치 지향의 신문, 통속주의를 배제한 아카데미즘 지향의 신문, 시대정신을 담보한 냉정하지만 따뜻한 신문 등으로 요약된다. 미루어 짐작컨대, 서울문화투데이에 저장되는 방대한 기록은 먼 훗날 ‘오늘·여기’ 한국의 예술사를 가늠하는 유의미한 기록유산이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선비의 業, 담대한 행보 

물론 몇 가지 보완점도 없지 않다. 우선 전문성을 강화하여 시사성 있는 현안을 통해 공론장의 역할을 더욱 극대화하는 것이다. 또 예술현장에 대한 주례사적 비평을 지양하고 보다 냉철한 시각에서의 크리티시즘 혹은 메타비평 기능을 강화할 것을 주문한다.  

더불어 고정 ‘서평’ 란을 신설하여 문화예술 관련 전문서를 소개하고 그에 함축된 학술적 의미를 짚어주는 것이다. 또 글로벌시대에 걸맞게 주요 기사만이라도 영문을 함께 게재하면 어떨까 싶다. 영문수록은 서울문화투데이의 질 높은 기사의 지구촌 확산을 위해 그리고 한류 열풍이 휘몰아치는 시대적 흐름에서 선택이 아닌 필수가 아닐지도. 

마지막으로 디지털시대에 걸맞는 고품격의 콘텐츠 창출과 새로운 플랫폼 구축이 필요해 보인다. 예컨대, 인터넷 온라인 기사에 동영상 기능을 추가하여 생생한 현장감을 전달하는 것이다. 급변하는 시대환경에 보다 민첩하게 편승할 필요가 있겠다.  

사실 이 모든 것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자본과 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일간지와 월간 잡지의 중간 형식인 서울문화투데이는 매체의 특수성으로 인해 정부 지원이 전무한 실정이다. 우리가 알 듯, 서울문화투데이는 상업 광고가 매우 제한적이다. 수익 창출이 관건인 자본주의 사회에서 상업주의와의 결탁을 배제하고 문화예술 신문을 발행한다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이 지점에서 세속과의 일체 타협없이 자력으로 버티는 서울문화투데이의 완고한 고집과 마주한다. 

역설적으로 이러한 고집이 견고한 독자층을 만들어내고 있음은 매우 시사적이다. 서울문화투데이는 세대, 장르를 초월하여 튼실한 독자층을 형성하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지성 고(故) 이어령 선생을 비롯해 이른바 평창동 문화계 큰 어른 삼인방으로 불린 이종상 화백, 김종규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의 관심과 애정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작고하신 가야금의 명인 황병기, 명무 이애주 그리고 한국 문화행정의 달인 이종덕 선생도 열성 독자였다.   

세밑에 이르러 서울문화투데이 필자의 한 사람으로서 마음을 다잡게 된다. 매달 두 세 편의 칼럼을 기고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기명칼럼이기에 좋은 글을 써야한다는 중압감도 만만치 않다. ‘무용의 장’ 안에서 소비되는 것이 아니기에 더욱 그렇다. 그러나 장르, 세대, 지역 나아가 국경의 경계를 넘어 불특정 다수의 독자와 만난다는 것은 실로 경이로운 경험이 아닐 수 없다. 남다른 긍지와 자부심을 갖는 이유일 게다. 

서울문화투데이의 고정필자로서 선취(先取)된 행운이 대한민국 문화예술 발전에 다소나마 ‘긍정의 힘’으로 발현되기를 소망한다. 아울러 창간 14주년을 맞은 서울문화투데이의 담대한 행보를 성원한다. 작금의 풍토에서 순수예술을 주제로 신문을 발간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애초 이윤 창출과도 거리가 멀다. 지극히 고단하고 고독한 작업이 아닐 수 없다. 그래도 가야한다. 고단함을 베개 삼고, 고독을 곱씹으며 묵묵히 뚜벅 뚜벅 가야만 한다. 발행인 스스로도 알 듯이 어차피 선비의 업(業)이 아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