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신의 장터이야기 62
1991년이면 옛날도 아닌 불과 32년 전이다.
그런데 이사진을 보노라면 까마득한 옛날처럼 보인다.
곰방대를 고치는 여인네 옆에서 구경하는 할배모습이 더 진지해 보인다.
지금이나 옛날이나 장(場)에서는 버려지는 것이 없다.
구멍 난 장화도,
찢어진 고무신도,
고장 난 우산까지,
장날이면 신기료장수 옆으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신기료장수의 손길에 의해 새것으로 탈바꿈하면,
새로 산 물건처럼 이리보고, 저리 보면서 입이 귀에 걸린다.
어떤 것은 새로 사는 것이나 고치는 값이 같은데도,
손에 익어 정들었다며 기어이 고쳐 쓰는 사람도 있다.
매일 쓰는 물건이, 어느날 갑자기 다르게 보인다며
그 용도를 달리해보려고 신기료 옆이나 대장간 앞에서
반나절이나 쪼그리고 앉아 그 모양새를 뚫어지게 관찰하는 아재도 있다.
장터에서는 이미 창조적인 융합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허나, 지금은 소비 형태가 바뀌어 신기료장수가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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