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신의 장터이야기 62]곰방대 고치는 여인
[정영신의 장터이야기 62]곰방대 고치는 여인
  • 정영신
  • 승인 2023.01.10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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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신의 장터이야기 62

 

1991 전북 남원장 Ⓒ정영신
1991 전북 남원장 Ⓒ정영신

 

1991년이면 옛날도 아닌 불과 32년 전이다.

그런데 이사진을 보노라면 까마득한 옛날처럼 보인다.

곰방대를 고치는 여인네 옆에서 구경하는 할배모습이 더 진지해 보인다.

지금이나 옛날이나 장()에서는 버려지는 것이 없다.

구멍 난 장화도,

찢어진 고무신도,

고장 난 우산까지,

장날이면 신기료장수 옆으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신기료장수의 손길에 의해 새것으로 탈바꿈하면,

새로 산 물건처럼 이리보고, 저리 보면서 입이 귀에 걸린다.

어떤 것은 새로 사는 것이나 고치는 값이 같은데도,

손에 익어 정들었다며 기어이 고쳐 쓰는 사람도 있다.

 

1989 전북 순창장 Ⓒ정영신
1989 전북 순창장 Ⓒ정영신

 

매일 쓰는 물건이, 어느날 갑자기 다르게 보인다며

그 용도를 달리해보려고 신기료 옆이나 대장간 앞에서

반나절이나 쪼그리고 앉아 그 모양새를 뚫어지게 관찰하는 아재도 있다.

장터에서는 이미 창조적인 융합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허나, 지금은 소비 형태가 바뀌어 신기료장수가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