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화려함의 ‘신세계로부터’…뮤지컬 <물랑루즈!>
[공연리뷰]화려함의 ‘신세계로부터’…뮤지컬 <물랑루즈!>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3.01.10 17: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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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들리에부터 코끼리, 풍차까지…압도적 스케일 자랑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평일 저녁임에도 극장 로비는 발 디딜 틈 없이 관객으로 가득하다. 공연 시작 전부터 관객들은 서둘러 극장 안으로 들어가려는 듯 입장 줄을 선다. 지난달 16일 개막한 뮤지컬 <물랑루즈!>는 별다른 이벤트 없이도 심심찮게 매진 사례를 기록하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뮤지컬 ‘물랑루즈!’ 커튼콜 - 크리스티안(홍광호), 사틴(김지우), 몬로스(이창용) 외 앙상블ⓒCJ ENM
▲뮤지컬 ‘물랑루즈!’ 커튼콜 - 크리스티안(홍광호), 사틴(김지우), 몬로스(이창용) 외 앙상블ⓒCJ ENM

뮤지컬 <물랑루즈!>는 CJ ENM이 글로벌 공동 프로듀싱한 작품으로 1890년대 프랑스 파리에 있는 클럽 물랑루즈 최고의 스타 사틴과 젊은 작곡가 크리스티안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매시업(mash up) 뮤지컬이다. 브로드웨이 개막과 동시에 사전 제작비 2천 8백만 달러(약 395억 원)의 초대형 스케일로 화제를 모으며 당해 가장 흥행한 작품으로 등극한 뮤지컬 <물랑루즈!>는 제74회 토니어워즈 최우수 작품상 포함 10관왕을 비롯해 미국ㆍ영국 시상식에서 36개의 상을 휩쓸었다.

화제의 뮤지컬 <물랑루즈!>가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우리나라 무대에 오른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가장 화제가 된 것은 티켓 가격이었다. VIP석 가격이 18만 원, 가장 저렴한 A석 가격은 9만 원이다. 이에 관객들은 “아무리 화려한 뮤지컬이라지만 너무 비싸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막상 공연이 시작되면, 공연이 선사하는 압도적 화려함과 끊임없는 볼거리에 가격 에 대한 불만은 어느새 수그러든다. 

▲뮤지컬 ‘물랑루즈!’ 1막 3장 다이아몬드는 영원해 (The Sparkling Diamond) - 사틴(김지우) ⓒCJ ENM
▲뮤지컬 ‘물랑루즈!’ 1막 3장 다이아몬드는 영원해 (The Sparkling Diamond) - 사틴(김지우) ⓒCJ ENM

극장에 들어서는 순간, 관객들은 지상에서 가장 화려한 쇼가 펼쳐지는 1890년대 프랑스 파리의 클럽으로 빨려 들어간다. 화려한 무대 세트부터 시작해 수천 겹의 붉은 커튼이 객석 벽면까지 감싸고, 천장에는 화려한 샹들리에가 반짝인다. 클럽을 재현한 붉은빛의 극장 안에 들어서면 객석 왼편으로 거대한 풍차가 빛을 발하며 돌아간다. 객석 우측엔 이국적인 분위기의 푸른색 코끼리 조형물이 자리 매혹적인 하우스 음악을 들으며 자리를 찾아 가던 관객들은 분위기에 압도된 듯 객석으로 가는 것을 잠시 잊고 그 자리에 멈춰 정신없이 휴대폰을 들고 사진과 동영상을 남긴다.

“모두의 욕망이 이뤄지는 곳”이라는 소개와 함께 막이 오름과 동시에 유명 팝송 매시업이 시작된다. 화려한 의상을 입은 물랑루즈 댄서들이 동명 원작 영화에도 삽입된 크리스티나 아길레라의 ‘레이디 마멀레이드’를 부르며 흥을 돋우고, 동시에 스윙 댄서들이 트럼펫을 들고 안무를 소화한다. 인간 다이아몬드가 되어 공중그네를 타고 무대를 가르는 ‘다이아몬드는 영원해’를 시작으로 1막 피날레를 장식하는 ‘엘리펀트 러브 메들리(Elephant love medley)’까지 수많은 명곡이 극에 자연스레 녹아든다. 

▲뮤지컬 ‘물랑루즈!’ 2막 1장 백스테이지 로맨스 (Backstage romance) - 니니(전성혜) 외 앙상블 ⓒCJ ENM
▲뮤지컬 ‘물랑루즈!’ 2막 1장 백스테이지 로맨스 (Backstage romance) - 니니(전성혜) 외 앙상블 ⓒCJ ENM

레이디 가가의 ‘배드 로맨스(Bad Romance)’를 메인 넘버로 삼은 2막 오프닝 넘버 ‘백스테이지 로맨스(Backstage romance)’는 화려한 장치 대신 완벽한 호흡의 배우들이 무대를 꽉 채우며 또 다른 만족감을 선사했다. 

원작 영화를 바탕으로 하다 보니, 다소 뻔하고 시대 착오적인 설정들이 군데군데 남아있으나 배우들의 해석과 열연으로 상쇄됐다. 아이비는 화려한 삶에 자신을 맡기는 듯 하지만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는 사틴을 강단 있게 표현했다. 홍광호는 압도적 성량으로 좌중을 집중시키는 동시에 섬세한 연기로 무모해 보일 수 있는 크리스티안의 사랑을 납득시켰다. 

▲뮤지컬 ‘물랑루즈!’ 2막 2장 어떤 삶이 오든 (Come What May) ) - 크리스티안(홍광호), 사틴(김지우) ⓒCJ ENM
▲뮤지컬 ‘물랑루즈!’ 2막 2장 어떤 삶이 오든 (Come What May) ) - 크리스티안(홍광호), 사틴(김지우) ⓒCJ ENM

유명 팝송이 끊임없이 이어지다 보니, 극 중 인물들의 감정선을 따라가는데 오히려 방해가 되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했다. 더불어 대중적인 음악을 쉽게 전달해야 한다는 의도였을지 모르나, 가사가 지나치게 직관적이고 팝송 원곡과 뮤지컬 분위기 중 어느 한 쪽도 제대로 담아내지 못 한 것 같아 아쉬움을 남긴다. 

한편, 뮤지컬 <물랑루즈!>는 오는 3월 5일까지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