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문화투데이에 드리는 축시] 종로에서 한 약속/김승국
[서울문화투데이에 드리는 축시] 종로에서 한 약속/김승국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3.01.11 1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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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문화투데이 창간 14주년을 맞아

                                                                                      종로에서 한 약속

 

 

                                                                                                                                                                      김승국 시인(1952~)

 

2008년 10월의 어느 날 밤 종로 거리에서 긴 외투에 중절모를 쓴 백범 김구 선생과 이은영 기자가 만나고 있었다. 김구 선생은 그녀의 손을 꼭 잡고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다정히 말씀을 건넸다. “잘 지내고 있는 거니?” 꼭 그렇다고 할 수 없어서인지 그녀는 그냥 쓴 미소만 그에게 지어 보였다. 이은영 기자는 그에게 물었다. “선생님이 보시기에 우리가 그토록 소망하셨던 문화강국으로 가고 있는 건가요?” 그는 빙그레 미소를 보내며 “꼭 그렇지는 않지만, 희망은 있지.”라고 대답하신다. “어디에서 희망을 보신 거죠?”라고 물으니, “문화강국을 소망하는 그대 같은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지.” 백범 김구 선생은 커다란 등을 보인 채 쓸쓸히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돌아서 가는 백범 김구 선생을 향하여 이은영 기자는 선생님이 그토록 소망하시는 ‘문화강국’을 창간 정신으로 하는 신문을 만들어보겠노라고 마음속으로 굳게 약속하였다. 그렇게 하여 고품격 문화신문 ‘서울문화투데이’는 태어났다.

그로부터 14년이 흘렀다. 이곳저곳에 문화의 꽃을 피워보기 위하여 14년을 뛰어다녔다. 문화예술계의 생생한 소식을 전하는 한편, 이 시대에 문화가 어떠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 알리기 위한 시간이었다. 문화예술계와 우리 사회의 발전을 저해하는 불공정과 부조리에 항상 눈을 뜨고 약자와 정의의 편에 서고자 했다. 그러나 그 길은 너무나도 험난했고, 때론 더 이상 갈 곳 없는 절벽 위에 선 적도 있었다. 누군가는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환경 속에서 순수 민간 문화신문이 모든 역경을 극복하면서 14년간 세파와 타협 없이 존재하였다는 것은 기적’이라 하였다. 그러나 이은영 기자는 적당히 타협하고, 적당히 이익을 챙기려 하는 것을 거부하였다. 비록 험난하더라도 문화 언론으로서 정도를 걸어가기를 선택하였다. 그러했기에 오히려 웬만한 역경도 극복할 수 있을 정도로 튼튼하게 뿌리를 내릴 수 있었다. 우리나라가 문화강국으로 우뚝 서는 그날까지 문화예술의 전문 정론지로서 ‘서울문화투데이’는 백범 김구 선생님과의 약속을 지키며 갈 것이다. ‘서울문화투데이’는 영원하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