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세상을 보는 창] 예술가가 전하는 희망의 메세지
[예술가의 세상을 보는 창] 예술가가 전하는 희망의 메세지
  • 유승현 아트스페이스U대표, 설치도예가
  • 승인 2023.01.11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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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근 작가의 작품: Recovery를 중심으로
▲유승현 아트스페이스U대표, 설치도예가

이 땅에서 예술가로 살아가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유년시절부터 그림을 좋아하고 미술을 전공했다는 것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화가의 길. 고단하고 외로운 삶의 여정이다. 화가에게 작업은 무엇을 뜻하는가? 현실과 이상세계의 풍광을 묵묵히 그려내야 하는 일이며 시작도 없고 마감도 없는 일이다. 또 모호할수록 상상력을 자극하는 멋진 작업이지만 무서운 책임과 고통이 따르는 일, 현실에 충실할수록 미래세계가 멀어질 수도 있는 일, 그럼에도 첫사랑을 못 잊고 불 꺼진 작업실로 묵묵히 향하는 길. 그것이 예술가들의 유영遊泳 아니겠는가?

시골길 진천, 곧 전시를 앞두고있는 신상근 작가의 작업실을 방문하였다. 스치듯 관찰한 그의 작업실에는 먼지 쌓인 캔버스와 작업하다 남은 물감들이 즐비하였다. 필자의 호기심으로 만지작거린 작품들은 한참전 작품들이라는데 가장 높은 곳에 올려져 있었고 지금 막 붓칠을 끝낸듯한 강렬한 작품들은 바닥에 툭툭 펼쳐져 있었다. 필자는 위아래에 있는 작품에 대해 오묘한 간극을 느꼈다. 현실과 이상세계의 간극! 그곳을 넘나드는 이유는 작가만이 알테고 작업을 하는 의미가 되겠다. 최근 삶의 터전에서 신상근 작가가 보이는 결정체들은 비단 회화만이 아니었다. 때론 야외 조각품 앞이거나 조형 도구의 윤곽들이었다. 그리고 필자가 모르는 더 많은 잡다한 일과 작업을 하고 현실에서 살아남았으리라!

Recovery: 우리의 상처받은 마음, 치유와 회복으로 인도하고자

캔버스에 표현된 그의 꽃 그림은 잔혹하리만큼 매혹적으로 타올라 있었다. 회화의 물질적 요소를 자율적으로 표현하여 단순히 자연의 모방이 아닌 삶의 희망을 생명의 꽃으로 재구성하고 있는 듯 보였다. 캔버스 평면에 모호하게 발라진 물감은 우발적인 그림의 형태가 아니라 치밀하게 구획된 꽃밭처럼 자연스럽게 윤곽을 드러내고 색의 배합만큼은 ‘내가 최고’라는 자만심마저 들게 한다. 과감한 터치와 색감의 조화는 그간 붓을 숨기고 살았던 작가에게 주는 엄벌처럼 강렬한 에너지를 뿜어내며 무섭게 채찍질을 해댄다. 작가의 모든 작품은 작가의 살아온 흔적을 말해주는데 한낮의 이글거리는 해처럼 표현된 꽃을 숨죽여 감상할 수밖에 없었다. 알 수 없는 기운……. 한참 동안 비어 있었던 순백의 캔버스가 결렬하게 상상되었기 때문이다. 작가의 삶 속에서 겪었던 수많은 정서를 어린아이처럼 물감으로 발라버리고 나와 너 우리의 상처를 꽃으로 동여매고 회복하자는 작가의 희망 메시지가 충분히 전달된다. 이 땅에 사는 우리는 잘 알고 있지 않은가? 날카로운 고통과 괴로움. 또 어느 날 갑자기 차오르는 듯한 기쁨과 환희, 끊임없이 갈망하는 사랑. 그 무엇에 이르기 위해 감내해야 하는 수많은 일들을 말이다. 그 혼돈의 과정을 잘 즐기고 온 듯한 작가의 작품은 단순 치유와 회복이 아닌 비타민 처방처럼 큰 활력과 에너지원으로 안내를 한다. “잘 그리는 작가가 아닌 좋은 작가가 되고 싶다. 작품을 통해 우리의 긴장되고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와 회복으로 인도하고 싶다”고 말하는 신상근 작가.

너를 응원하는 길은 결국 나를 응원하는 길

겨울에 들렀던 그의 작업실은 펠릿 난로가 자리하고 있어 여럿이 둘러앉으면 꽤 따스하게 느껴진다. 연료를 한 바가지 붓는 행위가 다정한 마음이 들어서 필자는 정성껏 연료를 부었다. 동료들의 응원과 후원이 훈훈하게 느껴지는 시공간이었다. 누구는 난로를 만들어주었다더라. 누구는 쾌적한 작업실을 마음껏 작업하라고 내줬단다. 요즘 세상에 쉽게 일어날 수 없는 일이 그곳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어쩌면 작가의 작업을 응원하면서 그곳에 있는 모두가 뜨겁게 강렬하게 다시 피는 것을 바라는 것은 아닐까? 이 추위를 맞설 수 있는 것은 더 큰 추위가 아니라 온정과 따스한 사랑이다. 작가에게 작업은 집이며 화가에게 붓은 나와 같은 존재. 그의 동료 조권익 작가는 말한다. “집 떠나서 몸살나고 다시 집으로 온 작가 신상근!” 남모르는 고통을 참아내며 안락한 집에 들어왔으니 진정성있게 그리는 일만 남았다. 그의 붉은 꽃처럼 활활 타오를 신상근 작가를 응원하며 우리 모두 리커버리한 새해가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