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IN 트렌드 탐구생활]예술이 관객에게 다가가는 새로운 방식, 휴먼 터치
[문화예술IN 트렌드 탐구생활]예술이 관객에게 다가가는 새로운 방식, 휴먼 터치
  • 독립기획자 신예송
  • 승인 2023.01.11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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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은 점점 발전하면서 대부분의 상품들이 상향 평준화를 이루는 시대가 되었다. 즉, 상품의 품질이 좋다고 해서 경쟁력이 되는 시대는 지났다는 것이다. 어떤 아이덴티티와 개성, 변화로 사용자를 매혹시키는 지가 시장의 주요 경쟁력이 되었다. 공연예술계 또한 안주할 수 없었다. 특히 전 지구적인 바이러스가 큰 타격을 주자, 공연예술계는 공연에서의 관객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어찌 보면 안일했던 그들의 존재를 다시금 새겨 넣는 기회가 된 것이다. 이러한 상기는, 기술이 발전해 감에 따라 더욱 인간의 따스함, 인간만의 감성을 중요시하게 되는 영향을 미치며, 휴먼 터치의 중요성이 대두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관객의 편리성

과거의 휴먼 터치는 차별화를 위한 요건이었다. 시장이 발전됨에 따라 상품들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상품의 퀄리티와 가격 면에서는 경쟁력을 얻기 어려워졌다. 이런 상품에 차별화를 줄 수 있는 부분이 바로 서비스적인 부분이었다. 

공연예술계에서는 이러한 흐름을 ‘관객을 위한 편의 제공’으로 활용했다. 샤롯데씨어터는 2015년 자체 예매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샤롯데씨어터만의 프리미엄 서비스를 운영했다. 관람객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는 샤롯데 패키지 뿐만 아니라, 유인 티켓 창구 인원을 절반으로 줄이고, 발권 키오스크 시스템을 도입해, 꾸준히 대두되었던 발권 창구 이용에 대한 관객 불만을 해결했다. 또한 키오스크 발권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기존의 티켓의 형식이 아닌 각 공연의 특성을 반영한 스페셜 티켓을 제공하면서 샤롯데씨어터만의 차별성을 굳혀 나갔다. 

이는 공연을 관람하는 주요 타깃층이 키오스크 사용이 익숙한 2030 세대라는 점과, 특정 캐스팅이나 작품에 대한 애정도를 가지고 방문하는 관객이 많다는 점에서, 관객의 선호와 편리함을 충족시켰다. 끊임없이 관객의 소리를 들으며, 극장이라는 공간이 줄 수 있는 불편함을 최소화하는 방식을 택해, 관객이 극장을 통해 얻어 갈 수 있는 감동을 온전히 가져갈 수 있도록 하였다. ‘관객과 가까이, 그러나 편리하게’를 강조하는 과거 공연예술계의 흐름은 샤롯데씨어터를 시작으로 하나 둘 늘어갔다

관객의 취향 공감형 서비스

현재는 고객의 소리를 듣고 공감하는 것을 넘어, 고객이 스스로 이용 주체가 될 수 있도록 하고, 현재의 감성에 공감할 수 있는 방식을 추구하고 있다. 거리 두기가 완전히 해제되면서, 공연예술계에서는 발전 가능성을 보이던 관객 참여 등 공연의 고전적인 틀을 벗어내는 시도들이 활발하게 재기되었다. 화두에 오른 파인 다이닝과 공연의 형태를 결합한 <그랜드 엑스페디션>이 그 시도를 이끌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머시브 다이닝 <그랜드 엑스페디션>은 표준적인 공연의 형태와 다르게 무대와 객석의 구분은 찾아볼 수 없고, 거대한 동화책을 통해 공연장을 들어선 관객은 이륙 준비 중인 열기구 콘셉트의 테이블에 착석한 뒤 여정을 떠나게 된다. 다섯 도시의 퍼포머들이 공연을 진행하는 동안 그들의 연기를 수동적으로 감상하는 것이 아닌 참여형 형태로 진행되어 그들과 함께 춤과 연기를 즐길 기회를 제공해 관객들로 하여금 더욱 몰입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각 공연에 걸맞은 파인 다이닝을 제공해 관객들에게 오감의 자극을 더해주어 더욱 강렬한 인상을 선사해 준다. 특별한 경험에 대한 기대감을 증명하듯, 1차 티켓 오픈 직후 공연예술 통합 전산망 기준 일간 순위 2위를 차지했다. 이 전에도 관객 참여형 공연은 꾸준히 진행되었다. 

과거의 <위대한 개츠비>나 <슬립 노 모어>와 같은 작품들 또한 그 장소에 관객을 초대함으로써 관객이 그 주체가 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그랜드 엑스페디션>이 예전의 사례들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이유는 공연이라는 장르에 한정되지 않고, 현재 주요 타깃층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파인 다이닝이라는 문화를 공연예술에 결합해 공연 그 이상의 새로운 문화적 경험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사전 조사를 통해 열기구에 함께 탑승하는 인원의 음식, 성격적 취향을 반영한다는 점 역시 관객의 니즈를 충족 시켜주며, 공연 그 이상의 무언가를 극장에서 보여주는 관객 위주의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공연의 변화, 그럼에도 변화하지 않는 것

2년, 예상치 못한 멈춤의 시대가 공연의 변화를 가속화하면서 공연계가 급변의 바람을 맞고 있다. 일상적 거리 두기로 인해 우리의 극장을 되찾았지만, 그 시대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잘 안다. 일상을 되찾고 돌아온 공연들은 그동안 떠났던 관객을 다시 불러 모아와야 하고, 무수히 많은 공연 속에서 관객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그러기에 본질인 ‘진정성’이 더욱 중요해짐을 알 수 있다. 세계적인 각광을 받는 프로덕션인 <태양의 서커스>의 성공 전략이 떠오른다. “바꿔라, 그러면서 바뀌지 말아라.” “서로 관계없어 보이는 것을 연결하라, 그리고 새로운 아이디어에 항상 열려 있어라.” 앞으로의 미래는 기술과 감정, 문화와의 융합, 융합 간의 개별적 해체가 불가피할 것이다. 

공연이 주는 감동, 공연만이 할 수 있는 것인 인간적 감성을 변질되지 않게 잘 보호하되, 현재의 기술과 문화와의 다양한 연결적 시도를 통해 앞으로의 공연의 방향성을 연구해 나가는 것이 공연예술계의 과제가 아닐까.